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제조합, ‘판매→보유공제 전환’ 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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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제조합, ‘판매→보유공제 전환’ 케이스스터디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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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공제 2~3년 유지 후 체계적으로 보유공제 전환
조합원 이익 환원 최우선, 수익성 낮은 상품도 출시
‘공공성 vs 수익성’ 두마리 토끼 잡기 어려워
보유공제 도입 전 ‘전문인력+시스템’ 세팅해야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공제조합의 주 수입원은 보증과 공제사업이다. 이 중에서도 보유공제는 많은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해 대부분 보험사 상품을 연결해주고 수수료 받는 판매공제에 그친다. 그러나 조합이 성장하려면 보유공제로 전환은 필수적이다. 판매공제 수수료는 공제금의 10% 정도로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공제조합의 보유공제 전환 사례가 눈길을 끈다. 판매공제를 한동안 유지하며 운영 경험을 쌓고, 자연스럽게 보유공제로 넘어가는 프로세스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건설공제조합 공제기획팀을 만나 실제 공제상품 개발 및 보유공제 전환 스토리를 들었다. 

보유공제 운영 배경

건설공제조합은 2012년부터 보유공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판매공제는 수익을 가져가는데 한계가 있어 자연스럽게 보유로 전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근로자재해공제, 영업배상책임공제 등을 시작으로 상품을 꾸준히 추가해 지금은 건설업 전반의 사건사고에 대해 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200억원 수준이던 공제수수료 수익은 9년여가 지난 현재 45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공제상품 살펴보니… 건설단계별 맞춤 개발

건설공제조합의 공제상품은 건설공사 단계에 따라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시공 중 공사목적물 대상 공제로는 건설공사공제, 조립공제, 화재종합공제가 있다. 이는 풍수해, 화재 등 각종 사고로 시공 중인 공사목적물에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시공 중 근로자 대상으로는 근로자재해공제(근재)와 신변안전공제를 운영 중이다. 근재는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고, 신변안전공제는 위험 지역에서 전쟁, 테러로 발생한 신체상해 및 인질보상금을 보상한다.

시공 중 제3자 대상으로는 영업배상책임공제를 판매한다. 공사 수행(영업활동) 중 제3자의 신체, 재물을 손상시켜 발생한 배상책임손해를 보상하는 내용이다. 약정에 따라 공사소음이나 분진으로 인한 제3자손해배상책임 담보도 가능하다.

또한 시공 중 공사대금채권공제를 통해 발주자의 대금지급 불이행으로 발생한 손해도 보상한다.

준공 후 상품도 눈에 띈다. 완성공사물공제(토목물, 건축물), 화재종합공제를 운영 중인데, 이는 풍수해, 화재 등 각종 사고로 준공된 목적물에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사업 운용시 리스크에 대비한 상품도 있다. 단체상해공제는 임직원에게 업무상 혹은 업무외의 상해사고 및 질병 등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한다. 임직원책임종합공제(단체신원보상)는 직원이 직무상 부정행위로 조합원에 입힌 재산상의 직접 손해를 보상해준다. 임직원책임종합공제(임원배상책임)는 임원의 업무상 과실 및 주의의무 위반으로 제3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이 손해를 보상한다.

여러 공제상품 중 매출이 의미있게 나오는 것은 근로자재해공제, 영업배상공제, 단체상해공제, 건설공사공제 4가지 상품이다. 각각 100억원~150억원 사이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에서 판매 중인 공제상품들. 건설공사 단계별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를 커버하는 것이 특징이다.
건설공제조합에서 판매 중인 공제상품들. 건설공사 단계별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를 커버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증 + 공제’ 양날개, 종합금융사 도약 발판

건설공제조합 보유공제 특징은 건설 과정에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가 커버되도록 상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10여년간 보유공제를 운영하면서 건설공사 단계별 상품을 개발해 조합원들이 보증부터 공제까지 조합에서 한번에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공제조합이 지향하는 목표는 건설 관련 종합금융회사다. 보증 측면에서 60년 가까이 건설업계를 지원해왔지만 ‘종합’이라고 말하기엔 아쉬웠는데, 공제라는 엔진을 하나 더 추가, 안착시켜 종합금융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품개발 기준, 조합원사 도움 여부

건설공제조합에서 공제상품 개발시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품개발 기준 1순위는 ‘조합원사에 도움될까 안될까’를 따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저희는 무조건 건설회사에서 수요가 있는 상품들을 개발하는데 그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건설 특화 공제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때 손보사에 비해 요율을 인하해주고 있다. 공제상품 판매로 돈 버는 목적보다는 조합원사 지원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상품을 개발, 운영한다. 궁극적으로 조합원이 성장해야 조합도 성장한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상품개발 에피소드

공제상품 개발 과정에서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있다. 단체상해공제는 출시 안했으면 하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이 상품은 건설사 임직원이 업무 도중 다쳤을 때 보상해준다. 그러나 손해율이 너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조합원사에게 보증 등으로 얻은 수익을 환원한다는 측면에서 상품을 론칭했다. 안타깝게도(?) 다른 손보사에 비해 보장내역도 좋아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단체상해보험은 ‘건설사의 복지 상품이나 마찬가지’라는 우스개소리마저 나온다.

다른 손보사였다면 취급하지 않았을 상품을 조합원 혜택을 위해 개발한 경우도 있다. 최근 출시한 공사대금채권공제가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은 발주자에게 돈을 못받거나, 사업비를 떼이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공사를 진행 중인데 발주자가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해 건설공제조합이 손을 내밀었다. 공사대금이 밀린 경우, 조합이 먼저 돈을 주고 발주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사들의 현금흐름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건설공제조합 단체상해공제는 손해율이 높아 '남는 게 없는' 상품이지만, 조합원 지원을 위해 출시했다. 안타깝게도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후문.
건설공제조합 단체상해공제는 손해율이 높아 '남는 게 없는' 상품이지만, 조합원 지원을 위해 출시했다. 안타깝게도(?) 보장내역도 좋아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재보험으로 리스크관리

보유공제라고 해서 모든 위험을 떠안는 것은 아니다. 관리 가능한 선에서 위험을 보유하고, 나머진 재보험을 주고 있다. 이는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보유공제 상품에 따라 100% 다 보유하거나, 50%만 보유하는 등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보험사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큰 공제상품은 잘 안받아준다. 이를 적절히 조율하는 것도 공제조합의 역할 중 하나다.

같은 맥락에서 손해율 역시 그때그때 다르다. 어떨 땐 근재 손해율이 좋고, 어떨 땐 영배가 좋게 나온다. 작년에는 잦은 태풍의 영향으로 기술보험의 손해율이 높았다. 근재도 코로나19 때문에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손해율이 확 튀었다.

그럼에도 공제 상품들을 끝까지 운영해야 하니, 재무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철저히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어려운 점, 수익성 vs 공공성 균형찾기

보유공제를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만일 보유공제로 수익을 크게 가져갈 경우 ‘조합원사를 위한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났다’는 뒷말이 나온다. 반대로 공공성만 추구하면 적자를 볼 수 있다.

예컨대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근재 손해율이 무척 안좋았다. 다른 손보사들은 발빠르게 ‘코로나 질병‧사망 면책’을 설정했으나, 건설공제조합은 ‘조합원 금융기관’이란 성격상 면책 설정을 하지 않았다. 사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은 면책’이라는 한 줄만 공제상품 약관에 넣으면 되지만, 조합원사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공제나 보험은 기본적으로 확률 싸움이고, 대수의법칙을 따르기에 손해가 많이 나면 그걸 반영해 요율을 조정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만, 조합이라서 한번 더 고민할 때가 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이기에 공공성을 추구하되 마이너스는 나지 않도록 적절히 운영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보유공제 적정 인력은?

보유공제의 적정 인력은 정답이 없다. 만일 원수보험료가 100억원인데 100명이 있으면 회사 입장에서 손해고, 반대로 원수보험료 1000억원인데 10명 담당하면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리, 뮌헨리 등이 재보험 논의 과정에서 조합을 방문하면 회사 인력이 어떻게 배치돼있는지 제일 먼저 확인한다. 공제료 수준에 맞는 인력이 필요하며, 그 인력이 보험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공제조합 vs 손보사 

공제조합이라서 갖는 특수성도 있다. 손보사는 보험업법을 통해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는다. 반면, 공제조합은 주무부처의 통제를 받기에, 손보사 대비 보험요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사업비를 줄이고 이 돈을 조합원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상품을 만들고 요율을 정하는 모든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품 개발 전 국토부 협의를 통해 건설사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상품인지, 다른 손보사에 비해 서비스를 경쟁력있게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준비없이 뛰어들면 망한다’

보유공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판매 → 보유공제’ 전환을 꿈꾸는 다른 공제조합에 꼭 필요한 내용을 조언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질문에 “인적-시스템적 역량이 준비돼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험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웬만한 상품은 다 개발돼있고 초과 이윤이 나지 않는 산업이라서, 손보사와 경쟁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전문가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회사에 큰 손실만 안길 수도 있다. 기존에 보험사 통해 조합원에게 팔던 것을 받아서 똑같이 팔겠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저희도 쉽게 판매에서 보유로 전환한 게 아니라, 선배들의 땀과 노력을 바탕으로 보유공제를 안착시켰다. 내부에 전문가들도 많이 있고, 직원들도 보험자격증을 따는 등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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