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보험라이프] 멘탈 케어, 친구같은 보험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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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멘탈 케어, 친구같은 보험은 없나요?
  • 최미주 cmj7820@naver.com
  • 승인 2020.09.28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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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최미주] 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다보니 기말고사, 수능 대비에 묶여 해마다 추석날 잘 쉬지 못한다. 작년 추석 연휴, 가족 모두 큰집에 가고 혼자 집에 남았다. 이것저것 챙겨 먹고 카페에서 수업 준비를 하려고 외출 준비를 했다. 그러다 웬걸, 욕실에서 칫솔 꺼내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그나마 안간힘을 써서 머리부터 떨어지진 않았지만 팔꿈치가 바닥에 정통으로 찍혔다. 겉으론 별 이상 없어 보여도 묵직한 쇠에 쾅 부딪혔을 때 쥐나듯 계속되는 그 고통! 겪어 본 사람은 아는 그 고통이 한동안 계속됐다.

연휴날 혼자 국어 문제 푸는 처지에 넘어지기까지? 괜히 서럽다. 사실 팔은 좀 욱신거리다 말았는데 마음이 허했다. 다들 하하 호호 즐겁게 모여 있는데 혼자 있는 기분이랄까? 어딘가 하소연 할 데가 필요해 아쉬운 대로 친구들 채팅 방에 징징댔다. 동정심 유발로 팔꿈치 사진도 같이 찍어 올렸다.

친한 친구들은 자기가 겪은 일처럼 걱정해줬다. 다들 쉬는 날 혼자 있어 외로운데, 공부까지 하니 억울하겠다고 다독여줬다. ‘카페에 있으면 찾아가겠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기운을 북돋웠다. 이렇게 내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힘이 났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다. 내가 다쳤을 때 친구들이 걱정해준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웬만하면 친구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응원했다. 그런데 딱 한번 친구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A는 또래보다 빨리 취업에 성공했다. 처음 겪는 사회생활이 힘들어 날마다 눈물흘리는 날이 계속됐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심리적으로 너무 불안하고 괴로워했다. 직장 상사도 신경과를 다녀오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나를 찾아온 A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어떤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내 입에서 선뜻 ‘그래 다녀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평소보다 지쳐있다는 건 알았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안 좋은 게 걱정됐다. 이직할 때 흠이 되면 어쩌지? 앞으로 보험은 들 수 있을까? 거듭 다시 생각해보길 권했다. 당장 자기 맘을 몰라주는 내 태도에 그녀는 서운해 했다.

이미 힘든 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A는 결국 며칠 뒤 병원에 갔다. 상담 받고 시간마다 약도 챙겨 먹더니 차츰 괜찮아졌다.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혹시 내가 계속 말렸음 어떻게 됐을까?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다 친구를 잃을 수도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했다. 그렇게 친구는 차차 회사에 적응해 나갔고 약을 끊고도 마음이 많이 진정됐다.

그러던 어느 날 불길했던 예상이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정신과 상담 받은 걸 후회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손 보험 하나 넣는데도 진료 기록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는 거다. 잠시 힘들었고, 지금은 괜찮은데 마치 큰 병에 걸렸던 것처럼 취조하듯 묻는 게 속상하다고 했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부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보험사 입장에선 자신들 책임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거다. 혹시 잘못돼 사고라도 나면 그쪽에서 관리해야 하니 말이다. 애초 보험 드는 이유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심리 상담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보험이 더 필요할텐데, 무조건 거절부터 하고 보는 상업적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모르는 번호로 상해보험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상해보험이 있냐고 해서 아직 없다고 했더니 직업을 물어봤다. 교육계에 종사한다고 하니 그럼 저렴한 가격에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리 보험료가 싸도 쓸 데 없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 다칠 일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보장을 학원 강사에게 적극 권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차라리 나에겐 수업 후 지쳤을 때, 차 한 잔 먹으며 감정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더 필요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신과 상담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친한 친구에게 마음 털어 놓는 일조차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친구끼리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신경과에 가 약이라도 받게 되면 오히려 다른 보험 넣을 때 제약이 따를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보험은 뭘까? 보험이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인데 정작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보장들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모두들 눈에 보이는 ‘육체적’ 건강 챙기기에 급급하다 정신건강 돌보는 데 소홀한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성 장염’, ‘예민성 위경련’ 같은 병명만 봐도 마음이 건강하지 못해 각종 육체적인 질환이 생겨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 들어 2030세대를 겨냥한 미니보험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고 한다. 저렴한 보험료로 한두가지 질병을 보장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2030이 진짜 필요한 정신질병 보장 보험은 찾아보기 어렵다. 보험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조력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치고 힘들 때 내 마음 좀 헤아려 달라고 하소연할 수 있는 친구처럼 ‘비밀보장! 스트레스 받아 소리치고 싶을 때 망설이지 말고 전화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보험에 가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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