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구독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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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도 구독이 되나요?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1.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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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일상에서 구독 서비스 지출이 크게 늘었다. 멜론(음악), 넷플릭스(영상), 밀리의 서재(독서), 정육각(고기), 쿠팡(배송), 네이버 멤버십(페이) 등 가입한 구독 서비스의 종류와 영역이 다양하다. 가랑비에 옷 젖는 듯 모른다고 매달 늘어나는 지출이 아깝지만, 구독 서비스의 편의성을 느껴보고 나니 해지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시기라 외출과 여행도 줄어들어, 집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더욱 와 닿는 요즘이다.

그런데 매달 비용이 나가는 보험 서비스도 구독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보험사와는 가입할 때와 보험료 청구할 때를 제외하면, 접점이 거의 없다. 특약 갱신 시 보험료가 오른다는 통지 외에는 남남처럼 지낸다. 보험 상품 가입 후 나의 경제 상황과 건강 상태도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합한 맞춤형 상품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보험도 매달 내가 원하는 상품만 골라서 가입하고, 자유롭게 상품을 변경하면 좋지 않을까?

여행 때는 가족 인원수에 맞는 여행자 보험, 이사를 할 때는 파손 보증 보험, 휴대폰을 살 때는 분실 보상 보험 등 일상에서 예상되는 변화와 위험들을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들을 플랫폼에서 쉽게 가입하고, 필요가 없을 때 클릭 한 번으로 해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니었다.

이미 영국 HSBC는 2019년 ‘셀렉트 앤 커버(Select and Cover)’ 상품을 출시하여 7개의 생활밀착형 보장 중 원하는 3~7개의 보장을 선택‧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A 생명도 2020년 말, 바이탈리티 서비스를 통해 월 회비 납부 고객에게 보험료 할인과 리워드를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의 건강 습관을 개선하고, 건강 지표가 높은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추가로 할인해주는 새로운 컨셉의 서비스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종신 보험처럼 장기간의 생애를 설계하는 상품이나, 보유한 보험 설계사의 인건비가 부담되는 기업들은 보험의 구독 서비스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이 변하거나, 필요가 없어지면 경쟁업체로 쉽게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럴수록 더욱 차별화된 상품 서비스와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상품군을 큐레이션하고, 설계사 개인 역량에 치우쳤던 A/S도 시스템화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약관과 규정은 매우 작은 글자로 숨겨놓고, 감언이설로 고객을 묶어 놓는 방식은 더욱 살아남기 어렵다. 가입하고 나면 매년 담당 설계사가 바뀌고, 제대로 된 고객관리가 없이 ‘보험 고아’를 양산하던 기존의 서비스는 구독할 맛이 나지 않는다.

보험과 공제 서비스도 점차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보험과 공제 상품이 가진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고객의 선택권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보험이 구독화되면 개별 상품들이 가진 특성과 한계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고객은 통신사의 번호이동 제도처럼 동일한 상품 이용을 위해 쉽게 업체를 바꿀 수 있고, 나의 상황에 적합한 상품군을 조합해 나갈 것이다. 보험 설계사도 일방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파악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개인의 직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에 쌓인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래의 보험 영업왕은 인맥 관리의 고수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변화는 언제나 두렵고 마주하기 힘들지만, 그 속에 새로운 기회와 열매가 숨겨져 있다. 미래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보험과 공제라는 시스템이 월급에서 돈을 빼가는 마이너스의 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안전망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나의 구독 서비스 내역에도 보험 상품이 추가되는 날을 내심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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