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공제, 시민경제 활성화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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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공제, 시민경제 활성화 촉진
  • 김장호 기자 kimjangho@kongje.or.kr
  • 승인 2020.04.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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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터뷰]
서울시민공제, 올해 공제조합 설립 추진… 제3섹터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
사회적경제 활성화 위해 시민공제 반드시 필요… 시민 참여·협력·연대 지원할 것

[한국공제신문=김장호 기자]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사회적가치 회복과 시민중심의 시정 운영이라는 모토 아래 공익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들을 다양하게 육성해 오고 있다.

신자유주의 확산의 결과물로 실업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민의 삶과 밀접한 시민중심의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이라는 사회적가치에 무게 중심을 둔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사회적가치 확산과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의 '시민경제 활성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사회적경제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 조성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직접 지원과 양적 성장에서 탈피하여 시민이 주체가 되는 체험과 공감 확대 등 시민경제와 사회적가치 확산에 주력한다.

올해 새로 취임한 조주연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을 만나 사회적경제의 의미와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조주연 센터장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조주연 센터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 소감과 함께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이미 오랫동안 사회적기업을 운영했다. 그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서울시 사회적경제 조직을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지고, 그에 따라 많은 사회적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사회적경제조직이 조금이라도 빨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하겠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1월 설립된 민관 거버넌스 기관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소통, 자원 발굴 및 연계를 통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촉진한다.

사회적경제조직과 지원조직간 네트워크 강화, 서울시와 자치구의 통합적 정책 환경 조성,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문화 확산 등을 통해 기업과 시민의 참여를 유도한다.
주요 미션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자생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제고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회적경제는 시민참여경제(시민경제)이자 생활경제다. 시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창업, 출자, 투자, 생산, 소비 등 경제 활동 각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그러한 면에서 사회적경제는 혁신성을 가지고 있고 민주주의 가치 실현과 포용성,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환경, 의식주, 저출산,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주목하고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를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한다.
또 기업 활동의 목적이 이윤 추구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윤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하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숭고한 의미가 있다.


사회적경제가 많이 발전했다.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등 제도적 근거를 바탕으로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18년말 기준 서울시 사회적경제 기업 수가 4천여 개로 지난 5년간 5배 증가했고, 매출액 및 고용도 지난 3년간 2배 성장, 서울시 지원 대비 창출된 사회적가치(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사회서비스 제공)는 12.9배 증가했다.

2020년 1월 말 기준, 전국의 인증 사회적기업은 2456개, 예비 사회적기업 1410개, 협동조합은 1만7513개다. 서울 또한 사회적기업 960개(인증 463, 예비 497), 협동조합 3884, 마을기업 114, 자활기업 138, 소비자생협 88개 등 5184개에 이른다.

서울시는 2012년 4월 종합지원계획 수립을 계기로 개별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자생력 제고 및 지속 성장을 위한 중간지원체계 구축, 교육, 인재양성, 경영 및 판로지원 등 생태계 조성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사회적경제기업 양적 확대 및 질적 성장은 물론, 민관정책협의회라는 민관 거버넌스가 탄생했고 타 시도에 모델을 확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인 몬드라곤이나 이탈리아 볼로냐 등의 사례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몬드라곤이나 볼로냐 시민의 일상은 자체가 협동조합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터와 공부하는 곳, 슈퍼마켓까지 생활 대부분이 협동조합이다.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 등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규모나 외형보다 그들의 성장 과정이다.

어떻게 시민들을 공동체에 참여시키고 어떠한 가치를 그들에게 제공했느냐가 중요하다. 또 자생력을 갖춘 우수한 공동체를 지속적인 발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런 우수한 공동체를 발굴하고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는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우량한 공동체가 출현하게 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규모화 전략을 통해, 소셜프랜차이즈 모델의 발굴 확산이 있다. 시민 생활에 맞닿은 생산, 가공 및 각종 사회서비스 분야에 자생력을 갖춘 공동체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간다면 시민경제로서의 우리나라 사회적경제도 몬드라곤이나 볼로냐처럼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적경제는 시민 중심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견인해 낼 것인가

시민의 참여와 경험은 구체화된 사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주민기술학교, 지역돌봄 등이 있다.

사회적경제 2.0의 핵심은 바로 ‘시민 중심’이다. 시민은 관객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이다. 사회적경제의 주인공으로 시민을 어떻게 데뷔시킬 것인지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시민참여를 통해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는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를 보면,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직접 생활문제를 발굴하고, 아파트 안팎의 다양한 거버넌스와 협업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주민과 주민, 사회적경제기업과 주민모임, 지역 활동가와 지역 사회적경제지원센터들이 만나면서 시민이 활동의 주인공이 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같이살림’을 하면서 일상의 크고 작은 사회적경제를 경험하고 ‘내 일상을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또 생각보다 빈 공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많으며, 동시에 주변에 의외로 사회적기업이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개선되고, 사회적기업의 판로 부족이나 홍보 부재로 겪던 고충도 하나둘 해결된다.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 ‘판매망이 없다’ 같은 고질적인 어려움도 지역의 시민경제 활성화를 통해 자연스레 해소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도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특히 가치소비는 홍보보다는 시민들이 그 가치를 체험하고 공감해야만 확산될 수 있다. 시민들과 사회적경제의 접점을 넓혀 나가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민공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서울시민공제’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제안한 사업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민공제는 사회적경제 기업, 소셜벤처, 중간지원조직, 비영리조직 등 포괄적인 시민경제 영역의 조직과 종사자가 참여하는 ‘상호부조형 사회적 금융’이다. 공공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여 설립하는 것으로, 설립을 위한 기반 및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주요 역할이다.

센터는 2018년 사회적경제 및 시민사회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보장형태와 공제수요’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범 제3섹터(사회적경제, 소셜벤처, 비영리단체 등)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공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2019년 서울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2.0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서울시민공제 비전 선포 및 사회적경제기업 대표를 주축으로 한 공제추진단을 구성했다.
또 ‘시민공제의 설립방안 및 정책과제 연구’를 진행하며, 동시에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초동주체 모임, 수요자 발굴, 보장 구성 등 실제 공제 추진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는 민간 주체들이 공제조합을 설립, 발족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유럽 및 일본의 경우 협동조합이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공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공제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경제는 자조, 호혜, 연대에서 출발한 사회운동이자 새로운 경제체계다. 공제 또는 보험의 시초라고 일컬어지는 선원 가족들의 ‘마을저금통’ 역시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출발한 것으로 사회적경제의 가치와 동떨어지지 않는다.

사회적경제가 추진하는 '서울시민공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자조와 협동으로 자신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많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사회문제 해결 또는 공통의 열망을 이루기 위하여 기업을 설립하거나 결사체를 조직하여 사업을 영위한다.

이 과정은 자본주의에서 일반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상호 연대하여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소셜벤처라는 형태로 창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재기를 도울 수 있는 안전망은 부족한 상황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출현을 촉진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버팀목이 바로 사회적경제의 시민공제다.

둘째, 사회적경제의 호혜와 연대의 정신으로 공적 보장과 사적 보장 간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적 보장체계는 탄탄한 구조지만, 노동환경 및 사회환경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민간 보험회사가 주축인 사적 보장영역이 발전하면서 사회보장도 양극화가 됐다. 사회적경제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공제를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시민 주도의 공제를 통해 시민사회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기업가들의 노력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측면이 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보다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 스스로 출자하고 스스로 보장하는 공제의 경험을 통해 탄탄한 시민사회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공제를 통해 민간이 자조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한 뒤 보충성의 원리로 공공이 지원한다면, 향후 시민사회 기반이 강화되어 참여적 거버넌스와 주민 자치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
 

사회적경제기업 중 어려운 기업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미션,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성과를 시민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역량과 기업의 사업 역량 제고가 필수다.

또 그동안은 창업 등 양적 성장 위주로 공공의 정책이 흘러가다 보니, 사회적경제 조직의 공공의존도가 높아지고 자조성이 떨어졌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 주도적, 혁신적 사회적경제로 변모해야 한다.

아울러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현장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입안코자 한다. 또 기업과 구성원의 역량강화 경영지원 프로그램 고도화,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과 계량화, 홍보 활성화 방안 등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눈앞의 어떤 구체적 수치를 추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회적경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그런 의미에서 센터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사회적가치 확산과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갖추도록 돕고, 시민과의 접점을 계속 넓혀 갈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외치는 구호 속의 경제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삶으로서의 경제가 필요하다.

시민이 직접 참여, 협력, 연대하는 생명체로서의 경제를 구현하고 싶다. 또 이웃과 함께하며 나누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체험으로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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