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보험,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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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보험, 금연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1.04.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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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방제일] 한국 성인 흡연율은 지난 2019년 기준 21.5%로 5명 중 1명꼴이다. 남성의 경우 35.7%가 흡연자로 여성 6.7%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1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다짐만 하면서 끊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깨달았다. 이제 진짜 담배를 끊어야 할 날이 왔다는 걸.

시작은 작은 다툼이었다. 흡연자는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집 밖에서는 마음 편히 필 공간조차 줄어들고 있고, 집 안에서는 어쩐지 죄인이 된 기분이다. 그래서 바꾸기도 했다. 궐련형 전자 담배로. 일반 담배보다 냄새도 덜하고, 건강(?)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냄새도 금방 사라지니, 피워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흡연자만의 착각이었다.

아내는 담배를 끊겠다고 말만 하고 전자담배를 계속 태우는 나를 못마땅해 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비흡연자의 반응이었다. 나는 “끊을게, 끊을게”라고 타이르듯 약속했다. 사소했지만, 사소하진 않았던 말싸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큰 싸움으로 번졌다.

크게 화를 내고 집 밖으로 나왔다. 뛰쳐나온 내가 처음 한 일은 편의점에서 진짜 ‘담배’와 라이터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켜 연초에 불을 붙였다. 연기를 타고 니코틴과 타르, 각종 화학물질이 나의 폐를 지나 빠르게 뇌에 도달했다. 이어 그것은 나의 멍청한 한숨인지 역겨운 화학연기인지 모를 것으로 변해 다시 내 입과 코를 통해 세상 밖으로 배출됐다. 그 연기를 보는 순간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역겹게 느껴졌다. 그 순간 바로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방금 산 담배와 라이터 또한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따지고 보면 담배는 항상 문제였다.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말과 같이 그 어느 것도 이득이 되는 게 없었다. 건강은 건강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소모하는 것이 담배다. 그런데도 그저 스트레스 해소란 거짓 명목으로 혹은 이런 저런 허울뿐인 이유로 담배를 끊지 못했다.

건강한 삶을 살겠다고, 다이어트하고 술을 줄인다.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땀을 흘린다. 혹시 모를 미래에 위험에 대비하겠다고 저축을 하고, 매달 보험까지 든다. 그러면서 담배를 태운다.

이처럼 모순적인 행동이 세상이 있을까? 인간은 본디 모순적인 동물이지만, 담배만큼 모순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끊었다. 담배를 끊지 않으면 내 몸이, 내 정신이, 내 삶이 끊길 것 같아서.

결과는 대만족이다.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완벽히 끊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나보다 먼저 담배를 끊은 이들의 말에 따르면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들처럼 앞으로도 계속 참아내며 담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힘들다는 마의 한 달 구간을 넘어 이제 비흡연자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

담배를 끊으니 삶의 변화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먼저 아침이 눈을 떴을 때 불쾌함이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에 두세 번 찾아오던 두통도 사라졌다. 당연히 매일 4500원씩 고정지출이었던 담배값도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아내와의 다툼이 줄어들었다. 유무형적으로 삶이 건강해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주변에 담배를 태우는 이들에게 금연을 권한다. 담배를 끊으면 삶이 어떤 형태로든 변할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그들에게 하는 조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다. 그러면 주변인들은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너도 곧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될 것이라고.

그들의 말에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나 또한 담배를 피우며 그런 생각을 했고, 이것을 끊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나는 끊었고, 여전히 참고 있다.

담배를 끊은 후 나는 매달 10만원씩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있다. 금연을 선택한 나 자신을 위한 보상이자 계속해서 금연을 해야 한다는 다짐의 일환이다. 담배 대신 산 물품들을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서 금연은 내게 있어 소소하지만 가장 확실한 행복이자 인생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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