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협회장=조합 운영위원’ 관행 깨진다
상태바
‘공제 협회장=조합 운영위원’ 관행 깨진다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10.30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 건설협회-공제조합 운영위 분리…시행령 개정 추진
박덕흠 ‘배임’ 논란에 진성준 “금산분리처럼 자격 제한해야”
건설공제조합 노조 피켓시위, 운영위 제도 개선 촉구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국토교통부가 건설 관련 협회장이 해당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공제조합을 공정하게 운영하려면 ‘금산분리’처럼 이해당사자인 사업자가 모인 협회로부터 조합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건설 뿐만 아니라 다른 공제회들도 협회장이 조합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관행이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공제조합의 ‘협회장-당연직 운영위원’ 선출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협회와 공제조합의 운영을 분리하기 위해 건설산업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구성을 개선해 협회장의 조합 운영위원장 겸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공제조합 운영위원의 무한정 연임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건설협회만 아니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또한 유사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같이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진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2009년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던 당시 충북 음성의 골프장(코스카CC)에 대한 수백억원대 투자를 임의로 결정했다는 의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진 의원은 박 의원이 600억원대 투자 결정을 주도했으며 해당 골프장을 매각하는 회사에게도 별도 증빙 자료 검토 없이 60억원대 지출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의원이 조합을 통해 지인 소유의 골프장을 시가 대비 200억여원 비싼 가격에 사들여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현재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당한 상태다.

건설공제 노조, 김상수 건설협회장 ‘경영 개입 의혹’ 제기

실제로 ‘건설산업기본법’을 따르는 공제조합들은 협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건설공제조합과 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각각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원사들이 주로 가입하고 있으며, 이사회 외에 운영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다. 협회 회장과 국토부 국장, 기획재정부 국장 등이 당연직 위원을 맡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51조에 운영위원회 관련 내용이 명시돼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51조에 운영위원회 관련 내용이 명시돼있다.

건설공제조합의 자산규모는 2019년말 기준 7조451억원, 전문건설공제조합의 자산규모는 5조5367억원에 달한다. 조합원인 건설사의 자금을 받아 공제‧보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인 만큼, 이해관계자가 개입할 수 없도록 공제조합 운영에서 협회가 분리돼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이와 관련, 정영수 건설공제조합 노조위원장은 최근 국회 앞 1인시위를 통해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이 지난 3월 건설공제조합 당연직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수차례 조합 경영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최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조합의 연구용역 및 직원교육 예산을 약 40%(약9.2억원)삭감하고, 불요불급한 협회 골프 행사비 예산은 15%(약 1.6억원) 증액하는 등 다수의 전문가 운영위원의 반대 의사를 무시하고 표결도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박덕흠 전 전문건설협회장의 사례를 통해 건설사업자 단체인 협회의 장이 공공성을 지닌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며, 조합의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경영에 관여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낱낱이 들어났다”며, “조합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라고 운영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을 법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조직도. 운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동급으로 놓여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조직도. 운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동급으로 놓여 있다.

문제는 일부 공제조합들이 설립 과정에서 업계 ‘맏형’ 격인 건설공제조합을 벤치마킹해 운영위원회를 따로 두고, 협회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우리는 A협회에서 분사돼 나온 조직이어서 설립 초기엔 A협회 임원이 운영위원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라며 “협회와 조합은 자금관리나 회계 등이 완전히 달라서 당연직으로 맡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협회는 업계의 대변자로서, 조합은 조합원의 후생을 위한 경제적 지원단체로 남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문위원은 “‘박덕흠 논란’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두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협회장이 당연직 운영위원으로 가는 규정을 없애야 하고, 혹여 조합원 총회 투표로 시도 협회장이 운영위원으로 선출되더라도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심의‧의결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