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보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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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보험 생활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1.11.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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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2년 전 이맘때쯤 휴대폰을 교체했다. 나들이 간 박물관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서비스 센터의 액정 수리 비용이 너무 비쌌기에 새 휴대폰을 사면서 보험에도 함께 가입했다. 보험 비용은 3천 원 남짓이었으나, 최대한도 100만 원, 수리 및 분실 비용의 80%까지 보장해준다는 판매원의 설명에 덜컥 보험 서류에 서명했다. 매달 휴대폰 요금에 얹어서 보험 비용이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소액이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2년이 지나는 동안 휴대폰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른 새벽 급한 지방 출장을 가다 깜빡하고 휴대폰을 자동차 지붕 위에 놓고 출발해 버렸다. 한강 근처 동부간선도로에 휴대폰이 떨어졌지만 운 좋게도 지나던 트럭 기사가 발견해서 어렵사리 찾은 해프닝도 있다. 자주 떨어뜨리다 보니 액정엔 흠집도 크게 나고 출퇴근길에 유튜브를 즐기다 보니 배터리 성능도 크게 떨어졌다. 먼 길을 갈 때 보조배터리는 필수로 챙겨야 하는 불편함도 생겼다. 그 사이 폴더블폰도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구매 욕구도 샘솟았다. 2020년 기준으로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는 28개월 남짓이라고 하니 남들처럼 바꿀 때가 됐다는 자기 합리화도 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2년 전 가입해 둔 휴대폰 보험이 떠올랐다. 검색해보니 보험으로 휴대폰을 수리해 새 휴대폰처럼 만들어 쓴다는 글들이 있었다.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서비스센터에 들렀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보유하고 있는 액정이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1주일 후 다시 센터에 들렀고, 30분 만에 수리가 완료되었다. 액정과 배터리까지 일체형으로 수리비를 30만 원 가까이 지불했으나, 자기 부담금 20%를 제외한 차액을 청구해서 3일 후 계좌로 돌려받았다. 휴대폰은 새것처럼 바뀌었고 1~2년은 너끈히 쓸 수 있을 만큼 잘 움직인다. 그동안 낸 보험료는 10만 원 남짓이니 제법 이득을 본 셈이다. 

 만약 2년 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신형 휴대폰을 구입했을 것이다. 새 휴대폰이라 기분은 좋았겠지만 100만 원이 넘는 지출도 덩달아 생겼을 것이다. 나에겐 효과적인 보험이었지만, 나 같은 고객이 늘어난다면 보험사는 분명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휴대폰 보험보다 더 일상화된 실비 보험에선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의 증가로 인해 실비 보험료는 매년 크게 오르고, 보장되는 영역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결국 보험제도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많은 혜택을 이용하려는 소비자와, 이를 적절히 견제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보험사 간의 끊임없는 줄다리기인 셈이다.

다음에 새 휴대폰을 사게 된다면 휴대폰 보험에 또 가입할 생각이다. 잃어버리지 않고, 고장 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세상일은 내 뜻 대로만 되지 않는다. 옛 조상이 계, 두레, 향약을 만들어 함께 도우며 고난을 이겨내던 것처럼, 현대인의 일상에 보험과 공제가 밀접히 들어와 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수많은 제도와 상품의 보호를 받으며 위험을 줄여가고 있다. 보험과 공제를 통해 나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내 이익만 챙기다 보면 다 함께 손해 보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보험과 공제라는 시스템을 슬기롭게 활용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나만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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