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굴리는 공제, 담당공무원은 평균 ‘0.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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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굴리는 공제, 담당공무원은 평균 ‘0.8명’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10.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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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운공제 등 주요 공제기관 담당공무원 1명 이하
순환근무 등 2년마다 교체, 공제 전문성 쌓일때쯤 인사이동 ‘난감’
공무원 성향 따라 공제사업 표류, 업무연속성 떨어져 소통 불편
“주무부처 공무원 공제 업무비중 높이고, 공제업계 성장 지원해야”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교직원공제회, 경찰공제회 등 공제기관 담당 공무원이 1명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육운공제의 경우 주무관 1명이 4개 공제조합을 담당하고 있었다. 국내 공제기관 회원수는 약 150만명, 자산 규모는 1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공제 규모에 비해 관리감독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공제 업무처리가 늦어지거나, 정책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공제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을 충원하거나, 담당자의 공제업무 비중을 늘려 지금보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제신문에서 조사한 ‘공제기관 관계부처 담당자 현황’ 일부. 18개 정부부처에서 52개 공제기관을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은 4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제신문에서 조사한 ‘공제기관 관계부처 담당자 현황’ 일부. 18개 정부부처에서 52개 공제기관을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은 4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공무원 1명, 관리감독에 손 놓은 정부

13일 한국공제신문 조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18개 정부부처에서 52개 공제기관을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은 4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공제기관 1개당 0.88명의 공무원이 배정된 셈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제조합 등 13개 공제조합을 관리하고 있으나, 담당 공무원은 9명에 불과하다.

자동차운영보험과 A주무관이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 전국택시공제조합, 전국렌터카공제조합, 전국버스공제조합 4개를 혼자 관리하고, 건설정책과 B사무관은 건설공제조합과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2개를 맡고 있다.

이밖에 전문건설공제조합(시설안전과), 건축사공제조합(건축문화경관과), 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기술기준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손해배상책임공제(부동산산업과),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단(주택건설공급과), 공간정보산업협회 공간정보공제조합(공간정보과), 한국골재협회공제조합(건설사무과) 등 각각의 부서에서 사무관 혹은 주무관 1명이 공제 담당자로 배정돼있다.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공제회의 경우 수조원~수십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수십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교직원공제회는 회원 84만명, 총 자산 45조8000억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회원 7만5000여명, 총 자산 8조5000억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담당 공무원이 1명에 불과해 사실상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다른 정부부처도 이와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할부거래과 C사무관이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수거래과 D사무관이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을 맡고 있다.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 공제를 관리하는 소비자정책과는 아직 담당 공무원조차 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밖에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전력산업과 E주무관이 전기공사공제조합과 한국전기기술인협회를 맡고 있으며, 엔지니어링공제조합(엔지니어링디자인과), 자본재공제조합(기계로봇과),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조선해양플랜트과), 한국주유소협회(석유산업과) 등을 각각 1명의 공무원이 전담하고 있다.

잦은 교체, 전문성 떨어져 불편…공제업무 비중 높여야

물론 공제 담당자 외에 각 부서마다 주임, 계장, 과장 등 조력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제조합과 업무 협의를 하는 건 1~2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공제 담당자가 1명 정도에 그치다보니 공제기관 입장에서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담당 공무원이 자주 바뀌는 것이다. 대부분 공무원은 2년마다 순환보직을 하고, 출산 승진 이직 등 교체주기가 짧은 편이다. 공제기관들은 공제 상품개발, 출자사업 및 산하사업체 관리, 자산운용 등 기관 운영 전반을 주무부처와 협의하는데, 담당자가 바뀔때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보고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담당자의 공제 전문성도 떨어진다. 인사, 예산 등 일반적인 사안은 공무원과 공제기관의 협의가 수월하지만, 좀 더 깊이있는 공제업무 논의는 공무원이 전문성을 갖춰야 대화가 가능한데, 공제에 대한 이해도가 쌓일때쯤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바람에 소모적인 업무를 반복해야 한다.

심지어 바뀐 공제담당자 성향에 따라 기존에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공제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근거법 변경과 같이 공제기관에서 수년간 공들여 추진하고 전임자와 합의가 끝난 사안인데도 바뀐 공무원 성향에 따라 중단되는 것이다.

공제조합 F본부장은 “공무원의 보직 순환기간 자체가 짧기도 하고 업무 도중 출산, 승진, 이직 등의 이유로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창간2주년 서베이] 공제인, 공무원에게 바란다

공제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도 나름의 할 말은 있다. 이들에게 공제기관 관리감독은 메인 업무가 아니라 수많은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눈 앞에 업무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공제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설명이다. 정기감사나 연말 결산보고 등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공제기관은 평소 관심 밖이다.

예컨대 공정위 할부거래과는 ‘할부거래 및 선불식 할부거래에 관한 소비자보호 시책의 수립·시행’이 주요 업무고, 공정위 특수거래과는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판매·계속거래 및 사업권유거래 분야의 소비자보호시책의 수립·시행이 목적이다. 공제 담당자들도 이런 업무를 일정부분 맡고 있다.

반면, 공제와 유사한 보험업계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담 인력만 100명 이상이다. 보험감독국, 생명보험 검사국, 손해보험 검사국, 보험영업 검사실, 보험리스크 제도실 등 다양한 실국·팀에서 보험회사 관련 인허가, 건전성 및 영업행위 등을 감독하고 있다.

공제업계에서는 주무부처의 관심과 지원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업계 규모가 자산 100조원, 회원수 150만명 등 예전보다 크게 성장한 만큼 달라진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을 위한 관심과 적절한 관리감독 등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련의 변화는 규제 강화가 아니라 공제기관과 소통 강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공제기관과 지금보다 소통 횟수를 늘리고, 담당 공무원의 공제업무 비중을 높이는 등 단계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공제조합 G팀장은 “공무원들도 열심히 하는데 기본적으로 그분들 업무에서 공제조합 업무 비중이 10%도 안되는 게 문제다. 평소 관심없다가 이슈 있을때만 한번씩 들여다본다. 한번은 공제조합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내용을 잘 몰라서 우리가 직접 해드린 적도 있다. 이왕에 인가를 내주고 공제조합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라면 조합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대학원 H교수는 “보험회사의 경우 정책 입안은 금융위, 관리감독은 금감원이 하고 보험담당 인력만 200명이 넘는다. 반면 공제업계는 규모가 커지는데 비해 담당자는 1~2명에 불과해 관리감독이 소홀한 측면이 있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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