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사 탐방①]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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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험사 탐방①]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1.07.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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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12곳...해외시장 공략 가속화
매출 8조4471억원, 영업이익 1954억원
형제경영 체계 본격화...후계구도 ‘주목’

히말라야를 정복한 산악인의 영광 뒤에는 이름 없는 셀파(sherpa)가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한발 앞서 걷지만 정상에 닿는 순간, 조용히 뒤로 물러선다. 성공한 보험사 곁에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 숨은 조력자로 불리는 재보험사들이다.

재보험이란 보험사가 드는 보험이다. 우리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것처럼, 보험사들도 자연재해, 대형 화재 등 감당할 수 없는 사고에 대비해 재보험을 든다. 기업에게 받은 보험료 일부를 재보험사에 주고, 위험을 분산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 이런 재보험사는 전세계 수천개가 있지만,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있지 않다.

한국공제신문이 ‘재보험사 탐방’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다. 스위스리, 뮌헨리 등 영향력 있는 재보험사를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주요 상품, 차별화 전략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재보험업계의 저변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대한민국 대표 재보험사 코리안리다.

코리안리는 어떤 곳?

국내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1963년 6월 정부투자기관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로 설립됐다. 1978년 민영 대한재보험주식회사로 전환했으며 2002년 코리안리재보험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8년 싱가폴 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현재 12곳의 해외지점이 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S&P와 보험사 전문 신용평가기관 A.M. Best에서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했다.

국내 점유율 60%, 해외진출 12곳

코리안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60%다. 1993년까지는 국내우선출재제도로 인해 국내 재보험 물량이 코리안리에게 가게 돼 독점구조가 형성됐으나 1997년 재보험 시장 자율화로 해외 재보험사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경쟁 체제에 돌입했음에도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속도보다 성장속도가 더 빨라 이 정도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코리안리가 진출한 전체 해외점포는 총 12곳이다. 현지법인 3곳(홍콩,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 지점 4곳(싱가포르, 두바이, 말레이시아 라부안, 중국 상해), 주재사무소 5곳(영국 런던, 일본 동경, 미국 뉴욕, 중국 북경, 콜롬비아 보고타) 등이다.

이 중 6곳이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취임한 2015년 이후 설립됐다. 2015년 영국 런던에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7년 말레이시아 라부안 지점 설립, 2017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주재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 2019년 스위스 취리히 현지법인 설립, 2020년 중국 상하이 지점 설립, 콜롬비아 보고타 주재사무소 설립했다. 코리안리는 미국 뉴저지에 중개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며 올해 9월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도 그렇고 국내 재보험시장도 어느정도 포화된 상태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안리 해외진출 현황. 자료=코리안리
코리안리 해외진출 현황. 자료=코리안리

매출 8조4471억원, 영업이익 1954억원

연결 재무재표 기준 코리안리 2020년 영업이익은 1954억원으로 전년 2498억원 대비 2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 1887억원에서 1418억원으로 24.9%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수입보험료)은 8조515억원에서 8조4471억원으로 4.9% 증가했다.

매출 중 기술보험(특수보험 및 원자력 보험 포함)이 전년대비 5.6% 감소, 자동차보험이 10.9% 감소했으나 이외의 재물, 해상·항공, 특종, 장기, 생명, 해외점포 등에서 매출액이 증가했다.

특히 해외점포 매출이 2019년 1295억원에서 2020년 2310억원으로 78.4% 증가해 주목된다. 지난해 코리안리 해외 수재 비율은 전체 수재 보험료의 약 26%에 달했다.

RBC(지급여력비율)는 2019년 217.8%에서 2020년 206.1%로 11.7%p 하락했다. 보험영업에서 국내 가계성 및 해외수재 실적은 개선됐으나 지난해 지난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화재를 포함한 국내 기업성 종목의 대형사고 및 자연재해 증가로 손해율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장기보험 38.9%, 해외 재물보험 45.9%

종목별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2020년 국내 시장은 장기보험이 38.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재물보험(기술·특수 및 원자력보험 포함) 17.0%, 특종보험 16.6%, 생명 14.9%, 자동차 8.2%, 해상·항공 4.4%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해외시장은 45.9%로 재물보험이 1위를 차지했다. 생명보험 24.9%, 특종보험 15.9%, 해상·항공 7.4%, 자동차 5.9% 등의 순이었다.

해외 시장의 경우 극동아시아가 28.5%로 1위를 차지했다. 유럽 16.9%, 북미 16.9%, 중동 13.1%, 남미 12.5%, 동남아시아 8.7%, 아프리카 1.0%, 기타 2.4%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의 경우 대체투자(대출포함) 30.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내 채권 29.6%, 해외채권 24.7%, 단기자금 9.1%, 주식 3.2%, 기타 2.9% 였다.

재물·기술·해상·특종보험 등 다양한 상품 취급

코리안리는 재보험사로 기존의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분류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원수보험사의 리스크를 재보험을 통해 인수하기 때문에 손해보험업으로 분류된다. 주로 취급하는 재보험 상품도 손해보험 상품이 많다.

재물보험(화재·재산종합·동산종합·박물관종합보험), 기술보험(건설공사·조립·기계·전자기기·완성토목물·중장비·종합기관기계보험), 해상보험(선박·적하·항공보험), 특종보험(일반배상책임·전문배상책임·근재·상해·보증·기타특종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보험 재보험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해보험 시장은 코리안리의 물량이 많으나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기 때문에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코리안리 측은 생명보험 시장은 손해보험처럼 중개사를 통한 중개인 시장이 형성돼지 않아 영업하기 쉽지 않으나, 한번 계약을 맺으면 20~30년 장기계약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시작된 공동재보험도 생보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공동재보험은 고금리 보험 부채를 비용을 받고 인수하는 제도로 주요 잠재고객은 생보사들이 많다. 이전에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원종익 코리안리 회장과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사진 왼쪽부터 원종익 코리안리 회장과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형제경영 체제 전환

코리안리가 형제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2016년 코리안리 창업주인 고 원혁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회장직은 5년 동안 공석이었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고 원 회장의 장남인 원종익 상근고문이 코리안리 회장 겸 의사회 의장에 신규 선임됐다. 동생인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이사회에서 재신임돼 3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원종익 회장이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코리안리재보험 경영은 원종규 사장이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고 원 회장이 회장 재직 시에 이사회 의장 역할에 전념하고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의미다.

원종익 회장은 코리안리재보험 지분을 3.52%, 원종규 사장은 4.35%를 보유하고 있다.

원종익 회장은 대림산업에서 약 29년 동안 근무하다 2010년 7월부터 코리안리재보험에서 상근고문을 맡아왔다. 원종규 사장은 고 원 회장의 셋째 아들로 1986년 코리안리에 사원으로 입사해 뉴욕사무소장, 기획관리실 차장, 경리부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실무를 담당했다. 이사, 상무, 전무를 차례로 거친 뒤 입사 28년 만인 2013년에 사장에 올랐다.

완벽한 페이퍼리스 환경 조성

코리안리는 2016년에 페이퍼리스(paperless) 환경을 도입했다. 업무 효율성과 편의성 및 보안 강화 등을 위한 목적이었다. 2016년부터 전 직원에게 태블릿PC가 제공돼 회의자료를 보거나, 전자펜으로 필기할 수 있다.

회의 또한 웹 카메라를 통해 화상회의로 이뤄진다. 원격 업무 시스템도 갖춰져 있으나, 보안 문제 등 민감한 부분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시스템 보안 접근을 임시 허용해줘 현재는 사용가능하다.

회사의 데이터는 모두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 PC는 단순 모니터 역할만 한다. 이로 인해 민감한 보험 정보들도 외부 유출 우려없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모든 데이터가 전자화된 클라우드 업무환경으로, 중앙서버에서 모든게 관리돼 재택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코로나19에도 별다른 변화없이 업무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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