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마켓과 피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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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마켓과 피치마켓
  •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changki@korea.ac.kr
  • 승인 2021.05.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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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김창기 교수] 레몬마켓은 시고 맛없는 과일인 레몬에서 유래됐다. 경제학에서 상품이나 재화,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량품들이 많이 유통되는 시장을 뜻한다. 1970년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미국의 계량경제학 잡지 ‘QJE(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서 레몬마켓 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며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레몬마켓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저품질의 상품들이 가득하고, 정보의 불균형에 의해 소비자들은 불량품이나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달리, 피치마켓은 레몬마켓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피치마켓은 달콤하고 맛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인 복숭아를 가리켜 사용되는 용어이다. 가격에 비해서 고품질의 상품이나 우량한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뜻한다. 따라서, 피치마켓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이 레몬 마켓에 비해 적으며, 판매자들의 품질 경쟁이 높기 때문에 가격 대비 질 좋은 상품이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장을 뜻한다. 종종 경제학에서 레몬은 열등재, 피치는 우등재를 의미한다.

레몬마켓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음을 과거 사례로부터 알 수 있다. 판매자는 상품의 품질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상품을 구매하기 전까지 상품의 품질 상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레몬마켓은 때로는 개살구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구매자들은 상품의 품질이 좋은 것을 싸게 사기 위해 찾아 다니지만 판매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팔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레몬마켓의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중고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역선택의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중고차의 정보가 완전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 차를 파는 사람이 정보의 우위에 있게 되는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00년형 중고 소나타 시장을 고려해보자. 시장에서는 2000년형 소나타는 거의 같은 가격에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 가격보다 좋은 품질의 차라면,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그 시장에 자신의 차를 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의 품질 혹은 가치가 시장의 가격보다 낮다면 차를 팔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차들은 실제로 2000년형 소나타의 평균 가치보다 낮은 저품질 제품들이 주로 남게 되는 레몬마켓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 예시로는, 가계신용대출을 들 수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생계유지를 위하여 대출을 한다거나 부채상환이 버거워 이미 신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지속적인 대출 활성화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신용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항상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떠안고 있으므로 이 또한 레몬마켓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제사업을 운영하면서 시장이 레몬마켓이 될 것인지 피치마켓이 될 것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해야 한다. 공제상품을 개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품의 특성과 잠재적 수요자와 주요 고객들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여 레몬마켓을 형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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