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정보비대칭의 2중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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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보비대칭의 2중 구조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09.27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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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원칙의 하나가 계약의 자유이다. 계약의 자유는 계약체결의 자유, 계약상대방을 선정할 자유 그리고 계약내용을 결정할 자유로 구성된다. 계약의 자유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계약당사자간 평등한 조건하에서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실질적으로 중요한 점은 계약체결에서 계약당사자가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찍이 계약당사자간 정보의 비대칭에 대해 설파했던 G. Akerlof(1978)는 계약당사자간 정보의 비대칭은 계약성사에 장애가 되고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해당 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장이 작동하고 유지되는 것은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관련한 정보의 비대칭은 매우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보험계약을 하고자 하는 청약자와 보험회사 간에는 보험회사가 보험청약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보험청약자는 보험회사 및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보험계약과 관련된 정보비대칭은 2중 구조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비대칭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보험계약 성사는 물론 원활한 보험시장 작동이 어려울 것이다.

보험청약의 경우에는 청약자에게 진술(representation), 보증(warranty), 은폐(은닉, concealment)금지 등 규정을 적용한다. 보험회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청약자가 정보제공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계약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는 강력한 규정이다. 계약체결 이후에도 유사 규정이 계속적으로 적용된다.

보험청약자의 보험회사 및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부족 측면은 관리감독기관에 의한 정보제공이 있고 청약자의 정보수집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제도적인 접근은 설계사제도, 각종 공시제도, 그리고 보험중개사 제도 등을 두고 있다.

보험은 소비자 스스로가 그 필요성을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보다는 공급자가 필요성을 일깨우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보험회사에서 이러한 역할은 설계사가 주로 수행하게 된다. 즉, 보험설계사는 소비자에게 일차적으로 보험의 필요성을 인지하도록 하고 이차적으로 관련 필요한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관리감독 기관에서는 각 보험회사의 경영자에 대한 정보, 재무건전성, 소비자만족 수준, 사회공헌 활동 등 소비자가 필요로 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하여 공시를 한다. 관리감독 기관이 공시를 통하여 제공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순전히 보험소비자의 몫이 된다.

보험중개사 제도는 보험소비자 대부분이 보험상품 관련 정보약자라는 측면을 보완하고자 마련된 제도라 볼 수 있다. 보험의 특수성, 복잡성, 전문성 등을 감안하면 보험회사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보험상품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적절한 상품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소비자가 보험상품 관련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학습하고 응용하여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중개사 제도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소비자 입장에서 적절성, 효용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제도이다.

보험을 비롯한 재무금융 관련 소비자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그리고 소비자학 분야 등에서도 소비자의 지식 및 학습능력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어 오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상품선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지각된 우수한 품질의 상품이 있으면 추가상품 구입시 해당 상품 군에서 다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상품 관련 기존지식이나 믿음이 있을 경우 이를 지지할 지식이나 정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의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상품선택 관련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보험 역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며 변화를 모색해 왔다. 급속한 고령사회화, 사회구조와 생활패턴의 변화, 제도 및 판매방식의 변화 등은 보험업과 관련짓는 모든 종사자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규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관리감독자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과 과업조건 하에서 인간은 상당한 수준의 융통성을 발휘하며 적응해 나간다는 점 역시 발견되고 있다(Payne 등, 1993)는 측면은 그래도 보험의 앞날에 대해 낙관적 기대를 허락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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