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보험라이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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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 이루나 kgn@kongje.or.kr
  • 승인 2020.10.1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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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며칠 전 울산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불이 났다. 제때 대피가 이뤄져서 다행히 인명피해가 적었지만, 고층 화재용 사다리차가 부족해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15시간 동안 화재는 이어졌고, 200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고 한다. 뉴스에선 16층 이상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단체화재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나, 보상금은 미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어 홈쇼핑에선 개인 화재 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정말 발 빠른 대처다. 쇼호스트는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니고 언제든 나에게 닥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불현듯 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난 군대를 의무소방원으로 복무했다. 군인 신분으로 소방서에 배치받아 소방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당시 소방관은 2교대였지만 의무소방원은 24시간 상주하는 구조였다. 낮이건 밤이건 소방서에서는 끊임없이 출동 벨이 울린다. 소방서는 화재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응급 환자 이송, 구조 업무 등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에 소방관이 출동한다. 출동 벨 소리도 다르다. 응급 요청은 빈도수가 많고 구급대원만 출동하기에 소리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화재의 경우 소방서 건물이 떠나가라 크게 울린다. 소방대원들은 반사적으로 방화복과 방화모를 쓰고 서둘러 차량에 올라탄다.

지휘차, 펌프차, 물탱크차, 사다리차가 모두 출동하는 화재도 잦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면 큰 화재다. 몇 시간 후 매캐한 그을음 냄새를 안고 소방차가 돌아온다. 공장 화재의 경우 냄새가 더 지독하다. 출동 다녀온 소방대원들은 말이 없다. 장비를 정리하고, 물탱크차에 물을 가득 채운다. 언제 출동 벨이 울릴지 모른다. 끊임없는 긴장감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소방서의 고요함은 폭풍 전야와 같다. 살얼음 같은 조용함과 귀를 찢는 듯한 출동 벨 소리. 냉정과 열정의 극단을 횡단하는 소방서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뉴스에 실리는 화재는 인명피해가 크거나 손실이 큰 대형 화재들 위주다. 하지만 의외로 화재는 자주 일어난다. 초동 대처가 잘 되었기에 크게 번지지 않아 뉴스에 나오지 않을 뿐이다. 불이 나는 원인도 다양하다. 나쁜 마음을 먹고 일부러 불을 내는 방화도 있지만, 실수로 발생하는 화재도 잦다. 담배꽁초 하나 때문에 산불이 나면 수천 명이 동원되어 낙엽을 헤집고 잔불을 꺼야 한다. 시작은 조그맣지만 피해는 막심한 것이 화재다. 하지만 나만 아니면 되지. 굳이 화재 보험까지 들어야 할까? 생돈이 나가는 느낌이 앞선다.

우리 아파트는 보험이 들어있을까? 서랍 구석에 내팽개친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살펴보니 화재 보험료 내역이 있다. 월 1410원. 다행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1년에 고작 1만7000원. 불이 나면 모든 게 타버린다. 화마와 함께 우리 가족이 살아온 추억도 함께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베란다 구석에 있는 빨간 소화기와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 근처에 있는 동대문 소방서를 굳게 믿지만,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불이 나면 내 집을 지켜줄 믿음직한 두꺼비 같은 보험이 필요하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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