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가 주식에 4%만 투자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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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제회가 주식에 4%만 투자한 이유는...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10.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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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공제⑦] 경찰공제회
정관에 ‘주식투자 10%’ 이하 명시, 리스크 관리 차원
공제회 자산 3조9735억원, 지급준비율 109.3%
웨딩홀, 쇼핑몰 등 10여개 수익사업도 진행
임원 업무추진비, 1년에 9112만원 사용
경찰 특성 고려한 복지사업 및 ‘위험 부조금’ 눈길

한국공제신문이 ‘숫자로 본 공제’ 시리즈를 연재한다. 주요 공제회 정관과 경영공시를 들여다보고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내용이다. 공제회 예산, 공제상품, 자산운용 현황, 주요 이슈 등을 다루는 것은 데이터가 부족한 공제업계에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일곱번째 주인공은 경찰공제회다.  

①한국지방재정공제회
②전문건설공제조합
③소방공제회
④엔지니어링공제조합
⑤과학기술인공제회
⑥군인공제회
⑦경찰공제회

경찰공제회는 어떤 곳?

경찰공제회는 경찰공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경찰행정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복지기관이다. 1947년 조선경무협회로 출발해 1992년 경찰공제회로 개편됐고, 회원 12만7000여명, 자산 4조원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경찰공제회법과 정관에 따라 퇴직급여 공제 사업과 회원 복지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자산 3조9735억원, 지급준비율 109.3%

경영공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경찰공제회 자산은 3조5519억원, 회원기금 및 부채는 3조2496억원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회원기금 2조5276억원, 회원이자 6564억원, 기타 부채 656억원이다.

총 자산에서 회원기금 및 부채를 뺀 금액은 3023억원으로 지급준비율은 109.3%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당시 자산 2조6436억원, 부채 2조4964억원, 지급준비율 105.9%에 비해 기금안정성이 높아진 것이다.

공제회 자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8월말 현재 3조9735억원으로, 올해 안에 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주식 4.2%, 대체투자 51.1%

공제회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2019년 말 기준 채권 1조619억원(35.3%), 대체투자 1조5347억원(51.1%), 주식 1268억원(4.2%), 단기자금 2826억원(9.4%)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일반채권 8703억원, 구조화채권 1916억원 △금융대체투자 4818억원, 부동산투자 7905억원, 인프라투자 2624억원 △국내주식 1035억원, 해외주식 232억원 등이다. 투자수익률은 2019년 기준 채권 4.3%, 대체투자 6.5%, 주식 5.2%로 나타났다.

다른 공제회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이 4.2%로 낮은 것이 눈에 띈다. 실제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운용자산 6조6611억원 중 9089억원(13.6%)을, 소방공제회는 자산 1조699억원 중 1830억원(17%)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정관에서 주식 투자비중을 1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공제회 정관 제28조 2호를 보면 직접 및 위탁운용을 통한 주식의 총취득액은 수익사업 회계 기금총액의 10%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적시돼 있다. 공제회는 2010년대 초반 주식 투자 수익률이 악화하자 이처럼 정관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경찰공제회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빗겨갔다. 올 상반기 다른 연기금, 공제회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가운데 홀로 양호한 수익률을 올린 것. 게다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지난 3월 국내외 주식 대부분을 처분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국내 주식은 다시 사들이고 있으나, 해외주식 비중은 0%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제회 관계자는 “주식 비중이 낮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정관 때문이지만, 최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공제회 투자 포트폴리오. 대체투자 비중이 50%를 넘고, 주식투자가 4.2%에 불과한 것이 눈에 띈다.
경찰공제회 투자 포트폴리오. 대체투자 비중이 50%를 넘고, 주식투자가 4.2%에 불과한 것이 눈에 띈다.

웨딩홀, 쇼핑몰 등 다채로운 수익사업

경찰공제회는 10여개의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빌딩 4곳을 비롯해 웨딩홀, 쇼핑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른 공제회들이 건물 임대업 정도만 하는 것과 비교된다.

우선 임대사업으로 4개의 빌딩을 운영 중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자람빌딩(지하 8층~지상 20층)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의동빌딩(지하 5층~지상 12층), 서울 중구 무궁화회관(지하 1층~지상 5층), 대구 수성구 시지동빌딩(지하 1층~지상 5층) 등이다. 인의동 빌딩은 현재 비즈니스호텔로 임대 중이며, 나머지는 근린생활시설 및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부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룸 웨딩 컨벤션, 경찰공제회 교재쇼핑몰, 운전면허시험장 적성검사 등이다. 이 중 교재쇼핑몰은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교재를 판매하는 사업이고, 나머지는 이름 그대로 웨딩홀이나 면허 적성검사 등을 하는 것이다.

이밖에 자회사로 서귀포월드컵리조트, 해운대리조텔, 폴에이 산업도 갖고 있다.

공제회가 고속도로 서천휴게소와 경찰병원장례식장도 수년간 운영하다 수익성 악화로 2019년 사업을 정리한 것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화려한 사업 경력을 가진 셈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적성검사는 예전부터 수의계약 형식으로 진행하다가 지금은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하고 있고, 교재쇼핑몰은 경찰 실무교재 등을 판매하는데 저희가 전문성이 있다보니 반응이 좋다. 나머지도 필요에 따라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영사업장들의 수익률은 시대변화에 따라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공제회 손익현황을 보면, 직영사업이익은 2017년 90억원에서 2018년 50억원, 2019년 3억원까지 감소했다. 공제회 측은 휴게소 등을 정리한 데 이어 신체검사원과 이룸웨딩홀 등은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산배분 및 손익현황

공제회 자산배분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자산 3조5519억원 중 투자자산에 3조59억원(84.6%)을 사용하고 있다. 대체투자 1조5347억원, 채권 1조619억원, 단기자금 2826억원, 주식 1268억원을 할애했다.

투자외 자산은 5459억원(15.4%)으로 회원복지 1164억원(3.3%), 유형자산 3513억원(9.9%), 기타자산 781억원(2.2%)로 확인됐다.

손익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사업이익 1351억원, 지급준비금전입액 등 980억원, 당기순이익 381억원을 기록했다. 사업이익의 세부항목으로는 투자사업이익 1446억원, 기타영업외이익 42억, 직영사업이익 3억원, 본회판관비 –141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사업이익 1492억원, 지급준비금전입액 등 753억원, 당기순이익 586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세부적으로 직영사업이익이 9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감소하고, 기타영업외이익이 98억원에서 42억원으로 56억원 감소했다. 본회판관비 역시 –99억원에서 -141억원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반면 투자사업 이익은 1404억원에서 1,446억원으로 42억원 증가했다.

임원 업무추진비, 1년에 9112만원 사용

경찰공제회는 윤리경영을 위해 임원 업무추진비 내역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박진우 경찰공제회 이사장은 지난 8월 한달간 음식점 등 12곳에서 165만3400원, 경조화한 7건 등 235만3400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같은 기간 이운주 감사는 12건, 51만4600원, 조희현 사업관리이사는 7곳에서 111만7450원, 석인영 사업개발이사는 16건 146만3800원, 이도윤 금융투자이사는 16건 164만8000원을 썼다.

경찰공제회 임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2019.9~2020.8)
경찰공제회 임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2019.9~2020.8)

이런 식으로 최근 1년간 사용한 업무추진비 총액은 9111만9279원에 달한다. 이사장 3256만원, 사업개발이사 1876만원, 금융투자이사 1861만원, 사업관리이사 1369만원, 감사 748만원을 사용했다.

공제회를 이끄는 임원들이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함으로써 윤리경영에 앞장서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똑같이 업무추진비를 공개 중인 소방공제회의 경우 사용 내역을 자세히 공개하는 것과 달리, 경찰공제회는 업무관련 협의, 경조화환, 경조사비 정도로만 공개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도윤 이사와 석인영 이사는 지난 9월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소송 및 부패행위자 징계 현황

경찰공제회는 법정공방 중인 소송 및 부패행위자 징계 현황도 투명하게 공개 중이다. 소송은 현재 5개를 진행 중이며, 부패행위자 징계는 총 3건이 있었다. 소송 및 징계현황은 다음과 같다.

대표공제상품 퇴직급여, 연복리 3.58% 제공

경찰공제회 대표 공제상품은 퇴직급여 제도다. 퇴직급여는 회원당 1구좌(5000원)~200구좌(100만원)까지 가입한 뒤 매달 적립한 금액을 연복리 3.58%로 돌려받는 것이다.

만일 200구좌를 10년간 유지할 경우, 1억2000만원을 납입하고 세후 실수령액으로 1억4300만원을 받는다. 가입자격은 국가경찰, 자치경찰, 경찰관에 근무하는 일반직공무원 등이다. 퇴직급여는 퇴직 후 매달, 또는 매월 분할 지급받을 수 있다.

또한 500만원 이상 5억원 이하 금액을 공제회에 일정 기간 맡겼다가 이자를 붙여 되돌려받는 목돈수탁복지저축도 운영하고 있다. 이율은 가입기간에 따라 연복리 2.28%~2.30%(세전)다.

회원 복지, 경찰 특성 고려한 ‘위험 부조금’

공제회는 회원 복지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범인 검거 등 위험 업무가 많은 경찰들의 특성을 고려해 공상부조금, 법정소송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눈에 띈다.

우선 법률구조지원금은 회원이 공적인 업무와 관련해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29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회원이 공상을 당했을 경우 공상부조금으로 20만원에서 100만원, 결혼 및 출산부조금으로 각각 5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공상부조금은 2019년 기준 352억원, 결혼부조금은 99억원, 출산보조금은 162억원을 집행했다.

또한, 경찰공제회는 순직‧사망 급여 제도도 운영 중이다. 회원이 사망 또는 순직했을 경우 회원본인의 구좌 수에 따라 사망 또는 순직급여금을 지급한다. 지급금액은 최대 31구좌 이상 보유한 경우 순직급여금 200만원, 사망급여금 150만원이다.

특별순직급여도 있다. 일반순직급여 지급대상자 중에서 범인 검거, 시위 진압, 인명구조 등 업무수행 도중 사망할 경우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2019년 기준 사망‧순직부조금으로 98억원, 특별순직보조금은 54억원을 집행했다.

아울러 다양한 기업과 제휴를 통해 회원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리조트, 레저스포츠, 의료, 문화시설, 법률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복지를 위해 70억여원을 투입해 서귀포월드컵리조트에 다목적강당을 신축하고 객실을 리모델링했으며, 호텔, 병원 등 할인 제휴시설을 3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공제회원 12만7000여명, 가입률 88%

공제회 회원 수는 2020년 8월 기준 12만7000여명이다. 1989년 6만6627명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났다. 회원 자격이 있는 경찰 및 일반인 14만292명 중 88%가 넘는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회원자격은 국가경찰공무원 및 자치경찰공무원, 공제회 임원 및 직원, 그 밖에 정관으로 정하는 사람이다.

2019년 기준 공제회가 보유한 회원부담금 총액은 5255억원, 퇴직급여금은 3165억원, 목돈수탁복지저축 금액은 3829억원에 달한다.

청사진, 2030년까지 자산 10조원 달성

경찰공제회는 지난 1월 출범 30년을 맞아 ‘비전 2030’ 선포식을 가졌다. 2030년까지 자산 10조원을 달성하고 신뢰 받는 복지기관 및 초우량 자산운용 전문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목표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사업수익 극대화 및 조직혁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조직 및 인사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또한, 자산관리를 디지털화하고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40억원을 투입해 선진화된 자산관리시스템인 ‘PFAMS’를 구축하여 지난 6월부터 본격 활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시점인 올해 초부터,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현재까지 12여회에 걸쳐 각 사업부문‧투자상품별 코로나19 관련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점검‧분석하고 대책을 마련, 시행하는 등 전사적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수익사업 외에도 경찰공제회법과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경찰행정 발전 및 치안역량 향상’에도 기여하기 위해 경찰청과 경찰대학치안연구소, 민간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치안산업진흥협의회(가칭)를 운영하고 있으며, 치안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진우 이사장은 누구?

박진우 이사장은 1962년 제주 출신이며, 제주대 법학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간부후보생 37기로 경위에 임용됐고 2011년 23대 서초경찰서장, 경찰청 수사국 국장, 28대 경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및 43대 경찰대학장을 거쳐 14대 경찰공제회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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