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에 누수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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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에 누수가 발생했다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0.12.28 08: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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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주말에 늦잠을 자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관리사무소였다. 아랫집 거실 벽면이 온통 물에 젖었다며 우리 집 누수가 의심된다는 이야기였다. 입주 전 인테리어를 할 때 배관 같은 걸 잘못 건드렸나 싶어 걱정됐다. 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확장된 거실 벽면이 중간부터 바닥까지 젖어 있었다. 우선 누수탐지업체를 불러 원인을 찾고, 혹시 우리 집 문제로 밝혀지면 배상 절차는 다시 합의하기로 했다.

신문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보던 이웃 간 분쟁에 휘말리는 건가 싶었다. 층간소음이야 평소에 조심하면 그만이지만 누수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바닥을 죄다 뒤집어엎어 우리의 평화로운 신혼집이 먼지로 뒤덮이는 상황은 없었으면 했다. 우리 집을 공사했던 인테리어 업체들을 찾아가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을 상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엇보다 비용이 얼마나 들지 가늠이 안 됐다.

부모님께 전화로 하소연을 하니 의외로 비용은 걱정할 것 없다고 하셨다. 실비보험에 가족일상생활책임담보 특약이 있을 거라는 말씀이었다. 바로 보험사 앱에 들어가 보니 구원과도 같이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담보 1억원”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담보란 나 혹은 나의 가족이 일상에서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나 재물에 피해를 줬을 경우 그 손해를 보상받는 특약이었다.

보험사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니 누수탐지비용부터 공사비용까지 보험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기부담금 20만원이 공제되고, 공사 내용에 따라 보장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생돈 수백만원이 날아가는 상황은 모면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누수탐지 결과가 나오면 정식으로 사고를 접수하기로 했다.

대망의 누수탐지 날, 휴가를 내고 현장에 참석했다. 탐지 기사님이 한 짐 가득 챙겨온 정체 모를 기구들이 무색하게 누수의 원인은 금방 밝혀졌다. 아파트가 오래돼 외벽에 크랙이 생기고 샷시의 실리콘이 크게 갈라져 그 사이로 물이 새어 들어왔을 가능성이 유력하며, 탐지 결과 윗집으로부터 누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결론이었다. 비가 온 날부터 벽이 젖기 시작했다는 아랫집 이웃의 증언에 묵은 변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탐지 기사님 말씀이, 올해 역대급 장마로 건물 외부에 손상이 많아 누수가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결국 보험을 이용할 일은 없었지만, 덕분에 좋은 걸 알게 됐다. 일상생활배상책임담보는 주택 관련 사고에 국한되지 않고 길을 가다 누군가와 부딪혀 상대방의 휴대폰을 망가뜨리거나, 나의 반려견이 다른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한 경우 등 폭넓게 적용되는 특약이었다. 일부러 어깨빵을 치면서 길거리를 배회할 일은 없겠지만, 일상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을 때 속수무책으로 막대한 스트레스와 금전적 손해에 노출될 일은 없을 거라는 안심이 들었다.

역시 보험은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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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라니 2020-12-28 11:32:43
오... 생활누수가 보험이 되는지는 몰랐어요..!! 특약으로 추가가능하니 이용도 편리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