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보험라이프] 비금전적인 보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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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비금전적인 보험 찾기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1.0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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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결혼 후 우리의 삶은 온통 숫자로 채워졌다. 버는 돈을 늘리고, 나가는 돈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만 원 싸게 사기 위해 왕복 3시간 거리를 지하철로 오고 갔고, 중고나라와 알라딘에 판매한 물건값은 벌써 500만 원을 넘었다. 아내는 자격증 공부를, 나는 더 나은 급여를 받기 위한 이직준비를 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은 하루 다섯 시간을 넘지 않는다.

보험도 그 일환이었다.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순 없어도, 최소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막아줄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보험증서를 모두 거실 바닥에 펼쳐놓고, 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을 검토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여러 보험사의 설계안을 비교했다. 약관을 꼼꼼하게 읽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도 살폈다.

그러나 아무리 숫자에 몸을 적셔도 마음의 평온은 찾아오지 않았다. 무언가에 쫓기는 불안감, 아직은 부족하다는 결핍감에 매일 숨이 막혔다. 분명 우리의 경제적인 삶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데 왜 괴로움은 더 커져만 가는지 의아했다.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벨런스가 깨진 탓이었다.

남들은 신혼 때 마음 편히 잘 먹어서 살이 찐다는데 우리 부부는 오히려 살이 빠지고 있었다. 물론 코로나 영향도 있었다. 영화, 외식, 여행 등 우리가 좋아하던 데이트 코스는 장기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와 상관없이 우리가 포기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의 몸과 삶은 더 말라갈 것이 분명했다.

우린 같이 놀 시간이 부족했다. 스트레스로 두통약을 먹으며 일을 하다 퇴근 뒤 다시 책상 앞에 앉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피곤에 절어 잠이 든다. 더 나은 삶을 위한다고 시작한 일상이 가끔 버겁게 느껴졌다. 같은 곳은 바라보며 나아간다는 건 처음 경험하는 커다란 행복이었지만,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시중에 있는 보험으로 우리가 느끼는 결핍감을 채우지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상품을 설계하는 수밖에 없다. 3대 중증질환 진단비 얼마, 후유장애 몇 프로를 따지기 전에 일상에 기쁨이 되는 소소한 이벤트를 채우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은 ‘치즈떡볶이’, 금요일 밤에는 ‘치맥과 영화’처럼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설계하다 보면, 조금씩 벨런스가 맞춰지지 않을까. 자기 전 30분의 대화는 특약으로 넣고 말이다.

결국, 우리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보험은 서로밖에 없다. 아내에게 설계안을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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