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당근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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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당근 하셨나요?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2.03.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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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아파트 정문 앞 편의점은 새로운 장터다. 조그맣게 주차할 공간도 있고 지도에서 찾기도 편한 곳이다. 편한 옷차림으로 손에 한가득 짐을 들고 두리번거리는 남자가 있으면 거의 100%다. 반대편에서 한 남자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는 눈빛이다.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과 함께 가슴이 콩닥거린다.

“혹시 당근이세요?”

서둘러 손에 든 물건을 건넨다.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를 받곤 한다. 거래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입금 확인이 되자마자 서둘러 인사하고 돌아선다. 아내가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예약하고, 남편이 실제 현장 거래에 나서는 광경을 풍자한 유튜브 ‘너덜트’ 채널의 ‘당근이세요’ 영상은 조회 수가 500만 뷰에 달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중고 거래의 한 장면이다.

2015년에 설립되어 대한민국 중고 거래의 대세 플랫폼이 된 당근마켓은 2021년 1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약 2200만 명에 달한다. 반경 6Km 이내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끼리 직접 거래하는 시스템이 당근마켓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간 택배로 이루어지던 중고 거래에 대한 불신과 넘쳐나는 사기행각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지역 기반의 중고 직거래 플랫폼에 환호했다.

게다가 본인에게 필요가 없는 물건은 ‘무료 나눔’을 통해서 공유하는 문화도 당근마켓을 통해 퍼져 나갔다. 아내도 돈을 받기가 애매한 수준의 오래된 헌책이나 장난감은 무료 나눔을 하는데, 삽시간에 예약이 되어 버리곤 한다. 무료 나눔이지만 과일이나, 쿠키 같은 답례품으로 따스한 이웃 간의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어느새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에 선정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당근마켓의 빠른 성장은 그만큼 중고 거래 시장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근 지역 거주자에 한정된 거래만 가능하고,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전한 시대에 오프라인 거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직거래 위주이기 때문에 사기의 우려는 적으나, 거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택배 거래를 유도하는 사기꾼도 여전히 존재한다.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오프라인 거래라는 훌륭한 대안을 제시해 주었지만, 고가의 물품 거래나 온라인을 통한 중고 거래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중고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 간의 신뢰를 넘어선 거래 플랫폼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보험과 공제의 역할이 떠오른다. 개인 간 거래의 리스크를 줄이고, 짝퉁 판매나 사기 등의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튼튼한 제도가 필요하다. 개별 플랫폼이 증빙하기 어려운 영역은 거래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를 통해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미 중고차 시장에서는 직거래 고객을 위해 성능과 품질을 보증하는 보험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한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의 품질 제고를 위한 공제 조합도 필요해 보인다.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 구축과 질서 유지를 통해 땅에 떨어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중고 거래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공유 경제와 구독 서비스가 점차 확산되면서 ‘소유’보다는 함께 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중고 거래가 지속되기 위해선 개인의 도덕성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와 제도도 중요하다. 보험과 공제가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와 결합된다면, 우리네 삶의 질도 점차 나아질 것이다. 오늘도 아파트 편의점 앞에는 많은 남편들이 두리번거린다.

“오늘도 당근 하셧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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