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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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2.08.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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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 미정은 서울로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을 한다. 미정의 집은 경기도, 그것도 지하철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미정의 눈에 매일같이 스치는 커다란 전광판이 있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미정은 전광판의 사진을 찍어 썸남 구씨에게 보낸다. “서울 들어가기 직전.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에 한 줌 생기가 돈다.

하루를 살며 우린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 중엔 소소한 이야기도 있고, 귀담아들어야 할 중요한 것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 기분 좋고 밝지만, 어떤 이야기는 아프고 쓰리다. 미정처럼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생업에 쏟는 이들은 후자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다. 상사와 고객,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말이다.

일터에서 우린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얻어오거나, 지켜야 하는 처지일 때가 많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 말을 고르고 골라 나의 상사와 고객이 듣기 좋은 것만 꺼낸다. 내가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고 상대방도 그만큼 나를 존중하진 않는다. 돌아오는 말은 아프고 무례할 때가 많고, 퇴근길엔 미처 튕겨내지 못한 말들로 축축이 젖은 스펀지 신세가 되곤 한다.

집에 돌아온 우린 가족과 이야기하거나 맥주와 넷플릭스로 힐링 타임을 갖고 다음 날 출근길에 오른다. 기분이 조금 뽀송해졌지만, 마음은 조금 작아져 있다. 우릴 함부로 재단하는 말들이 누적돼 어딘가에 자리를 차지해버린 탓이다. 이대로면 나를 방어하는 것에 지쳐 타인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거나, 지나치게 예민해져 방어적인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드라마 속의 전광판을 볼 때마다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 건 말이다.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길 리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응원받는 느낌이 들었다. 아는 사람이 한 말이었으면 오히려 심드렁했을지 모른다. 선한 의도만 느껴져서였을까. 누가 썼는지도 모를 무턱대고 희망찬 저 문장엔 생각보다 큰 힘이 담겨 있었다.

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최근에 모임을 하나 시작했다. 익명의 단톡방에서 하루에 한 번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는 모임이다. 이곳에서 난 남들에게 하는 말을 고민하는 노력의 반의반만 써서 나에게 필요한 말을 들려주고 있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떠올리며 응원의 말을 꺼내기도 한다. 내 안에 이쁜 말들이 모이고 모여 내 옆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을 때까지 해보려 한다.

우린 인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말에 맞서서 우리의 이야기를 채워야 한다. 무례한 말을 들었다면 다정한 말도 꺼내면 그만이다. 나를 위한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 가운데에 선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의연할 거라 기대하면서. 미정이 구씨에게 보낸 카톡에 담긴 마음을 짐작하며 이 말을 건네본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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