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보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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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보험 단상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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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현대 사회를 지식정보 사회, 글로벌 시대, 대중사회라 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에 의한 기계세상과 사이버세상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현대사회는 동시에 소비의 시대라 일컫는다. 이는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가 다양해지고 구매패턴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기업들 역시 다양한 재화를 시장에 넘치도록 공급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사선택 패턴과 기업의 풍부한 상품공급으로 인해 현대의 소비경제는 이전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특히, 소비 및 구매행위 등 의사결정이나 행위에 대하여 고전적인 경제학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이 눈길을 끈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고전적 설명은 수요공급의 법칙,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기대효용이론 등에 의한다. 경제주체는 합리적 의사결정자라는 기본 가정이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적 명제가 적용될 수 없거나 이러한 명제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속속 발견됨에 따라 새로운 설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표적인 이론들이 제한적 합리주의, 프로스펙트이론, 행동경제학 등이다.

보험의 경우는 어떠한가? 보험상품은 구성내용에 따라 순수소비재로 볼 수도 있고 투자상품으로 볼 수도 있다. 순수소비재의 경우 보험소비라 할 수 있다. 보험료를 지출하고 이에 대한 급부로 안도감이라는 심리적 효용과 미래의 불확실하지만 확률적인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실질적 효용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관련 소비에 대해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 이론들을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볼 때 우선 떠오르는 생각이 판매방식의 특수성과 보험상품 내용의 복잡성이다.

판매방식 관련 IMF직후 P사에 의해 시도된 전문성 제고를 주무기로 한 설계사에 의한 판매방식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이후 판매채널의 다양화, GA라는 새로운 유통방식의 도입은 설계사를 포함한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TV방송에 의한 홈쇼핑에서 보험상품 판매, 소위 말하는 보험리모델링은 보험의 대중화와 합리적 소비를 정착시키는데 상당부분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직도 판매자(설계사)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설계사 관련 연구는 대부분 업무만족이나 이직의도, 리더십이나 인센티브 등 실적증진 방안, 불완전판매 감소방안 등에 집중되고 정작 판매자(설계사) 본인의 의도 및 행위의도 관련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인의 의도 및 행위의도에 대해서도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의도, 자신의 업무전문성에 대한 자긍심, 업무만족 등 세부적 연구주제가 적지 않다고 본다. 현재 판매자(설계사)가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아니고 법적으로 독립사업자로 보기 때문에 업무 관련 기본적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는 측면이 있고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도 연구주제로서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판매자(설계사) 역시 위임관계가 됐든 수수료 기반 보수체계가 됐든 수입을 목적으로 근로를 하는 것이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주요한 사회구성원이다. 따라서 판매자(설계사) 본인에 대한 연구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소비자 의사결정 관련 연구들을 보면, 소비자는 문제해결을 위해 정보획득을 하며 기존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 그리고 외부에서 획득하게 되는 외부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정보탐색을 하는 정도가 광고민감성, 구매과정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정보획득 노력은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에 기인한 것이며, 이때 필요한 것은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정보획득일 것이다. 보험상품은 그 내용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일반 소비자가 이를 이해하고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정확한 정보라 하더라도 정보의 양에 압도될 수 있기도 하다. 정보의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보험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다. 보험소비자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효율적으로 정보가 제공돼야 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보험 등 금융상품의 경우 좋은 상품, 유익한 상품이란 판정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나 판단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본질적 속성의 극복은 최첨단 인공지능(AI)의 출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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