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골프장 투자 열풍,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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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 골프장 투자 열풍, 정상인가?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11.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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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공, 스카이밸리CC 인수협상…전문건설, 2800억 실탄 장전
골프인구 늘자 너도나도 인수전 참여…수익성‧회원복지 명분
코로나19 종식되면 ‘쪽박’칠 가능성…골프장 가격 치솟아 사업성도 의문
리스크 큰 사치산업 투자 옳은가?, 몇 년 전 투자실패 악몽 되풀이 우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공제회 사이에서 골프장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골프인구가 늘자 조합원 복지와 수익성을 이유로 수천억원대 골프장 인수에 나서는 것. 그러나 최근 골프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업성이 떨어진데다, 운영 리스크가 큰 사치산업에 회원 돈을 넣는게 맞냐는 비판이 나온다. 몇 년 전 공제회들의 골프장에 투자했다가 줄줄이 실패한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엔공, 3000억 골프장 주인될까?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호반건설이 매각 중인 36홀 골프장 스카이밸리CC의 주인이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밸리CC의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최근 엔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도자 측과 엔공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으며 연내 거래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공은 최근 골프장 인수전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는 계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18홀 대중제 골프장 힐드로사이CC를 8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1년 만에 추가 골프장 구매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스카이밸리CC의 거래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호반그룹의 희망 가격은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36홀(대중제 18홀+회원제 18홀)로 나누어 단순 계산하면, 홀당 희망가격은 83억원 정도다.

클럽모우CC 등 최근 거래된 골프장이 홀당 70억원 안팎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많다. 작년말 기준 스카이밸리CC의 현금창출력(EBITDA, 에비타)은 80억원으로, 올해 골프산업이 호황인 것을 감안해도 적정가치는 최대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해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이란 이점도 크지 않다. 

엔공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답변하지 않았다.

약 3000억원대 골프장 인수를 추진 중인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
3000억원대 골프장 인수를 추진 중인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도 골프장 인수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골프장 매입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28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을 골프장 매입 컨설팅 용역사로 선정하고, 2년 안에 골프장 매입을 마칠 계획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역시 골프장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2년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각각 600억원, 100억원씩 분담해 회원제 골프장 코스카CC에 투자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고 자회사를 통해 운영 중이다.

이 골프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2009년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던 당시, 지인 소유였던 골프장을 시세보다 200여억원 비싼 가격에 사들여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건설 관련 협회장이 해당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공제 협회장=조합 운영위원’ 관행 깨진다

또한 코스카CC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9년 9월 4일까지 16차례에 걸쳐 운영위원회 등 회의 명목으로 2억600여만원을 들여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나 법인카드 부당집행 논란이 일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박덕흠 논란 등의 경우 딱히 할 말이 없으며, 골프장 인수 문제는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라서 매입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엔공이 지난해 11월 인수한 힐드로사이CC 모습. 사진= 힐드로사이 홈페이지 캡쳐

연이은 투자 실패에도 골프장 인수 강행

공제회들의 골프장 투자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른 공제회들도 현재 골프장을 운영 중이거나, 새롭게 구매하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2012년부터 세종시에 18홀 대중형 골프장(세종필드GC)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추가 골프장 확보를 위해 레이크힐스 용인CC와 레이크힐스 안성GC를 운영하는 일송개발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지금도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언제든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저희는 세종CC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체 개발한 거라 초기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이후 꽤 오래전부터 골프장 하나 더 인수하려는 사업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직원공제회(소피아그린CC), 지방행정공제회(중원 골프클럽), 과학기술인공제회(사이언스 대덕골프장) 등이 자체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들 골프장의 운영 실적은 좋지 않았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2012년 코스카CC를 인수한 뒤 매년 20억~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시 회원제였던 골프장을 2016년말 대중제로 전환한 뒤에야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군인공제회 역시 덕평힐뷰CC를 보유하고 매년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출자금 보장수익률인 5%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외부 컨설팅업체의 경영진단 결과 수익률이 기대 이하라는 이유로 매각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어야 했다.

교직원공제회는 레이크사이드CC에 투자했으나 1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우리투자증권이 운용을 맡은 PEF ‘마르스2호’ 골프장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1065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했다가 이를 대부분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골프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수 의사를 접은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계설비공제조합은 올해 수도권 인근 1000억원대 골프장 매입을 검토했으나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기계설비공제 관계자는 “신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해서 접었다”고 설명했다.

경찰공제회는 올해 초 경기도 안성에 있는 아덴힐컨트리클럽을 1200억원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판매자가 협상 막판에 매각가를 1350억원까지 올려 실패했다. 앞서 2017년 포천힐스컨트리클럽 인수에 실패한데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당분간 골프장 인수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교직원공제회 홈페이지에 소피아그린CC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교공 회원이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교직원공제회 홈페이지에 소피아그린CC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교공 회원이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익성 감안해도 운영 리스크 커, ‘이사장 계모임용’ 비판도…

공제회들의 골프장 러브콜이 계속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수익성 확보 측면이다. 저금리 시대에 금융이자만으로 자산증식은 한계가 있어 대체투자처를 발굴 중인데 골프장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현재 골프장이 호황이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부동산 특성상 추후 매각해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둘째는 조합원 복지 측면이다. 공제회가 골프장을 갖고 있으면 소속 임직원과 조합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또한 그린피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해 호응이 좋다.

이밖에 골프장을 인수하면 사내유보금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할 수 없는 공제회 정관을 피해 자산증식을 할 수 있다. 공제회는 자산운용 후 남은 이익금을 공제상품 이자와 조합원 배당금 등으로 모두 배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골프장 운영 자회사를 설립해 공제단체 내부 인사적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관련기사: 공제회 골프장 사랑이 계속되는 이유

문제는 평소 투자해온 우량 회사채나 국채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전국 골프장은 총 494개다. 이중 회원제 골프장이 169개, 대중제 골프장이 325개이다. 현재 건설 중인 골프장은 19개(회원제 2, 대중제 17개), 미착공 골프장은 20개(회원제 7개, 대중제 13개)로 앞으로 경쟁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골프장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 만일 엔공이 현금창출력 80억원인 스카이밸리CC를 호반건설 희망가인 3000억원에 인수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37년 이상 수익을 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부동산 가치 상승 등 부수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리스크가 상당하다.

지금은 골프장이 호황이지만 몇 년 뒤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면 해외 골프여행이 급증하면서 국내 성장세가 더뎌질 수 있다. 이 경우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수익률도 기대에 못미칠 전망이다. 골프장은 빌딩 등과 달리 매수‧매각이 원활하지도 않은 편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공제회는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직업인들의 상호부조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라 기금 운영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기본인데, 조합원 돈을 리스크 큰 골프장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이사장 계모임’용으로 골프장을 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도 골프장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그 돈으로 공제회 서비스 품질 향상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공제회가 자산운용 후 남는 돈이 있다면 회원 수수료율 인하, 보증서 발급 시간 단축 등 조합원을 위해 쓰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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