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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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다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1.03.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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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방제일] 불행은 한 순간에 찾아온다.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영업제한으로 인해 심야가 되기 전 우리는 주점에서 나왔다. 다들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편의점에서 술도 깨고, 너무 이른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도 달랠 겸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이후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집에서 내가 무사히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제 지하철 탔어. 광화문이니까 30분 정도 후면 도착할 거야.’
‘그래, 조심히 와’

그날은 술도 거나하게 취했고, 기분도 무척이나 좋았다. 지하철 안도 한산했다. 일요일 밤이니 다들 집에서 쉬고 있겠구나. 모두들 월요일을 준비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가장자리에 앉자마자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늘 그렇듯이 음액앱을 켜 음악을 들었다. 자리에 앉자 안도감과 함께 술기운의 올라왔다.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완벽한 하루였다. 내가 눈을 뜨기 전까지는 그랬다. 눈을 떴을 때,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불쾌함이 몰려왔다.

뭐지, 뭘까? 이 불쾌하고 불안한 기분은? 단순히 내가 내렸어야 할 지하철을 한 정거장 지나친 것에 대한 불쾌감이었을까. 아니, 아니었다. 음악이 아닌 지하철 소음이 들렸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당연히 들려야할 음악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순간, 의자에 반쯤 뉘어있던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후 내 가방과 외투 주머니 안을 살폈다. 지갑과 각종 전자기기들, 라이터와 담배까지 모두 제 위치에 있었다. 단 하나, 스마트폰만 빼고 말이다.

거짓말 같았다. 없어질 리 없었다. 현실을 부정했다. 어떻게 스마트폰을 잃어버릴 수 있지? 불과 30분 사이에 말이다. 머리속에 새하얘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생각회로가 멈췄다. 어떻게 해야 될까. 스마트폰 분실 시 대처법을 검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문제는 검색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바보천치가 되어버렸다. 일단은 집으로 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집에 가서 아내를 만나서 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아내는 언제나 나보다 현명하다.)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헐레벌떡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내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아내는 흠칫했다. 전화를 걸어달라는 말에 모든 상황을 유추한 것이다.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무의미한 기계 음성만이 통화음을 대체하고 있었다. PC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 분실했을 때 대처법에 대해 검색했다. 다양한 대처법들이 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결국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다는 것이다.

다음 날부터, 분실인지 도난인지 모를 내 스마트폰 찾기에 나섰다. 가장 시급한 것은 임대폰을 받는 것이었다. 가까운 통신사 직영매장을 찾아 임대폰을 받았다. 임대폰을 받은 후에는 경찰서로 가 도난 신고까지 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스마트폰 보험을 들어놓았기에 같은 기종의 새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30만원이라는 자기부담금을 내야 했지만.

스마트폰 보험은 폰을 바꿀 때마다 의무적으로 가입했다. 늘 필요한가 싶었지만 혹시나라는 불안감에 가입했다. 실제로 써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가까이 냈던 보험료를 이렇게 돌려받는 것인가란 실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 차라리 보험을 안 쓰고 원래 내 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행복했을 것이다.

자기부담금을 결제하고 새 스마트폰을 뜯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험이란,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모두에게 ‘윈-윈(Win-Win)’ 게임이나, 막상 사용하게 될 때에는 모두가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아닐까란 생각 말이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잃어버렸다는 표현이 어딘가 조금 억울하긴 하다.) 덕분에 나가지 않아도 될 지출 30만원이 나갔다. 거기에 스마트폰 분실로 인해 수많은 시간을 들여 통신사와 경찰서를 왔다 갔다 했다. 여기에 아내에게 수없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들어야만 했다.

다행히 스마트폰 보험과 자기부담금으로 작은 액땜을 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확고한 인생의 법칙이다.

스마트폰 분실 사건은 내게 있어 작은 불행이다. 보험 덕분에 큰 불행이 조금 더 작은 불행이 됐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 이것이 불행이란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보험 중 다른 보험을 쓴다면, 조금 더 큰 불행이 나를 찾은 것이다. 물론 보험 덕분에 그 여파가 조금 작아질지라도 말이다.

없는 것보다는 백 번, 천 번 나은 것이 보험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보험이란 쓰지 않고 가지고만 있는 것이 보다 행복한 삶이란 것이다.

이번 스마트폰 분실 사건에서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웠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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