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손실보상제와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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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손실보상제와 공제
  •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보험교육연구원 대표) sangwooknam@hotmail.com
  • 승인 2021.02.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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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남상욱 교수] 알고 지내던 분이 연락을 주셨다.

코로나19로 사업을 도저히 유지하기가 어려워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는 알림이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대기업 임원을 하다 나와 벌써 10년 가까이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대학원도 다니고 정말 열심히 인생을 설계하던 분이셨다. 넉넉한 인품에 인맥도 넓고 수완도 좋아 그간 여행사를 잘 꾸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딱 1년 만에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코로나19이 뿌린 융단 폭격에 그대로 무너졌다.

업태 가릴 것 없이 모든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힘들었지만, 그중에서도 중소여행사의 고난이 막심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매출액이 아예 제로였다니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여행을 갈 생각조차 못 했거니와 설사 여행을 생각했더라도 실제 결행까지는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으니, 여행사로서는 살길이 완전히 막혀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을 게다.

그렇다고 여느 업종처럼 집합금지, 집합제한 업종으로 분류되지도 않아 정부의 재난 지원금 대상에서도 소외되었다고 한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형극에 놓인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방역 조치로 영업을 제대로 못 한 분들에 대해 영업 손실을 일정 보전해 주는 것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취지에 공감한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다. 다만, 재정이 문제다. 적용 대상을 어떻게 가릴 것인가도 숙제다. 중소 자영 여행사가 대상에 속할지 여기서도 배제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정부가 잘 풀어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공제가 생각해 볼 것이 하나 있다. 먼저 다음 두 사례를 보자.

코로나19가 불어 닥치기 전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흉포한 도심 테러가 발생했다. 이에 시내 숙박업계 수익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관광객이 오지 않고, 단골 고객마저 대거 떠나면서 도심 호텔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이어 2018년 영국 솔즈베리 쇼핑몰에서 신경 작용제 노비초크(nerve agent Novichok)를 이용한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사건이 일어났다.

비록 미수에 그쳤으나, 이때 사용된 노비초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리를 의식불명에 빠트렸던 그 악명 높은 독극물로, 솔즈베리 도심 전체를 긴장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도시 곳곳에서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1년 내내 방역으로 도심 전역이 폐쇄됐다. 이로 인해 관광객이 끊어졌고, 관광업계는 엄청난 손실을 보아야 했다.

이에 영국 로이즈(Lloyd’s)가 나섰다. 로이즈는 앞의 두 사례와 같이 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으로 입게 될 영업 손실을 커버해 주는 보험상품을 만들어냈다. 구체적으로는 호텔의 실제 매출액이 예상액의 일정 비율(예컨대 10%)을 밑돌면 보험금 지급 절차가 자동 개시되는 상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이로써 로이즈는 보험을 통해 호텔의 현금흐름 변동성을 줄이고, 호텔 경영 외적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와 접객 관련 우발적 사고에 따른 책임 부담을 축소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우리 공제가 헤아려 볼 것이 바로 이것이다.

로이즈처럼 우리 공제도 담보 조건이 심플하고, 보상 기준도 간단명료한 상품을 개발해 공급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위기 상황에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짐을 공제라는 틀을 이용해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틈새시장 창출과 수익 확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고 말이다.

더 나아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자영업 손실보상제의 보조 역할자로서 정책적으로 응원 받을 만도 하니 이참에 공제업계가 먼저 나서 칼을 빼보면 어떨까 싶다.

코로나가 그저 맥주 이름으로만 알던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 멀지도 않다. 불과 15개월 전이다. 허나 시간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때가 어서 오기를 소망한다. 그때까지 모두 힘내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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