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파리목숨’, 필요할 땐 ‘인간방패’… 국회 보좌진 노조결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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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파리목숨’, 필요할 땐 ‘인간방패’… 국회 보좌진 노조결성 추진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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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재취업 고용불안정, 여야 충돌땐 ‘몸싸움’ 동원
류호정 의원, 수행비서 ‘갑질 면직’ 계기로 설립 본격화
보좌진 처우개선 공감대, 노조에 이어 공제회 설립도 검토
국회 본관. 고영찬 기자
국회 본관. 고영찬 기자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 말 한마디면 직장을 잃는 이른바 ‘파리목숨’으로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4년마다 새 직장을 찾는 구직난도 이들의 숙명이라 노조 결성 및 공제조합 설립으로 ‘생존권’을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국회의원 1명이 채용할 수 있는 보좌진은 총 9명이다. 300명 의원들의 팔, 다리가 되어 움직이는 보좌진은 총 2700여명에 달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1개 정부부처라고 할 만큼 다양한 민원과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보좌진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업무량은 방대하다.

그러나 국회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국회의원 한마디면 직장을 잃게되는 ‘파리목숨’이다. 근로자 해고시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불안한 고용 문제로 인해 보좌진 처우개선 및 노조 결성 움직임은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돼왔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장을 역임했던 이종태 보좌관(이영 의원실)은 보좌진 해고 전에 미리 통보하는 ‘면직예고제’ 도입과 3급 보좌관 신설을 주장했고, 박준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장(정경희 의원실)은 공식적인 노조 설립에 나서고 있다.

높아진 보좌진들의 업무 수준에 비해 열악한 처우 개선 요구는 예견된 사태라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국회의원 보좌진은 주로 인맥과 추천으로 채용됐으나, 19대 국회부터 상임위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비서부터 보좌관까지 거치며 국회 입법과정을 두루 익힌 전문 보좌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공무원 아닌 공무원’ 신분인 국회 보좌진은 국회의원과 당이 필요할 때는 ‘인간방패’까지 자처한다.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여야는 당직자와 보좌진까지 동원했는데 그 여파로 인해 정당이 다른 보좌진들끼리의 소통창구가 사라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구성 당시 공문을 통해 타당 출신 보좌진 채용에 앞서 패스트트랙 충돌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논의만 이뤄지던 보좌진 노동조합 설립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 1월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수행비서 면직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해고기간이 아닌 1주일전 통지하여 노동법을 위반했다. 지역 당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재택근무로 돌려 ‘왕따조치’를 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진보성향으로 특히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의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갑질로 부당해고가 이뤄지자, 오히려 보수성향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에서 복지증진과 처우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며 노동조합 설립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지난달에는 국회사무처가 직원 55명을 증원하는 안이 운영위원회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묻지마 증원’이라고 반발했고, 사무처 노조도 보좌진은 10년간 600명이 증원됐다며 현재까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좌진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보좌진 처우에 대해 직접적인 정책논의과정에 참여하고, 대정부 역량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노조 설립 문제는 국회운영과 정책에 관한 직접적 연관성으로 인해 여당보다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회장 송영길 당대표 한상범 보좌관)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보궐선거에 이어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렀고 민보협 회장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의 보좌관이기 때문에 줄곧 보좌진협의회 활동이 어려웠던 점도 여당 측 참여가 저조한 원인이 됐다.

노조 설립 추진과 함께 고용불안과 처우문제를 일부 개선하기 위한 공제회 구성도 논의되고 있다.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과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제를 통해 고용안정의 일부 보완재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좌진 노조결성에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는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만 노조 결성을 허용했으나, 법개정으로 가입범위 제한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도 노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3법에도 이 같은 공무원노조법이 포함됐다. 법 시행 일정에 노조출범을 맞춘다면 국회 보좌진 노동조합이 노조3법 개정 첫 적용사례가 될 전망이다.

최근 대리운전 기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노조결성이 이어지면서 국회 보좌진도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신고증이 교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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