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규제 리스크에 직장신협 탈퇴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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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규제 리스크에 직장신협 탈퇴 러시?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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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법 시행으로 은행 수준 규제 적용
관련 업무 늘고 복잡한 절차‧비용 부담스러워
직장신협 해산 후 직장공제 전환으로 리스크 해소
전문가 “안전장치 확보 후 전환, 운영 자율성 높여야”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직장신협이 금융 규제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직장 동료들의 계모임’ 정도로 여겨지던 직장신협은 높은 이자와 배당금 혜택 등을 내세워 자산총액 3조1139억원, 조합원사 128개, 이용자수 43만명 등 금융기관 뺨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마이데이터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보호 조치가 강화되면서 규제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영 리스크가 커지자 직장신협을 해산하고 직장공제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직장신협이 뭐길래?

직장신협은 대한항공, 두산 등 특정 기업 소속 직원들이 출자해 설립하는 비영리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출자금을 재원으로 예적금 상품을 운영하거나, 조합원에게 대출해 줌으로써 직장 내 은행 역할을 한다. 

직장신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만큼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직장인들이 신협에 가입하면 매달 급여 일부가 공제돼 출자금으로 들어간다. 출자금은 꾸준히 쌓아뒀다가 퇴직할 때 배당금까지 한번에 찾아 안정적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신협의 경영실적에 따라 예·적금 이자 외에 출자금에 따른 배당금(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적금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농특세 1.4%만 부과)되고,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된다.

다른 혜택은 신용대출이 쉽다는 것이다. 담보 없는 신용대출을 1000만원~1억원까지 해주는데, 대출금리가 5%대로 높지 않고 은행 대출과 달리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아 급전을 융통할 때 편리하다.

운영 측면을 볼 때도, 직장신협은 자사 직원들과 거래하기 때문에 연체나 부실 가능성도 낮다. 직장신협의 평균적인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6개월 이상)은 0.3% 수준으로 시중은행(1~2%)보다 양호하다. 직장 동료들이 모두 신협의 주주이기 때문에 돈을 갚지 않으면 주변 동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연체율을 낮추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두산, 국민은행, 우리은행, 한진해운 등 다양한 기업이 직장신협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6000여명이 직장 신협에 가입해 740억원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사업 수익에 대해 2%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783명이 직장 신협에 가입해 총자산 27억 4000만원을 확보 중이다. 주요 업무는 출자금의 적립 및 배당, 조합원에 대한 대출(연 5%, 최대 2000만원) 등이다.

마이데이터 등 규제 적용, 운영 리스크↑

이처럼 장점이 많은 신협이지만 최근 금융 규제가 늘어나며 운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직장신협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다. 조합원들이 대표자 선출하고, 총회에 참석해 직접 의견을 내고 사업운영 역시 직접 한다.

보통 총무, 인사, 회계 등 경영관리 부서에서 1~2명이 직장신협을 관리하는데, 금융 규제 강화로 관련 업무와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직장신협을 해산하거나 직장공제 등 다른 형태로 전환을 검토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마이데이터법 시행으로 정보주체(개인)가 금융회사에 신용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직장신협도 금융기관에 해당해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미제공시 5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협전산망’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 작업도 만만찮다. 전산망 구축을 위한 제 비용 부담은 물론, 신협전산망에 참여하기 위해 금융장부를 정리하는 원장통합 업무도 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것도 부담스럽다. 신협 운영 과정에서 적합성‧적절성의 원칙 등 6대 판매원칙을 따라야 하고, 청약철회권, 설명에 대한 입증책임 등 금융기관으로서 여러 규제를 받게 되면서 운영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게다가 개인정보 보호 규정마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라서 직장 신협을 지금처럼 운영하는 게 나은지, 해산하고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나은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직장신협 운영담당자는 “우리 직장신협 운영 수익은 연간 1억원 남짓인데,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따르려면 그 비용이 수억원에 달한다. 운영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신협 해산 후 직장공제 전환 잇따라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직장신협을 해산하고 따로 공제를 만들거나, 노조 등에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굳이 직장신협이 아니더라도 직장 내 금융모임을 운영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한국관세사회, 담배인삼공제회, 세우회처럼 민법에 따른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거나, 서울시직원상조회, 한국은행 행우회, 금감원 장학회 같은 비(非)법인 형태의 사업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협 운영에 따른 각종 비용(법인세, 각종 부담금, 전산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고, 자율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성 확대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신협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 직장신협(현재 12개)은 물론, 이미 신협 전산망에 가입한 직장신협도 일부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말 기준 직장신협 현황은 128개 직장신협, 이용자수 43만명, 자산 총액 3조 1139억원이다.

실제로 모 기업의 직장신협 해산‧청산 업무를 자문하고 있는 맡은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문위원은 “마이데이터법 등 금융 규제가 늘면서 경영지원 파트의 담당직원 한두명으론 직장신협을 원활히 운영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기존 조직을 해산하고 운영이 자유로운 직장공제로 전환하려는 문의가 오고 있다. 직장공제는 이미 여러 기업들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직장인 자율금융 형태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법이 시행돼도 신협 관련 업무가 크게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직장신협 중 몇몇은 신협전산망 외 자체망을 사용 중이라서, 변화되는 금융관련 규제를 따르려면 신협 전산망에 들어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망 사용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신규 가입자에 대해 가입비 인하, 망 사용료 인하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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