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보험라이프] 세상에 나쁜 보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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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세상에 나쁜 보험은 없다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0.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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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방제일] 6개월 전쯤 일이다. 한 보험사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이 소식은 교통사고 전문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고,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소송 당사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손해보험사 대표가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소송을 취하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해당 손해보험사의 해지를 인증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 보험사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 아니, 보험 자체를 내 손으로 들어본 일이 없었다.(부모님이 내 이름으로 실비보험과 암보험을 들어놨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게 됐다. 그 보험료가 10년 동안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러다 내게도 보험 들 일이 생겼다.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무보험 대상자가 된 것이다.

전화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자동차 보험에 들 수 있었다. 보험료가 싼 건지 비싼 건지 모른 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했다. 당장 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괜히 생돈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험(保險)의 정의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뜻한다. 사전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같은 종류의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는 많은 사람이 미리 금전을 각출해 공통준비재산을 형성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이 돈을 지원받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의미만 보자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전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험’이란 말에 어느정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보험을 들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근로자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4대 보험이 대표적이다.

4대 보험의 효용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낸 돈보다 많은 돈을 노후 연금 형태로 돌려주기에 월급에서 떼어가도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 앞선 사전적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보험이 바로 4대 보험일 것이다.

반면 개인이 가입하는 보험에는 항상 의구심이 붙는다. 괜히 아는 사람에게 했다가 뒤통수 맞는 거 아닌가? 혹시 내가 내는 돈들이 허투루 쓰는 비용이 아닐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보험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결혼을 하고 거친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가족이 생겼다. 그러면서 평소 언제 죽어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가 안정지향적으로 변했다. 그 변화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바로 ‘보험’을 드는 것이다.

내가 자발적으로 든 보험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운전자보험이다. 운전 초보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입하게 됐다. 다른 하나는 CI보험이다. 매일 보험을 들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던 친구 녀석이 내게 추천한 보험이다.

친구는 내가 지금껏 든 보험을 태블릿을 통해 보더니, CI보험을 추천해줬다. CI보험이란, CRITICAL ILLNESS의 약자로 중대한 질병에 대해 보상받는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말과 글들을 보여줬다. 동의해야 할 서류가 많았다. 덕분에 간만에 슈퍼스타가 된 듯 원없이 사인도 했다.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망설였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친구는 내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 나쁜 보험은 없다!”

과연 그럴까. 여전히 의문이고 의심스럽다. 그래도 사인을 했다. 이유는 하나다. ‘혹시’라는 불안 때문이다. 만약 내게 큰 사고가 생겼을 때 남겨질 가족 때문이다. 이 불안 때문에 우리는 보험을 든다.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니 어쩐지 속이 후련해졌다. 녀석의 말처럼 ‘세상에 나쁜 보험은 없다’라는 말을 믿고 싶어졌다. 아니, 믿어야만 하겠지. 불안을 지우려 든 보험에 의구심을 가지는 것만큼 손해나는 장사도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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