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보험라이프] 9번 타자의 숨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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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9번 타자의 숨은 비밀
  • 이루나 kgn@kongje.or.kr
  • 승인 2020.09.1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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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청년칼럼니스트] 10여 년째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다. 이기는 것보다는 어울려서 근황을 나누는 게 더 즐거운 수준의 부담 없는 팀이다. 다만 회사 동료, 학교 선후배처럼 지인들과 알음알음 모이다 보니 신규 회원이 없고 고인 물이 되어 간다. 몇 년 동안 팀원의 평균 연령만 차곡차곡 늘어가다, 어느 날 신입 회원이 들어왔다. 야구 팀원 중 지인의 지인이라고 했다.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형이었다. 오랜만의 신입이라 모두가 환영했다. 귀한 신입 회원이 마음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유니폼을 주문했고, 일단 가장 수비 부담이 덜한 우익수로 배정했다.

신입의 야구 센스는 그리 좋지 않았다. 수비보다 타격이 문제였다. 프로 선수도 웬만해서 공을 맞추기 힘든 극단적인 어퍼 스윙이었다. 어려서부터 골프를 배워 아래에서 올려 치는 스윙이 몸에 배어 버렸다고 했다. 중요한 찬스에 배트를 크게 휘두르며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도 신입은 크게 주눅 들지 않았다. 되려 사람들과 더 어울리고 파이팅을 크게 외쳤다. 신입의 밝은 모습에 팀원들도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친해져 갔다. 아무리 지인들끼리 모인 사회인 야구라지만 나름의 경쟁 철학은 있다. 기회를 공평하게 주려고 하지만 타순을 정하는 감독 입장에서 스코어 보드의 점수는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신입 형은 제일 마지막 9번 타순을 자주 맡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팀 타율 하락의 주범이던 나와 경쟁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입 형은 굴하지 않고, 매 경기 빠지지 않고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제법 시간이 흘렀다. 신입 형은 따로 야구 레슨을 받았는지 실력이 어느정도 올라왔다. 제법 공도 맞추기 시작했고, 찬스에 긴장하며 에러를 내는 고질병도 없어졌다. 신입 형은 금세 팀원들 모두의 이름을 외웠고 누군가 안타를 치고 점수를 내면 가장 먼저 달려 나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와도 어느샌가 야구가 끝난 후 술자리도 가끔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입 형한테서 연락이 왔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 근처에 들를 일이 있는데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흔쾌히 달려 나갔다. 주말 야구장에서 보던 유니폼 차림과는 딴판이다. 깔끔한 맞춤 양복에 파스텔 톤 넥타이, 정돈된 머리를 하고 흰색 외제 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비즈니스 맨이었다.

서둘러 밥을 먹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 형이 명함을 건네 주었다. GA(General Agency)라는 법인보험 대리점 소속의 명함이었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다루기에, 최적의 보험 상품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이미 야구팀 대부분이 운전자 보험, 생명 보험, 실비 보험을 자신에게 추천받아서 가입했다며 명단도 알려주었다. 커피가 나오자 형은 가방에서 태블릿과 서류 뭉치를 꺼냈다.

이미 신입 형은 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차도 없고, 모아둔 돈도 부족하며, 돈 쓰기 싫어하는 성격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다. 형은 나에게 꼭 필요하지만, 부담이 덜한 3만원 내외의 A사 실비 보험 상품을 추천했다. 얼굴에 야구공을 맞아 입원한 팀원 사례를 들며, 실비 보험을 통한 의료 보장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태블릿으로 타사 상품과 비교해 어떤 보장이 효과적인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고, 정책변경으로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도 넌지시 건넸다. 커피숍에 앉은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난 이미 보험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계약이 완료되자 실생활에 꼭 필요한 보험이니 최소한 2년은 유지해 달라는 말과 함께 형은 자리를 떠났다. 2년이란 기간이 보험설계 수당 지급의 마지노선인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리 팀의 9번 타자는 알고 보니 영업의 4번 타자였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자연스럽게 팀에 동화되었고, 대화를 나누면서 고객의 니즈를 면밀히 파악했다. 다른 팀원들 얘기로는, 운전자 보험 만기가 되면 알아서 적절한 상품을 알려주고, 사고가 났을 때도 빠르게 대응 방안을 알려주는 등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고 한다. 야구라는 취미가 신입 형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이 되어주었다. 코로나-19로 보험업계에 비대면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난 대면 영업의 숨은 가치까지 모두 대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AI 기반의 보험 상품 추천 플랫폼이 나에게 짜릿한 하이파이브와 상냥한 웃음까지 전달해 주진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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