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드판매사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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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펀드판매사건의 교훈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0.08.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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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한창희 교수] 최근 은행이 판매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사모결합펀드사건과 라임무역금융펀드사건이 금융소비자보호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전자의 사건에서 독일국채 만기수익율을 기초자산으로 판매한 파생결합증권(DLS) 또는 사모펀드(DLF)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했고, 후자의 사건에서는 사상 최초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투자원금 전액의 반환결정을 내렸다. 그간 금융민원신청의 대상이 주로 보험업권이었던데 비하여, 이 사건은 비교적 국민의 신뢰가 높은 은행업이 대상이고, 펀드의 운용수법도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상품을 그것도 은행이 판매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은행업은 미국에서 핵물질을 제조하고 사용하는 회사를 제외하면 가장 규제를 받는 산업이다. 그 이유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은행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은 전세계에 걸쳐 ①신용의 확대 ②예금자의 단기저축을 장기형태의 부동성 대출로 중개 ③국가의 지급제도의 운영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은행은 미국에서만 개인과 기업에 매년 약 10조 달러의 신용의 확대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과 정부에서 자본투자를 위한 펀드를 만들고, 자산의 구입 및 근로자의 고용으로 경제를 돌아가게 한다.

은행은 대규모 예금자집단에서부터 대출자집단으로 자금 흐름을 보장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기여한다. 은행 규제는 원활한 신용중개 기능의 보장을 추구하고, 예금자보험이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자금 원천을 유지하도록 하여 잠재적인 뱅크런의 감소를 지원한다. 은행은 국내 또는 국제적인 지급제도에서 중심적인 기관으로 기능하여 경제를 원활하게 만든다.

둘째, 은행업모델에 내재하는 위험으로 인하여 신중한 거래를 확보하기 위한 상시적인 감독이 요구된다. 은행업은 영리회사이고, 경영자는 주주를 위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주주이익을 늘리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수행하는 은행경영자의 인센티브는 규제이익과 자연적인 긴장을 야기하고, 이는 예금자보험을 악화시킨다. 또한 은행이 영위하는 은행업과 금융시장의 복잡성은 규제제도와 은행의 위험관리·컴프라이언스(준법감시) 의무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은행은 대출금의 회수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정 비율은 회수가 불가능한 신용위험과 관련하여 역선택과 도덕적 위험에 직면한다. 은행은 우월한 정보력과 규모의 경제로 인하여 신용위험에 대해 비교적 이점을 가지고 있고, 대출자 정보를 통하여 신용불량자를 가려내는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업의 역선택은 정보우위자인 은행이 낮은 품질의 상품이나 당사자를 거래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 고품질의 상품이나 당사자는 퇴장하는 레몬효과의 예를 들 수 있다. 도덕적 위험은 대출자가 대출금을 은행의 기대대로 사용하지 않아 약정을 위반하는 것이고, 은행은 예금자보험으로 인하여 과잉대출을 행하는 것이 그 예이다. 1988년 간행된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Bazel Ⅰ은 오직 이 신용위험과 관련한 것이었다.

셋째, 정부의 안전망은 역선택과 도적적 위험이 금융제도에 발현하는 수많은 방법을 설명한다. 정부안전망은 예금자보험과 파산한 금융회사에 대한 공적 자금지원을 통하여 최후의 자금공급기관으로서의 은행을 지원하는 한국은행과 같은 정부의 지원을 포함한다. 역선택은 은행파산을 야기할 개연성이 높은 사람이 안전망을 이용하기 위하여 은행업면허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은행업허가과정에서 주요주주의 경제범죄경력 여부, 자본구조, 경영진의 성격과 능력 등을 점검한다. 예금자보험과 같은 정부의 지원은 예금자 및 기타 채권자가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감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거하여 은행이 과잉위험에 처하더라도 예금자가 예금을 인출하지 않도록 한다.

은행의 펀드판매사건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금융의 겸업화와 관련하여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시 펀드상품 내용의 설명의무위반, 금융소비자의 정보를 파악하여 적합한 상품을 구매 권유할 적합성원칙 의무 위반과 관련한 컴프라이언스 위반 등이다. 또한, 수많은 펀드상품 중 판매할 상품을 선정할 때 금융전문가로서 문제가 많은 상품을 골라내는 역할을 게을리하여 라임펀드와 같은 저품위 상품이 주로 판매되게 한 역선택의 문제, 당해 펀드상품의 판매선정에서 은행직원들의 판매에 이르는 위험관리의 실패, 저금리시대의 수익성제고 방안으로 고위험 펀드상품판매를 철저한 분석없이 감행한 도덕적 위험 등 기존 은행영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공제사업을 포함한 금융업종사자에게 은행의 펀드판매사건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금융업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금융산업의 외형적 성장 추구는 금융업의 토대인 금융소비자의 신뢰 상실로 이어져 금융의 선진화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를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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