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에 이사장·협회장 제외...이대로 괜찮을까?
상태바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에 이사장·협회장 제외...이대로 괜찮을까?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1.02.16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 공제조합 경영혁신안 발표… ‘정치논리’에 조합 의사결정권 훼손 우려
노조,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처리 촉구… “금산분리 취지 후퇴” 주장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건설·전문건설·기계설비 등 3개 공제조합의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건설 관련 협회장과 공제조합 이사장을 모두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만일 공제조합 이사장이 운영위원에서 빠지면 주요 의사결정 구심점이 사라져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협회장이 공제조합을 좌지우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수정하려다 오히려 듣도보도 못한 ‘절름발이 의사결정형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건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정리했다.

박덕흠 의원이 쏘아올린 ‘조합-협회 분리’

지난 11월 국토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건설 관련 협회장이 당연직으로 공제조합 운영위원을 맡았던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2009년 전문건설협회장과 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지인 소유 골프장을 비싸게 사들이는 등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롯됐다.

협회 측에서 공제조합 운영에 수시로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운영상 문제가 드러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관리감독 강화에 착수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건설 관련 협회장이 해당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제조합을 공정하게 운영하려면 ‘금산분리’처럼 이해당사자인 사업자가 모인 협회와 조합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공제조합은 운영 자산이 수백억~수조원에 달하고, 조합원의 자금을 받아 공제‧보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인 만큼, 이해관계자가 개입할 수 없도록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출자액이 가장 많은 협회장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당연직 위원 제외 ▲운영위원회 최대 30명→21명으로 축소(조합원 위원 중 협회장 제외 포함) ▲위원장·운영위원 투표 선출 ▲운영위원 임기 3년→1년 ▲운영위 안건 국토부와 사전 협의 의무화 등이 개정안에 명시됐다.

비대위 “건산법 개정안 철회” vs 노조 “원안대로 처리”

그러나 상황은 국토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건설협회 측에서 국토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협회 측은 ‘건설공제조합 조합원 비상대책위원회’ 및 ‘전문건설업 비대위’를 구성하고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국회와 국토부, 법제처 등에 탄원서 7만2000여부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공제조합은 건설사업자들이 설립한 민간 기관인데 시행령 개정은 오히려 조합의 자율성을 해치고 정부가 관치 운영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건설협회장은 전 조합원의 동의를 받은 조합원의 대표로서 현재와 같이 조합의 경영사항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건설공제조합 노조 역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반박자료를 통해 협회가 조합 경영에 부당개입한 사례 등을 공개하며 건산법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조는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취임 이후 건설공제조합에서는 운영위원회에서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비민주적 의사진행과 이해상충의 의사결정, 협회에 대한 부당한 자금지원 요구, 예산안 파행사태, 세종골프장 예약 취소 사건 등의 폐해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특정 운영위원의 경우, 약 400억원 규모의 조합 융자채무에 대한 연체이자를 유예해주기로 결정했으며, 해당 운영위원은 이 안건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임에도 아무런 제재없이 운영위원회 일원으로 안건에 찬성해 혜택을 독식했다”며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의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협회 손 들어준 국토부,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

노조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날인 10일 국토부는 건설·전문건설·기계설비공제조합 등 3개 공제조합의 운영위원회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협회장과 이사장이 모두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결국 공제조합 독립성 보장을 골자로 한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협회 측 입장을 반영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6월 1일부터 협회장과 이사장은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된다. 또한 협회장만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사장도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키로 했다. 다만, 이사장은 운영위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또 운영위원회의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해 운영위원장 및 부위원장 중 1명은 전문가로 선임하고, 보다 많은 조합원의 참여를 위해 임기를 3년(연임제한 없음)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연임을 1회로 제한한다.

조합원 운영위원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직접·무기명 투표 방식 도입을 의무화 했다. 효율적 회의 운영을 위해 위원정수를 30명에서 20명으로 축소하며 법령상 국토교통부 승인사항 등 중요안건은 사전협의토록 한다.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개편은 건산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오는 4월 시행될 예정이다.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건산법령상 운영위원회는 공제조합 사업의 기본방침을 심의의결하고 그 집행을 감독하는 기구로서 집행을 맡고 있는 이사장은 운영위원회의 감독대상이므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건설공제조합 노조 측은 국토부의 개편방안이 건산법 시행령 개정 원안에서 크게 훼손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사장은 공제조합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고 책임자인데 의결권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만일 중요한 운영위 의사결정 사안에서 조합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나오거나 정치적인 외풍에 시달려도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정할 책임자가 없어 공제조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영수 건설공제조합 노조위원장은 “국토부에서 협회장이 운영위에서 빠지면 조합 이사장도 제외해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시행령 개정안이 금산분리 및 책임경영 추구라는 당초의 개정 취지에서 현격하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장은 운영위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의견만 개진할 수 있을뿐 방향 결정에는 기여할 수 없다”며 “오는 26일 규제개혁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시행령을 원안대로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