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놔라 배놔라, 우리가 부하직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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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놔라 배놔라, 우리가 부하직원인가요?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7.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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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대관담당자, 허심탄회 속마음 토크
잦은 순환보직, 배려 없는 업무지시 답답
공무원 따라 공제사업 표류, 무리한 갑질 요구도
“상호존중하고 배려, 파트너로 대해주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공제기관에게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은 ‘절대 갑’이다.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규제 칼자루를 쥐고 있고, 공제상품 개발이나 정관 변경 등 조합 업무 전반을 수시로 협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에피소드가 생긴다.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뒤집거나, 정기감사를 앞두고 촉박하게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급한 일이 아닌데 세종시로 불러 대면보고를 지시하는 경우 등 ‘갑질’이 종종 벌어진다. 정부관계자를 상대로 ‘을’이 돼야 하는 공제기관 담당자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순환보직 악몽, 핵심 프로젝트 뒤집혀

김 부장은 조합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접어야 했다. 주무부처 담당 사무관이 타 부서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롭게 등장한 공무원이 사업을 반려한 것이다. 그는 공제에 무관심하고 일 벌리는 걸 싫어하는 인물로, 무슨 얘기를 해도 튕겨내기 일쑤였다. 프로젝트의 장점을 설명하고 직접 세종시로 내려가 어필했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

김 부장은 “공무원이 2~3년마다 순환보직으로 교체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인물과 조합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힘들다. 최악의 경우 전임자와 다 합의됐던 사업이 완전히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공무원들은 2년마다 순환보직을 하고, 출산 승진 이직 등 돌발변수에 의한 교체도 많은 편이다. 새 인물이 오면 공제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정도 손발이 맞을 때까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공제조합 입장에선 전임자와 친해지고 업무에 익숙해질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돼 불편할 때가 많다.

배려심 없는 업무지시에 스트레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제회에 어렵게 입사한 황 대리는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기획부서에서 대관담당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이 배려심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인물이어서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끝난 뒤 업무를 지시하거나, 급한 일이 아닌데도 주무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내려와 대면보고를 시키는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입사했는데 퇴사할 수는 없고, 얼른 시간이 흘러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가길 기다리고 있어요”

상품 개발, 보험요율 일일이 허가받아

조합 공제개발팀에서 근무하는 이 과장은 일주일에 한번씩 주무부처에 방문하고 있다. 새로운 공제상품을 개발 중인데 세부사항을 모두 공무원과 상의하고 허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에서 어떤 상품을 팔고싶다고 해서 무조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무부처 인허가를 받아야 해요. 상품 성격이나 보험 요율 등 허가가 필요하니 협조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죠. 저희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도 주무부처에서는 공제상품이 조합원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지, 다른 손보사에 비해 경쟁력있게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따지다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 ‘올스톱’

최 과장은 공제 근거법 개정을 준비하다 주무부처의 요구로 당분간 ‘올스톱’했다. 현재 주무부처가 다른 정부부처와 다툼이 있는데, 민감한 시기에 조합에서 이쪽저쪽 들쑤시고 다니면 신경쓰인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에서는 공제 근거법 개정을 통해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조합원에

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오랜 숙원이지만, 주무부처 공무원이 잠자코 있으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부부처끼리 싸우는데 왜 우리에게 불똥이 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공무원 말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올해 하반기 국회 원 구성 이후 다시 움직이려고 합니다”

바쁘다고 피하는 ‘미꾸라지 공무원’

오 과장은 미꾸라지 같은 주무부처 공무원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만나주지 않아 사업 진척이 안되는 것.

“조합 현안 보고를 비롯해 이야기할 것이 쌓여있는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연락도 잘 안되고, 만나주지도 않아요. 그냥 귀찮고 번거로우니 피하는 눈치인데 정말 난감해요”

무리한 자료요청 부담

때로는 시간이 촉박하게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야근을 감수하기도 한다. 정기감사를 앞두고 몇 년치 조합 자료를 빨리 달라고 해 주말을 반납하고 일해야 했다.

“자료요청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많은 자료를 무리하게 요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보고서 대신 써주기도

최 팀장은 주무부처 공무원이 상사에게 보고할 공제조합 관련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준 적도 있다. 한번은 공제조합 관련 문의가 왔는데 설명을 해도 잘 몰라서 아예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해준 것이다.

“공무원들도 열심히 하는데 기본적으로 그분들 업무에서 공제조합 업무 비중이 10%도 안되는 게 문제입니다. 평소 관심없다가 이슈 있을때만 한번씩 들여다보니 당연히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이왕에 인가를 내주고 공제조합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라면 조합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야 합니다”

‘역지사지’ 관심과 배려

이밖에 공제기관에 대한 주무부처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복수의 공제 관계자들은 “공제조합은 금융기관으로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단체이므로, 부하직원처럼 대하지 말고 좀 더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평소 관심을 두고 자주 소통하며 합리적인 지도감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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