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지인에게 드는 게 아니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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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지인에게 드는 게 아니라더니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1.03.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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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우리 부부는 보험설계의 마지막 단추로 어린이보험을 들기로 했다. 아내는 아직 만 30세가 되지 않아 어린이보험에 들 수 있었다. 어린이보험은 보장 한도나 보험료 측면에서 성인 종합보험보다 유리했다.

모 보험사에서 여성에게 특히 유리한 조건의 상품을 출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침 그 회사는 아버지의 지인이 설계사로 계신 곳이었다. 이왕 보험 드는 거 실적을 올려드리면 좋을 것 같았고, 편하게 원하는 구성을 요청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연락을 드렸다.

간략하게 아내의 가족력을 전달하며, 비갱신형에 3대 중증질환 진단비 위주로 구성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자질구레한 특약은 최대한 빼달라고도 요청했다. 설계사님은 꼭 필요한 것만 넣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이메일로 설계안을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막상 받아본 설계안은 우리가 그렸던 그림과 너무 달랐다. 특약이 다소 포함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치핵 수술비, 치아 파절 포함 골절진단비, 당뇨병 수술비, 대상포진 진단담보, 추간판장애 수술담보에 중증치매진단비까지 들어가 있었다. 보험료는 1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구두로는 전달이 부족했던 것 같아 원하지 않는 특약들을 이메일로 상세히 설명하며, 보험료가 2만 원이나 잡혀 있는 질병입원 일당 항목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실비보험을 별도로 들고 있어서 중증질환에 대한 진단비만 최대한으로 구성하길 원한다는 점도 다시 전달했다. 보험료는 6만 원 전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전화가 왔고 그로부터 장장 1시간 동안 설계사님의 보험강의가 이어졌다. 이 특약은 왜 필요하고, 저 특약은 왜 없애면 안 되는지, 아직 젊어서 모르겠지만 미리 준비해두어야 후회가 없을 거란 이야기에 이분께 연락을 드린 것이 후회막심할 뿐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설계안을 받았고, 몇 가지 조정을 거쳐 계약을 진행했다. 특정 특약을 빼달라는 요청에 결정을 재고할 것을 설득하는 어떠한 시도도 없어 서운할 지경이었다. 아버지의 지인분께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누군가는 설계사 얘길 안 들을 거면 뭐하러 설계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냐는 얘길 할지도 모르겠다. 펙트는 이렇다. 난 설계사님의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 화재보험 특약의 가치를 설명할 땐 혹해서 꼭 넣어달라고도 얘기했다. 문제는 협상이 일방통행에 그쳤다는 점이다. 아내의 가족력을 고려하면 이 항목은 도저히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고라니씨 아버지도 이 특약 덕을 보셨으니까 그냥 넣으세요”라며 말을 자르는 식이었다.

보험은 지인에게 드는 게 아니라는 말이 와닿았다. 물론 진정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으로 각종 특약을 권유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특약의 효용을 따지기 전에 보험료가 우리 예산을 훌쩍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보험구성을 조정하는 설득의 과정이 너무 피곤했다. 그 피로는 회사나 일상에서 느끼는 것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다음 보험은 자동차를 살 때나 들게 될 것 같다. 어쨌든 보험 가입을 마무리하고 보니 마음이 한결 든든하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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