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불안을 달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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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불안을 달래는 방법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2.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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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주변에 기혼자가 많아지며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도 바뀌어 간다. 결혼 전에는 연애, 취미, 회사생활 등 소재가 많았는데, 이젠 부동산과 주식을 필두로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메인이다. 얼마 전 고향 친구들 모임에서는 보험이 이슈였다. 가정이 생기니 싱글일 때 안 하던 걱정을 하게 되고, 불안감을 달랠 수단으로 보험을 찾게 되는 건 예정된 순서였다.

우린 서로의 보험을 비교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 다시 말해 너 호갱 당한 거라며 신나게 놀려대는 자리를 가졌다. 친구들은 다들 실비보험과 중증질환 진단비는 기본으로 갖고 있었다. 여기에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암보험 중 한두 개가 추가됐다. 그런데 친구들이 든 보험 중 내가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것이 두 개나 있었다.

첫 번째는 운전자보험이었다. 출장이 잦아 하루에 운전만 4시간을 하는 친구가 들어놓은 보험이었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었을 때 맞닥뜨릴 상황이 아찔해서 가입했다는데, 내게도 나중에 차를 사면 꼭 가입하라고 성화였다.

운전자보험의 핵심은 ‘형사합의금’과 ‘변호사 선임비용’, ‘교통사고 벌금’이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로 교통사고가 나거나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데, 처벌 수위를 낮추려면 피해자와 합의를 봐야 한다. 이때 보통 합의금이 필요한데 별도의 기준이 없어 심하면 억 단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형사소송 진행을 위한 변호사 선임비용, 확정판결 시 부과되는 벌금까지 보장되므로, 사고가 났을 때 몸도 다치고 가족에게 빚만 떠안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친구의 말이었다. 막연하게 사고가 나면 자동차보험으로 해결되겠거니 생각했던 내게 형사적 책임은 뜻밖의 복병이었다.

두 번째로 의외였던 보험은 화재보험이었다. 화재는 뉴스 밖에서는 실제로 접해보지 못해 그동안 필요성이 와닿지 않았다. 친구는 화재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에 불이 났는데 상가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느라 몇 년간 고생하시던 모습이 가슴에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16층 이상 아파트는 법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해서 보통 관리비에 화재보험료가 포함되어 있다. 친구가 사는 곳도 고층아파트인데 왜 별도로 가입했냐 물었다. 단체보험으로는 내 과실로 인해 이웃집이 입은 피해와 집안의 가재도구까지는 커버가 안 된다는 답변이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처럼 속수무책으로 집주인에게 배상하며 수년간 남을 위해 사는 상황만큼은 절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살면서 축적된 저마다의 경험은 어떤 걱정을 하고 무엇을 불안해하며 살지를 결정한다. 내겐 아직 차가 없고 화재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없지만, 불안을 달래기 위해 한 달에 만 원에서 이만 원을 꼬박꼬박 내는 친구들의 마음은 백분 이해된다. 가끔 점심값을 아껴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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