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경호인공제회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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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경호인공제회 반드시 필요"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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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여성경호원’, 유리천장 깨고 경호업계 혁신 이끌어
경호원 고용안정‧처우개선 위해 구심점 마련해야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고영찬 기자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 고영찬 기자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경호·경비업종에서도 공제회 설립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프로젝트별로 움직이는 경호업무 특성상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4대보험 가입이 어렵거나, 현장에서의 사고·부상에 따른 대책도 미흡한 등의 처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호업협회 및 공제회 설립에 대해 발벗고 나서는 이가 있어 만나봤다. 국내 1호 여성경호원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고은옥 퍼스트그룹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안녕하세요. 한국공제신문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경호경비전문기업 퍼스트그룹의 고은옥입니다. 공제라는 분야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호업계 역시 경호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공제가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25년 차 경호원이자 경호경비법인의 대표로서, 대한민국 경호원들을 위한 공제 관련 영역에서도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국내 1호 여성경호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여성 경호’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19살 때 경호원이 됐습니다.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0대 중반에 경호경비법인을 설립했으며, 1996년 여성경호인으로, 2000년대 초반 탐정 분야에서 여성 최초 타이틀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골절, 인대파열 등의 부상도 있었으나,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면 남성들의 영역에서 여성경호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편견, 차별 등을 극복해 나가며 길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갑질을 하는 의뢰인과 대뜸 “여자는 필요 없으니 나가라”라고 초면에 호통치는 분도 계셨고, 업계 내에서 유리천장도 경혐하면서 협박을 당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사의 매출과 거래처가 어느정도 확보되자, 믿었던 직원들이 배신해 마음고생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고 여자라고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여성경제인, 교수, 저자로서 강연도 하고, 멘토도 되어 경호경비업을 알리고 경호경비 분야를 확장하는데 일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경호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남성에 비해 여성경호원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의뢰인이 여성이거나 여성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 있다면 여성 경호원은 필수적입니다. 특히 위험이라는 것은 예상치못한 작은 부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의 섬세함이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의뢰인도 한층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성경제인의 경호원·수행기사·비서 1인 3역을 담당하기도 하고, 학교폭력,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며,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개선을 위해 함께하기도 합니다. 모델하우스, 은행, 기업, 빌딩 보안, 행사나 총회장 안내 및 질서유지, 법원동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느 영역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경호원들의 고용 및 처우문제는 어떻습니까?

현재 경호경비업종은 한국경비협회가 주축이 되어 경비원으로 호칭되는 분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경호협회가 있으나 법정단체가 아닌 민간단체로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공신력 있는 경호협회 설립 역시 시급한 상황입니다.

특히 외국에 비교하면 고용보장이 되지 않고 복지와 처우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신생업체의 단가덤핑,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먹기’식의 업계 전반의 문제점들과 경쟁력 상실, 코로나19로 인한 행사·축제 취소 상황도 현재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근무자들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고, 기업에 속하지 않는 프리랜서 경호팀의 경우 4대 보험, 고용, 산재, 실업급여 등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사건·사고·부상에 따른 대책이나 보완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저서 'NOWHERE'에 싸인하는 고은옥 대표. 고영찬 기자
자신의 저서 'NOWHERE'에 싸인하는 고은옥 대표. 고영찬 기자

경호 현장에서 겪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금까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손흥민 선수,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히딩크 감독,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기업인, 연예인, 정치인등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의 훌륭한 분들을 경호해왔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국가정상임에도 경호원 한명 한명까지 챙기면서 세심하게 배려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배울 점이 많고, 늘 좋은 의뢰인만 계시진 않습니다. 돈으로 하수인 부리듯 갑질하는 여성분께 항의하고 현장에서 철수하는 경우도 있고, 초창기엔 의류 팬싸인회장에서 연예인 옆에 서 있는 제게 점원이라 생각하고 옷값을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25년간 이 일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여러 피해 상황으로 힘들어 하셨던 분들께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을 때입니다. 학교폭력, 따돌림 당하던 학생들이 잘 자라서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각종 분쟁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사업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분쟁조정을 하거나, 중단되었던 공사 재개로 멋지게 세워진 랜드마크 건물들을 지날 때 혼자만의 뿌듯함을 느낍니다.

중요한 건 이 업을 통해 제가 성장해왔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전국을 통틀어 20명 선정하는 각계각층 대표 멘토로서 최초로 탈북여성경호원을 양성하기도 했고, 청년경제인협회장, 경기도체육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경호원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경호인공제회 등 경호인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호경비업종은 총 5조원대 시장으로 현재 5300여개 이상 업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비원은 이미 경찰보다 수가 많아졌으나 공제제도가 미흡하여 처우와 복지는 항상 제자리입니다. 따라서 법정단체로서 경호인협회를 만들거나 공신력 있는 경호인들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단체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호상품권을 판매하셨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향후 사업계획은 어떻습니까?

현재 저희 퍼스트그룹은 경호 외에도 유통과 재개발·재건축 분야, 건물종합관리, NPL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중 상품권 판매는 유통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경호업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역할을 하고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보험, 여행상품을 벤치마킹해 경호상품권을 제작, 경호원들의 시범 등을 선보이며 기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었던 경호서비스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고, 경호학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기존에 시행하지 않았던 업무영역을 개척하는 일들이 즐겁고 기대됩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상황이 위기이자 기회가 되었습니다.

축제나 행사현장 대신 방역을 위한 업무 영역이 확대됐고, 방역제품 유통과 건설, 부동산 관련 업무 수요가 확대되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존 사업을 강화하면서 시너지가 나는 분야에 적극 진출할 예정입니다.

공인 탐정법 제정안을 제안하셨는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호업무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탐정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 유일하게 탐정법이 통과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나마 작년에 법안 일부 개정으로 탐정이란 호칭은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업영역이 많고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하면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와 가치창출이 기대되는 만큼, 탐정 영역이 양성화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합니다.

공인 탐정법인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경비업처럼 경찰청 허가 제도를 만드는 부분도 방법일 수 있고, 공인탐정을 양성할 수 있는 시험제도를 만들거나 공인협회를 통해 음성화되고 난립된 업계 재정비도 필요합니다.

일본에 가서 관련 자격과정도 이수했으나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진 않습니다. 현재는 변호사의 위임을 받거나 컨설팅 형식으로 다양하게 업무를 활성화 시키고 있습니다. 업계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되길 바라며 발로 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경호업무를 포함한 사회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느낀 여성, 청년, 싱글 등의 약자 입장에서 느꼈던 힘든 과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또 다른 고은옥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사과정, 후진양성, 사업 확장과 기존 자기계발서에 이은 출간 계획이 있습니다. 이제는 경호업계 선배로서 후배들과 동반성장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업계발전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어느덧 회사창립 18주년이 됐습니다. IMF 때 대학에 입학했고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업을 진행했던 기업인으로서, 또 지금의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성공은 도전하는 자의 미래에 있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또한 ‘노력의 대가는 이유 없이 소멸되지 않는다’라는 삶의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존귀한 자는 존귀한 일을 계획하나니 그는 항상 존귀한 일에 서리라(이사야32:8)’는 성경 말씀에 부끄럽지 않도록 꿈·희망·열정·도전·성공이란 키워드를 가슴에 품고 한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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