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제주도, 렌터카 보험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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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제주도, 렌터카 보험 들고서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2.02.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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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명렬] 얼마 전 가족과 함께 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해안선 도로 길이가 250km에 이르고, 대중교통 간의 연계도 미흡하다. 어렵게 휴가를 내서 제주도에 들른 여행자에게 이동 시간을 아껴주는 렌터카는 필수품이다. 아내도 항공, 숙박 예약이 끝내자마자 렌터카를 예약했다. 오랜만의 여행에 신나서 재잘대는 딸아이를 진정시키고, 제주공항 앞 셔틀버스를 타고 예약해 둔 렌터카 수령 장소로 이동했다. 코로나 여파인지 주차된 차량을 비대면으로 수령하고, 출발 시 간단한 안내만 받는 등 절차도 간단했다. 경쾌한 차량 시동과 함께 즐거운 제주도 여행이 시작됐다. 

초행 길은 익숙지 않고, 신나는 여행 기분에 들떠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화산암 지대인 제주도는 거친 돌담과 비포장길도 많다. 제주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5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2번의 차량 사고를 목격했다. 첫 번째는 제주 시내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였다. 운전자는 서로 인상을 쓰고 전화 걸기에 바빴다. 두 번째는 도두봉 아래 임시 주차장의 좁은 공간에 주차하다 보도블록에 차량 범퍼를 긁는 사고였다. 드르륵하는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운전자의 표정은 일순간에 굳어버렸다. 하얀색 차량의 번호판을 보니 역시나 렌터카였다. 

제주도 등록 차량 4대 중 1대가 렌터카이고, 제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렌터카 사고가 1500건, 부상자도 2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즐거운 제주 여행에서 렌터카를 몰다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할 확률이 제법 높은 것이다.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우리 가족도 제주도에 오기 전 미리 렌터카 보험에 가입했다. 자동차 종합보험인 대인, 대물, 자손 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있으나 문제는 선택 사항인 자차 보험이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한 차량 손해와 관련된 보험으로, 일반 면책과 완전 면책 등 종류가 다양하다. 

완전 면책은 사고가 났을 때 지정한 보상한도(200~500만원) 내에서 수리비, 면책금, 휴차료 등이 완전히 면제되는 보험이다. 가장 든든한 보험이지만 비용이 비싸고 나이가 어리거나 운전 경력이 짧으면 가입이 어렵다. 일반 면책은 수리비 일부와 휴차료를 내야 한다. 이외에 업체별로 보상한도가 무제한인 슈퍼 특약, 부분 무제한 특약도 운영한다. 하지만 운전에 자신이 있거나, 비용 문제로 자차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렌터카를 운전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인터넷에는 자차 보험 비용 몇 푼을 아끼려다 사고가 나서 큰 손해를 입은 이들의 후일담이 넘쳐난다. 마냥 자차 보험을 들지 않은 이들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제주 렌터카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먼저 업체별로 용어, 약관, 가입 및 보상 기준 등이 제각각이고 이를 고객이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영세 업체의 경우 계약상의 허점을 이용해 과도한 수리비와 휴차료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가 발생하고 업체와 분쟁이 생겼을 때의 대응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렌터카 대부분이 블랙박스도 없어 과실을 증빙하기도 쉽지 않다. 사고 처리는 렌터카 공제조합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여행 일정이 촉박한 소비자는 업체나 조합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마련이다. 이러니 제주 렌터카 시장은 계륵이 되어 버렸다. 안 쓰자니 여행이 불편하고, 쓰자니 불안하고 께름칙한 애매한 시장이다. 

코로나로 해외로 나가가 어려운 시국에 제주도는 최고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천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유독 렌터카 시장만큼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자차 보험 상품을 간결하게 정비해가고, 사고 처리도 투명하게 운영해야 나가야 한다. 렌터카 공제조합도 과도한 상술로 피해를 입히는 악덕 업체는 색출해서 고객의 신뢰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떠난 행복한 제주 여행이 렌터카로 인해 악몽으로 바뀌는 일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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