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뜨는 고독사보험, 자세히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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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뜨는 고독사보험, 자세히 살펴보니…
  • 강태구 동경특파원 kgn@kongje.or.kr
  • 승인 2020.07.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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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비, 장례식·화장지 수배, 임대료 수입 중단에 따른 ‘영업손실’까지 배상

[한국공제신문=강태구] ‘고독사 예방법’이 내년 4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관련 보험상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경험했고, 2011년부터 다양한 고독사 보험을 출시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통해 고독사보험의 발전 방향을 짚어봤다.

▷관련기사: ‘고독사예방법’ 시행, 고독사 보험 관심

도쿄(東京都)에 유행하는 보험상품

무연고 사회의 상징인 ‘고독사’. 도쿄(東京都) 감찰 의무원에 따르면 2018년에 23개 구청 내 자택에서 발견된 고독사 사망자 수는 5513명으로 2년간 20%나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일본에서는 1인 세입자가 임대주택에서 사망했을 때 집주인의 부담을 커버하는 ‘고독사보험’ 계약이 늘고 있다. 이 보험은 고독사 이후 특수 청소나 유품 정리 등의 ‘원상회복’, 장례식·화장지의 수배, 임대료 수입이 끊어지는 ‘영업손실’까지 일련의 부담을 보상한다.

고독사는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자살에 기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 확산 이후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지면서 1인가구 사망자의 발견이 늦어지는 등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소액단기보험(이하, 소액단기보험) 협회가 작년에 종합한 ‘고독사 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의 고독사 사고 3392명 중 남성은 83%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59세 이하 소위 현역세대가 42%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은 병사이지만 자살도 11%나 됐다.

소액단기보험협회 고독사 대책위원회 안도 위원장은 “고독사는 생활환경 변화와 소득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원인은 도산, 정리해고, 황혼 이혼 등이다. 돈과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되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분석했다.

안도 위원장이 사장으로 있는 소액단기보험회사 아이알에서는 2011년 8월 고독사보험인 ‘무연고 사회의 지킴이’를 처음 상품으로 내놓았다.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계속되자 임대료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야반도주가 증가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임대주택사업자로부터 상담을 받아 실태조사를 진행해 보험상품을 내놓았다. “고의에 의한 야반도주 보상은 할 수 없으나, 고독사 보상은 향후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고독사보험 상품 개요

당초에는 월세에 비례해서 고독사 보험료도 높아지도록 설정했으나, 현실은 거꾸로였다. 낮은 월세 물건일수록 고독사 발생률이 높았기 때문에 일률 요금으로 개정했다. 더 나아가 올해 여름에 가입 가구 수에 따라 보험료를 구분(1가구당 월 240~420엔)하는 방법으로 개정했다.

원상회복비용의 보상은 상한이 100만엔이며, 월세 보상은 최장 12개월, 최대 200만엔이다. 현재 2만 9413가구의 계약자가 가입했는데, 이들은 고령자나 생활보호수급자의 입주로 리스크를 느끼고 있는 소규모 아파트의 집주인들이다. 연간 50~60건을 보상하고 있으며, 사고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액단기보험에서 시작한 고독사보험이지만, 최근 수년간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속속 진입하고 있다. 손보재팬은 2년 전에 화재종합보험 특약으로 고독사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구사까 시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신문이 쌓이기 시작해 수상히 여겨 열쇠를 열어보니 70대 남성이 심근경색으로 숨지어 있었다. 보험료는 물건에 의해 변동되지만, 이 아파트는 전체 12개 호실로 1개 동당 1310엔이다. 집주인은 소유하고 있는 8동 모두에 대해 고독사보험에 가입했다.

아파트 입주자는 70%가 65세 이상이며 단신 거주자이다. 며느리가 멀리하거나 자식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데도 혼자 사는 노인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고독사 리스크가 생겨났고, 이에 따른 보험도 만들어지고 있다. 보험료는 집주인의 자기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손보재팬 신주쿠 지점장은 부임 전 구마모토 지진을 경험한 후 2년 후 구마모토현 주택 관련 법인들과 연대해 ‘보증인 부재 피해자의 민간임대주택입주에 관한 연대협정’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 “단신 거주자의 임시 주택에서 민간임대주택으로의 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고독사보험을 활용했고, 피해자의 안전망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민간임대주택으로의 입주를 거부하기 쉬운 고령자 1인가구의 주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지원책으로 신주쿠 구는 지난 5월 고독사보험료 조성제도를 마련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고독사 보험을 사회안전망으로 도입한 것이다. 도시계획부 주택과 담당자는 “문의가 다수 접수되는 등 반향이 크다”고 말했다.

고독사는 발견에 시간이 걸릴수록 고인의 존엄을 잃게 되며, 사후 처리비용이 늘어난다. 대가족시대에는 일어날 수 없었던 새로운 보험 유형의 발달은 고령화 개인화라는 현대사회의 난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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