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군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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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군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1.09.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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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 

[한국공제신문=방제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나 또한 뜨거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접했다. <D.P>를 다 보고 나서는 말과 글로 다하지 못할 만큼 먹먹함이 밀려왔다. 어쩐지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여전히 그곳에서 힘든 시기를 보낼 얼굴 모를 이들이 안타깝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 군대는 상명하복 문화를 바탕으로 ‘안되면 될 때까지’란 구호 아래 20대 혈기왕성한 젊은 청춘들의 몸과 마음을 좀먹는 곳이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곳에 물들었고, 군대의 악습을 문화로 받아들였다. 암묵적인 폭력에 침묵했고, 조직적으로 은폐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군대를 경험했던 나의 시간은 흘렀고,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 기억을 잊었다. 나 뿐 아니다. 군대를 경험했던 대부분의 예비역이 그저 추억의 한페이지마냥 군대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군대의 ‘현실’은 냉엄하다. 여전히 그곳에서는 연평균 70여 명의 젊은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난 20여년 간 연평균 195.6명이 군 복무 중 사망했다. 2020년에도 55명의 젊은 청춘이 그 속에서 별이 되었다. 그 중 자살은 42명이다.

수치상 0.1%의 군인들이, 꽃다운 젊은 청춘들이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 하에 원치 않는 죽음을 맞았다. 매년 195.6명이 그들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을 가족의 품으로, 형제의 품으로, 연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무엇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란 절규는 그래서 중요하다. 군대가 내부에서 바뀌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라도 바꿔야 한다. 군인들의 안전과 삶을 보장할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단 뜻이다.

그것이 군인들을 위한 의무보험이든, 공제든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이들에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 말이다.

우리가 종종 잊고 있는 것들 중 하나는 그들이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군대라는 폐쇄적 조직에 갇힌 다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아닌 타의로, 전쟁이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은 휴전국가의 허울뿐인 법과 의무라 멍에를 지고 말이다.

강제로 군에 간 그들은 직업군인이 아니다. 자신들이 원해서 군대를 간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유독 한국 사회는 젊은 군인의 희생과 노고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젊은 군인을 위한 나라는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여전히 그곳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한 부모의 아들이자 연인, 형제, 친구라는 이름의 가장 인간적인 사람 말이다.

미국 국민들은 군인을 마주치게 되면 “Thank you for your service”말로 감사표시를 전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안보를 책임지는 ‘당신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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