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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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사건들
  • 방제일 kgn@kongje.or.kr
  • 승인 2022.08.0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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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이번 여름은 유난히 많은 충격적 사건들이 내게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횡령 사건이다. 이전 직장은 경영 악화로 인해 많은 이들이 퇴사를 해야 했다. 회사 대표가 경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지속적인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구성원 모두가 회사 상황을 이해했기에 최대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으나 적자는 지속됐다. 결국 구성원들은 자신의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다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지인에게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경영지원팀의 모 과장이 수억원 대의 횡령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적자의 실체는 바로 그녀의 ‘횡령’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배신감과 더불어 분노가 올라왔다. 횡령이 적발된 후 그녀는 곧바로 잠적했고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다들 그녀를 신뢰했기에 이번 일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일을 막기가 쉽지 않다. 체계가 부족한 탓이다. 비단 작은 기업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일어난 모 은행의 수백억원 대의 횡령 사례로 볼 때, 이는 회사의 규모나 체계가 있어도 막지 못 할 인재다. 어쨌든 일어날 사건은 분명 일어난다.

그녀의 횡령 사건에 대해 인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일도 있었다. 처남이 최근 이직하게 된 직장에서 각종 서류를 요구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처남이 이직한 직장은 신원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가족이 신원보증서류를 작성해줘야 했다.

처음 처남의 말을 듣고 회사에서 그런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이상하고, 부당하게 느껴졌다.

‘보증은 가족이든, 누구든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람들이 말이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앞선 일이 생각나 신원보증보험에 대해 이래저래 찾아봤다.

신원보증보험은 종업원이 업무 수행을 하다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다.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임직원의 실수로 회사에 큰 손실이 났을 때 개인이 전부 보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 미리 임직원에게 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신원보증보험은 절도, 강도, 사기, 횡령, 배임 등 임직원의 불법 행위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보상 받는 것이다.

이는 금융거래가 많은 금융사, 중견 기업과 대기업들은 임직원 입사 당시 신원보증보험을 요구하거나 입사와 동시에 회사 측이 필수로 가입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규모 회사라 하더라도 회계, 재무 쪽 직군에서는 의무적으로 드는 보험이다.

앞선 사건과 보험의 취지를 읽어보니 왜 신원보증보험을 회사 측에서 요구하는 것인지 나름 납득이 갔다. 결국 나와 아내는 처남이 가져온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도장을 찍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인재다. 지구에 서식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도 하지만 재앙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 재앙에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보험이란 제도가 탄생했고, 그 제도는 수많은 이들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보험은 과연 나를 살리는 것일까, 나를 죽이는 것일까.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 지는 여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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