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차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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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차는 안녕하신가요?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2.0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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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출퇴근 시간에 유튜브를 즐겨본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잡식성으로 영상을 보는 스타일이지만 최근 꽂혀 있는 주제가 있다. 바로 중고차 허위매물 관련 영상이다. 인터넷에 아주 값싼 가격의 중고차 매물을 홍보하고, 이를 보고 찾아온 고객에게 다른 매물을 권하거나, 고금리의 할부 상품을 강매하는 등의 악질적인 사기 행각을 다룬다. 방구석에 앉아 대본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중고차 매매 업계에 근무하는 딜러들이 유튜버로 나섰다. 허위매물 거래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사기 행각을 고발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담긴다. 돈이나 명예를 바라고 하는 일도 아니다. 생업에 종사해야 할 딜러들이 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사기꾼들을 쫓아다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사기행각을 들킨 허위 매물 딜러들은 무조건 발뺌을 한다. 허위 계약서를 숨기고, 다른 고객에게 전화하는 척 자리를 피하고 도망치기까지 한다. 중고차 딜러에게 필수인 상사 소속 사원증도 없고, 있더라도 가짜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침착하게 증거를 모으고, 이들의 정체와 사기 행각을 밝혀낸다. 형사보다 더 집요하다. 결국 말미에 억지로 사과를 하거나, 환불해주는 딜러들도 있지만, 뻔뻔하게 잡아떼며 모든 것을 고객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악질 딜러들도 많다. 결국 법원까지 사건이 넘어가는 경우도 잦고, 판결이 나기까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은 오롯이 피해자의 몫으로 남는 게 현실이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는 ‘신뢰’가 생명이다. 서로가 사고파는 재화가 믿을 수 있어야 거래가 이루어지고 나중에 뒤탈이 없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딜러가 차량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구매자는 성능기록부나 짧은 시승 경험으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정보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고장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즉 차량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딜러가 선량하기만을 믿고 중고차를 구매해야 한다. 이를 악용해서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딜러들이 생겨났고,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만 갔다. 중고차 사러 갔다가 호갱이 된 사연이 주변에 넘쳐난다. 이제 중고차 거래 시장은 시고 맛없는 레몬, 불량품들만 넘쳐난다는 이른바 ‘레몬 시장’이 되어 버렸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겠다고 선언하자 큰 논란이 일었다. 중고차 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었으나, 2019년 지정 해제되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 진출로 시장이 정화되길 기대하며 크게 환영했지만, 중고차 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반대를 하고 나섰다. 논란으로 인해 대기업 진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못했다. 이미 수입차 업계에서는 자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기에 대기업 진출을 마냥 막고 있기에는 형평성의 문제도 생긴다. 또한 온라인 기반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들도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필연적으로 외면 받을 절박한 상황에 부딪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업체의 현실을 대변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공제조합’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공제 조합이 설립되면 중소업체들의 통합 관리도 가능하고, 중고차 보증 연장 상품의 출시도 가능하다. 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했던 중고차 품질, 가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운용자금이 늘어나면 회원사 대상 중고차 매입 자금에 대한 대출이나, 딜러들의 복지를 위한 연금 서비스 등의 제공도 가능하다. 21년 9월부터 중고차 업계와 국토교통부가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나,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자동차 관리법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허위 딜러들을 고발하는 유튜버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선량하게 일하는 수많은 딜러들의 땀과 노력이 몇몇 허위딜러들의 파렴치한 사기 행각으로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중고차 딜러라는 직업이 부끄럽지 않게 말하고 싶다고. 안타깝지만 오늘도 인터넷에는 수많은 허위 매물들이 판을 치고, 지역을 넘나드는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중고차 업계가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고 결국 도태된다면, 업에 연관되어 일하는 많은 사람도 2차, 3차 피해를 보게 된다. 모쪼록 유튜버 몇 명의 노력에 안주하지 않고, 업계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시고 맛없는 레몬보다 더 달고 신선한 과일을 원한다. 세상에 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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