언론중재법 폭풍전야... 언론인공제회 대안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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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폭풍전야... 언론인공제회 대안으로 급부상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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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논의에 기자들 탄식 “권력자 취재 위축될 것”
언론사 대책 마련 고심,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가입 검토
중재법 계기로 언론인공제회 재조명, 언론인 처우개선 및 소송리스크 관리 가능
“언론 통제 막으려면 보호장치 필요, 언론인 공제회 만들어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을 두고 찬반단체가 충돌했다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을 두고 찬반단체가 충돌하고 있다.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언론중재법을 계기로 언론인공제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보를 낸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이 발의되고,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기업간 소송전을 벌이는 등 분쟁이 잦아지면서 언론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중재법=언론통제법?’, 기자들 위축 우려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예상됐으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9월 27일 정기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올리는 것에 합의했지만 앞으로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 이유로 ‘가짜뉴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언론은 ‘언론통제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의 주요 골자는 △최대 5배까지 언론사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신설 △정정보도를 해당 보도와 같은시간 및 분량·크기로 보도 △열람차단청구권(기사 삭제,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결정을 받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제도) 등이다.

각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현재는 △고위 공직자와 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제외 △열람차단청구권 조항 삭제 △입증책임을 원고로 명확히 규정 △손해배상 언론사 매출액 비율 기준 삭제 △구상권 청구 조항 삭제 등의 대안이 만들어졌으나 논란이 여전하다.

법률안의 대상이 되는 언론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우선 한국기자협회 등 14개 언론계 주요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명문화되면 정치인과 재벌 등 권력자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위축될 수 있고,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지나치게 축소시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법안에서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놨으나, 이 역시 지위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청구가 가능한 등의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언론인공제회 부활, 취재 보호장치 만들어야

언론중재안을 계기로 언론사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이 발의되면 제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추측성, 고발성 보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기사의 품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 권력자를 겨냥한 기사를 쓰려면, 필연적으로 이들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자금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소송 및 손해배상을 걸어오면 작은 언론사나 소속 기자 입장에선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일부 기업들은 팩트에 기반한 취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와 기자에게 소송을 걸어 몇 년씩 괴롭히는 방식으로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언론사 대표 A씨는 “언론중재법이 없는 지금도 기자들은 늘 소송 위험에 시달린다. 기업들은 민감한 내용의 비판 기사가 나오면, 법무팀이나 로펌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몇 년 동안 재판에 불려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기자의 월급에 가압류를 거는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력이 있고 법무팀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달리, 기자는 언론사, 혹은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렇게 몇 년간 괴롭히면 기자들도 비판기사를 쓰는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자가 탐사보도나 사회고발성 기사를 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사들은 전문인배상책임보험 형태로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언론사 대표 B씨는 “몇년전 기업과 소송이 붙어 크게 데인적이 있다. 이후 기사작성으로 인해 소송이 벌어지면 변호사비용과 소송비용 일부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언론사와 기자 개인에 대한 소송과 분쟁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이 소송 리스크에서 벗어나 정론보도에만 집중하려면 2013년 설립 단계에서 무산된 언론인공제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인공제회는 언론인의 처우 개선 및 복지 등을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한 조직이다. 언론사 및 언론인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언론인의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상품, 업무 중 사고에 대비한 배상책임보험, 소송 등에 대비한 전문인배상책임보험 등을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지난 2013년 한국기자협회와 위맥공제보험연구소(대표 오세문)의 협업을 기반으로,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고 출범했으나 당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발의했던 ‘언론인공제회법’의 국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7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2014년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모여 법안 필요성을 주장했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으나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언론중재법 사태를 계기로 언론인공제회가 다시 추진될지 관심을 모은다.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공제회가 만들어지면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간지 기자 C씨는 “언론중재법은 중재라는 표현을 앞세워 언론을 돈과 권력으로 통제하고 언론 자유를 망가뜨리는 것이라 현직 기자 입장에서 매우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언론인공제회가 생겨나 소송 리스크를 줄여주고, 언론인의 처우 개선 및 복지제도를 만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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