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개인재무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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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개인재무관리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03.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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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우리나라는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무엇보다 종신고용의 전통이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충격일 것이다. 예전엔 평생직장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청년이 기업에 입사해 이직 없이 온전히 정년퇴임을 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급격히 늘어난 수명은 고령사회를 앞당겼다. 사람들은 길어진 수명에 대비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사실 인간에게 죽음보다 더 자명한 사실은 늙음이다. 우리는 죽음의 시기를 점칠 수는 없으나 늙어간다는 사실은 시시각각 느끼고 인식하며 살아간다. 조선시대 문인 정철의 시조에는 ‘이고 진 저 늙은이 짐벗어 나를 주오’라는 구절이 나온다. 당시 ‘늙은이’ 라는 표현은 보통명사였다고 한다.

사람을 나이에 따라 달리 부르는 호칭에는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가 있다. 그러나 늙은이란 호칭은 ‘사회적으로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혹은 ‘그다지 필요치 않은 존재’라는 어감이 가미되어 있다. 지나가는 중년에게 ‘여보시오 늙은이’라고 불렀을 때 과연 좋은 기분이 들까?

62세에 노년이라는 책을 집필한 보부아르는 노년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노인의 지위’가 노인 자신이 정복하고 취득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인간 역사를 통틀어 한 사회 집단이 그 집단의 필요에 따라 혹은 이해관계에 따라 노인들의 운명을 결정해왔음을 암시한다.

노인의 생명 자체가 ‘주어진’ 지위에 따라 좌우되어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노인의 인간 조건 중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면이라고 지적하는 보부아르는 이제 노인은 하나의 인간 존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개인적‧사회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사실 노인이 나이듦을 이유로 존중받는 사회는 유교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동양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유교전통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노인 대신 늙은이로 대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노인이 대접받는 이유의 하나는 농사 관련 지식과 경험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가족제에서 집안의 질서유지에 장유유서가 효과적인 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급속한 핵가족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중심주의, 개인주의는 노인에 대해 존중하기 어려운 삶의 모습을 가져왔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대접 받는다’라는 점잖은 충고를 자주 듣게 된다. 문제는 지갑을 열었을 때 두둑한 돈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노후를 대비하는데 있어 기본 생활비는 물론 노인으로서 대접받기 위해 필요한 금액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후대비는 일찍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빠른 시작 못지않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과 실천의 결과는 어떠한 방식에 따랐느냐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재무관리(Personal Financial Planning)가 학문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하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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