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맞나?” 사모펀드로 변질된 공제회 투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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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맞나?” 사모펀드로 변질된 공제회 투자사업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6.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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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노하우 쌓이면서 공격적 투자, 공공성 없이 수익성만 추구
최소수익 특혜논란 맥쿼리 최대주주가 군인공제회
인천대교 통행료 비싼 이유, 교직원공제회 대출이자가 원인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공제회들이 사모펀드처럼 변질되고 있다. 자산 규모가 커지며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공공성 보다는 수익성만 추구하는 행태가 늘어나는 것이다. 자산운용 수익률 극대화를 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각종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권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은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주요 공제회들이 국내 사모펀드가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의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

몇년 전만 해도 공제회들은 자산규모가 작고, 총 자산의 10% 정도만 투자 가능한 제약이 있어 매력적인 투자자가 아니었으나, 최근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도처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공제회 투자방식이 수익만을 지향하는 사모펀드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시 더 비싼 값에 재매각하는 것이 목적이다. 투자 역시 이익실현 여부만 검토한다. 기업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보다는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건실한 회사가 일시적인 유동성위기로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경우 결국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사회에서 전혀 도움되지 않는데 기관투자자 성격으로서 다양한 특혜를 누린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공제회의 경우 사모펀드에 비해 공공성이 바탕에 깔려있고, 내부 규제가 강한 편이지만, 최근 투자경향을 보면 공격성을 띄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노하우 쌓이면서 사업분야 확대

과거 사업노하우가 없었던 공제회들은 군인공제회가 군납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했던 것처럼 조합원들이 속한 주요 모체가 되는 집단에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분야도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금융업, 통신판매업, 리조트·호텔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주요 투자분야가 기존에는 채권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돈 되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고, 인수합병 과정에 사모펀드와 함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최근 대형공제회가 인수합병(M&A)에 ‘큰 손’으로 등극하면서 주요 투자처들도 공제기관에 의존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투자 규제를 받는 공제회들은 허가받지 않은 사업은 할 수 없고 문어발식 기업인수에 대한 지적으로 최근에는 재무적 투자자로만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서 정보를 빠르게 얻다보니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면 가장 먼저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각종 인프라, SOC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매년 6% 이상의 배당수익을 가져다주는 맥쿼리인프라의 최대 주주는 11.8%의 지분을 보유한 군인공제회다.

맥쿼리는 앞서 통행량 과다분석으로 최소수익 특혜논란이 불거졌던 곳이다.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사회기반시설 사업에서 높은 배당을 실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많이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직원공제회 SOC 사업현황. 박찬대의원실
교직원공제회 SOC 사업현황. 박찬대의원실

자회사 동원해가며 SOC사업 폭리

교직원공제회도 2033년까지 2500원으로 요금이 정해져 있는 서울의 우면산터널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교공은 맥쿼리와 함께 우면산인프라웨이의 최대주주이며, 인천공항고속도로 사업도 운영사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지분 45.07%를 보유하여 최대주주다.

신공항하이웨이는 2016년 교직원공제회에 1300억원을 배당했는데 배당률이 171%에 달했다. 게다가 교공은 신공항하이웨이에 총 1819억원을 빌려주고 2년간 352억원의 이자를 받은 바 있다. 특히 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 예다함상조는 상조부문에서 2016년 10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SOC 사업수익으로 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만들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도 과거에는 임대사업에 집중됐으나 지금은 수익률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개발 초기단계부터 진입하고, 다른 협력사 없이 단독으로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는 공제회도 생겨났다.

공제기관이 경제적으로 규모가 커지면 공제상품 운영이나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공제기관의 투자 성격이 공적연금의 사회적 가치보다는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수익지향적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분명 지적할 점이다.

그나마 최근 공제업계에서 ESG 열풍이 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공제기관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 조직이다. 수만~수십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공제기관은 그 행동 하나하나가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공적연금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민친화적인 사업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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