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졸속심사, 누더기된 법안들
상태바
국회 졸속심사, 누더기된 법안들
  • 김요셉 기자 kgn@kongje.or.kr
  • 승인 2020.11.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동킥보드법, 안전사고 급증에도 규제 완화
소액단기보험법, 자본금 요건 올려 법 취지 퇴색

[한국공제신문=김요셉 기자] 국회 법률안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탁상공론 끝에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을 통과시켜 법 개정 취지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동킥보드와 소액단기보험이다. 전동킥보드는 안전사고가 급증함에도 규제가 완화됐고, 소액단기보험법 개정안은 보험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아 보험시장 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국회 회의록을 직접 살펴보고 법률안 심사의 문제점을 짚었다.

전동킥보드 사고 급증에도 ‘규제 완화’

“며칠전 전동킥보드 사고로 고고생 2명이 다쳤습니다. 다친 1명은 중태이고 다른 1명은 결국엔 숨졌다고 합니다. 현재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킥보드의 보험 의무화, 안전장비 미착용시 벌금, 킥보드의 고유 번호판 발급, 면허제 시행 등을 법률로 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은 이용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것을 당장에 시행에 앞서 법률을 먼저 재정후 시행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청와대에 올라와 있는 전동킥보드 관련 국민청원 내용이다. 안전장치 없이 빠르게 달리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사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가 2017년 340건에서 2019년 722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446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국회는 전동킥보드 규제를 오히려 완화했다. 지난 5월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전동킥보드를 중학생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탑승 가능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고 운전면허는 물론 헬멧 등 안전장비가 없어도 탑승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제도가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전동킥보드 사고시 보험 처리도 문제가 많다. 개정안은 사고처리를 기존 피해자의 자동차보험으로 하도록 명시했다. 전동킥보드 업체나 가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이 피해자보험으로 전가된 셈이다.

원래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 수준의 규제를 받았다. 오토바이는 면허가 있어야 하고 헬멧도 착용해야 한다. 쓰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그런데 규제가 심하단 지적이 나오자 전기자전거 수준으로 기준을 대폭 낮췄다. 한 달 뒤부터는 전동킥보드를 중학생(만13세)부터 특별한 면허 없이 탈 수 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의 심사는 그야말로 졸속의 전형이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토론이 전혀 없었다.

6개 의원실에서 관련 법안을 냈고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TF회의를 거쳐서 하나의 안으로 만든다는 내용만 있다.

소위원회 회의록엔 전문위원이 이 TF가 만든 법안을 설명하고 의원들은 이견 없이 동의했다는 내용만 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행정안전위원들과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오히려 국민을 위험으로 모는 법을 심도있는 논의도 없이 통과시켜 시행을 앞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소액단기보험 법안도 졸속심사로 ‘누더기’

졸속심사로 국회 통과를 앞둔 법안도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액단기보험 관련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다.

발의안의 핵심은 소액단기보험 전문회사의 자본금 요건을 현행 50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소규모 자본으로 소비자 실생활 밀착형 소액·간단보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려는 사업자의 보헙업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지급여력비율(RBC), 공시 등 보험사의 건전성과 투명성 등을 충족할 경우에 한하여 금융시장 변화 및 금융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보험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 완화 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는 논의 과정에서 법 취지와는 상관없이 자본금 숫자만을 논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본금 3억원은 보험사기의 우려가 있다고 말하면서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할 것으로 요청했다.

대다수 의원이 3억원은 보험사로서의 기능을 못할 것 같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회의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답변에서 시행령에서 10억원에서 30억원 사이에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준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유동수 의원의 최소자본금 3억원이 작으니 정부입장은 5억원을 최소 자본금으로 하고 시행령에서 10억원에서 30억원 사이에서 나중에 정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어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계획이 시행령에서 10억원 이상으로 정한다면 법률안에서 자본금 최저요건을 10억원으로 잡자고 요청했다.

이런 논의 끝에 국회 정무위 3차회의에서 소액단기보험 최저 자본금 요건은 10억원 이상으로 하고 구체적인 자본금은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에서 시행령에 담도록 하는 내용이 통과되어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놓고 있다.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단지 자본금 숫자가 크고 작음을 평가하여 ‘누더기 법안’이 고스란히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문위원은 “개정안의 취지는 일본과 같이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최대한 낮춰 시장에 진입하기 쉽게 만들고, 소비자를 위한 생활밀착형 보험을 활성화하자는 것인데,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그런 기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 문제는 지급여력비율(RBC), 공시 등 보험사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충족하면 되는 일”이라며 “이번 법안의 논의는 생색내기용 의미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