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의 4가지 분석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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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관리의 4가지 분석 방법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0.11.2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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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경영학에서 말하는 위험 및 위험관리는 관련 전문가집단에 의해 과학지식 및 통계기법을 활용하여 정량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물론 최근의 코로나19사태와 같은 미증유의 상황은 예측하기조차 어려우며 따라서 위험관리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예측이나 해결이 어려운 문제도 과학기술의 발전과 지식의 축적 등에 힘입어 장래에는 극복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험에 대한 분석 및 관리방안은 위험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빈도(frequency)와 결과로 나타나는 손실의 심도(severity)에 기인하여 설정된다. 저빈도 및 저심도 위험의 경우 보유, 저빈도 및 고심도는 전가, 고빈도 및 저심도는 통제, 고빈도 및 고심도는 회피의 4분위로 구분하여 대처하는 기법이다.

이 경우 가로축의 척도가 빈도(frequency)가 되는데, 빈도라는 용어는 사건이 꼭 발생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묵시적 전제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Paul Hopkin). 이러한 견해에서는 빈도(frequency) 대신 가능정도(likelihood)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가능정도(likelihood)는 빈도(frequency)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위험이 사건으로 발생하는 경우 뿐 아니라 일어나지 않을 경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로축의 척도인 심도(severity)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심도 대신 크기(magnitude)를 사용할 것이 권유된다. 그것은 심도(severity)라는 단어에는 위험 관련 사건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만을 가져온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험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위험은 회피하거나 전가 혹은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업이나 기업활동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란 점을 상기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위험 속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기회(opportunity)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자어의 위기(危機)에서와 같다. 세로축 척도로 심도(severity)를 적용하고자 한다면 부정적 결과만을 가져오는 위험들에만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한계를 갖게 된다.

세로축의 척도를 심도 대신 크기(magnitude)로 할 경우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예컨대, 기업이나 조직이 정교한 위험관리를 추진하고자 할 때 앞으로 발생가능한 것으로 예견되는 특정 위험이 있다고 하자. 해당 위험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크기(magnitude, 위험이 현실화하여 손실로 나타나는 규모)를 분석하고, 일차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4분위 기법에 의하여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결과가 회피에 해당하는 위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당 위험에 대하여 위험관리 조치를 취한다면 그 크기가 어느 정도 감소하고 해당 위험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조치에 필요한 비용과 리스크 감소에 따른 이득을 비교‧형량해야 할 것이다. 마치 화재라는 위험에 대하여 화재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위험자체의 크기(magnitude)는 매우 크겠지만, 화재발생시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실제 크기(magnitude)는 그리 크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세로축 척도를 크기(magnitude)로 하면 이러한 점들을 잘 반영하여 가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화재보험이라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 화재 발생시 경제적 피해를 보험금으로 보전할 수 있겠지만, 화재에 따른 추가적 결과(consequences)인 조업차질, 명성에 대한 손상, 관련 일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적‧정신적 어려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위험관리에 있어서는 이러한 모든 점들을 반영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아직 코로나19사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백신출시 역시 임박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예상된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인 재난의 진행과정과 대응, 결과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정리를 통해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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