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와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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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와 보험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04.1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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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과 노력이 제도화된 것이 보험이다. 같은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 공제이다. 이러한 보험과 공제는 비슷한 듯 다르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그중 흥미로운 것의 하나가 정보비대칭과 관련된 부분이다.

거래 당사자간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 대해 중고차 시장을 대상으로 처음 모형화하여 제시한 학자가 아켈로프(아켈로프, 1978)이다. 아켈로프는 중고차 딜러는 팔고자 하는 차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반면, 구매자 측은 중고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해진 가격에 대해 딜러는 가격보다 낮은 수준의 성능을 가진 차들을 팔려고 내놓고, 상대방은 평균가격 보다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가진 차들을 구매하고자 한다. 따라서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결국 시장은 붕괴하게 된다는 맥락으로 정보비대칭 현상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아켈로프는 이와 유사한 대표적인 사례로 고용시장과 보험(insurance)시장을 들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여성이나 유색인들이 고용 관련 차별을 받게 되고 이들은 이러한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높은 교육을 받고자 하며, 교육성과를 통해 자신의 우수하다는 정보를 고용주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보험관련 사례는 건강보험(health insurance)에 대한 것이다. 65세 이상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의료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이에 상응하여 보험료를 높여야 할 것이나 이를 감당하고자 하는 수요자는 건강상태가 가장 나쁜 경우에 한한 것이어서 결국 심각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 현상이 벌어져 건강보험 시장은 존속이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고차시장도, 건강보험 시장과 고용시장도 작동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에는 정보비대칭을 치유하기 위한 정책적, 현실적, 실무적 방안들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정부기관의 인증(guarantee)제도 등이 존재하고 사업자간의 경쟁도 한 몫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고용시장에서는 교육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자신의 우수성을 전달하고 있다. 모두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보험의 경우 보험가입을 하고자 할 때에는 당사자간 정보비대칭 수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진술(representation), 보증(warranty), 은폐(은닉) 금지 규정 등이 적용된다. 진술이란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청약자가 보험자의 질문사항에 대하여 답변한 사실을 말한다. 진술이 허위일 경우는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보증이란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조건을 말한다. 보증에는 긍정보증과 약속보증이 있는 바, 긍정보증이란 계약체결 시점에서 현재까지의 사실이나 조건이 사실과 일치함을 보증하는 것이다.

약속보증이란 현재는 물론 장래에도 진술사실이 참될 것이며 보험계약체결 당시에 이행을 약속한 사항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겠다는 보증을 말한다. 보증은 보험계약의 일부가 되는 만큼,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보험자가 즉시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은폐란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알려야 할 사실에 관하여 침묵을 지킨 경우이다.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는 중대사실에 대해서만 알릴 의무가 있고, 보험자는 계약자가 중대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을 경우에만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모두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강행규정들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공제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문제는 일반 보험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공제가 특정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의 소속 구성원 간의 상호부조를 위해 운영되는 제도라는 측면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정보파악이 어렵지 않고 따라서 정보비대칭이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제 가운데 농협공제, 수협공제, 신협공제, 새마을금고공제 등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제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는 일반보험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긴 하다.

전반적으로 정보비대칭이 적다는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데 있어 그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고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보험사들이 금융감독 기관에 의한 감독을 받는 데 비하여, 공제가 소관부처의 관리감독을 받는 데에 대한 합리화 사유의 하나일 수도 있다. 장점은 잘 살리고 운영의 묘를 더하여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제도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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