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본 은행 시스템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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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로 본 은행 시스템리스크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0.09.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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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한창희 교수] 경제가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를 예정하고 2.5단계에서 2.0으로 낮아져 음식점 등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명 미만으로 낮게 유지될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과 판매·서비스 활동도 요원하고, 가계 소비도 위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FRB를 위시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례를 찾기 어려운 유동성공급을 통해 자본시장만이 실적과 관계없는 불안한 호황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장기간 경기침체와 파급효과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과정과 그 수습과정을 통해 우리 금융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사건이었다. 세계의 규제 기구들이 시스템리스크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예금자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시스템실패는 반복되는 주제였고, 1980년대 이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고 불리는 미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시기에 금융안정은 규제자와 정책담당자에게는 2차적인 관심사일 뿐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기(Great Depression)를 겪으면서 미국은 재무건전성 규제와 은행감독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와 미국 정책당국은 미래의 금융위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3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는 위험관리에서 중대한 결함을 노출했고, 금융위기 이후의 규제와 감독은 이를 개혁하고자 했다. 둘째, 정책당국은 금융그룹의 시스템 내재화 노력을 강제하기 위하여 거시건전성 규제에 대한 바젤의 자본적정성제도를 확대했다. 셋째, 정책당국은 부당하게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행위를 규정하거나 금지하며, 또는 금융재벌이 정리계획을 준비함에 의하여 시스템리스크를 완화하는 구조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했다.

도드-프랭크법(Dodd Frank law)의 시스템리스크에 대한 접근방법을 설명하기 위하여 글로벌 금융위기는 ①기업의 결함있는 위험관리실무가 후일 가혹한 결과의 원인이 된 상황을 준비한 시기로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의 기간 ②유동성과 신용위기 ③대침체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1단계는 △위험관리에 대하여 전체적인 방식이 아닌 상호 분리되어 작동되는 영업단위의 파편화된 사일로(silo)방식을 취한 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심적인 위험관리 쟁점이었던 꼬리(tail)위험의 식별·소통·대응의 점 △시장이 정점에 이를 시점에 고수익 목적으로 경영진이 서브프라임 주택저당증권에 참가하는 등의 대리인문제 등이 지적된다.

또한 △2008년 여름 주택저당증권 UBS 430억달러 △시티그룹 560억달러, 메릴 린치 450억달러에 이르는 가치하락이 초래될 정도의 다수의 금융그룹의 위험한 자본구조 △영업단위간 효율적인 정보공유·중요한 경영판단을 요구하는 엄격한 내부절차·회사를 초월하여 일관된 평가·신용평가기관만을 신뢰하지 아니한 독립적인 신용분석을 특징으로 하는 우량기업의 요소결어 등을 내용으로 한다. 바젤Ⅲ와 도드-프랭크법의 1단계에 대한 대응으로는 기업지배구조, 위험관리, 이사회의 역할 등의 컴프라이언스 강화 등이었다.

2단계는 유동성과 신용위기의 최초 징후가 2007년 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파산의 증가로 나타났고, 6월에는 베어 스턴스가 2개의 주택저당증권관련 헤지펀드에 지금지원을 했으며, ABCP시장은 금융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스템리스크의 2가지 요소, 즉 동시적인 충격과 상호관련성이 2007년-2009년에 발생했는데, 은행그룹은 수천의 파생결합상품과 단기채무가 개재된 불투명한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되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시스템사고를 야기하기에는 규모는 작았지만 위험을 신용시장에 전파했다. 2단계에 대한 대응은 대마불사 기업의 정부지원 가능성을 줄이고, 미래의 뱅크런을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었다.

3단계는 2007년 12월에 시작하여 2009년 6월에 종료했고, 은행시스템 위기와 관련된 침체는 경제에 커다란 비용을 초래했는데, 미국 GDP가 4%이상 감소되었으며, 이를 회복하는데 약 4년이 소요됐다.

FRB의장이었던 밴 버냉키에 따르면 1930년대 대공황의 주요 원인이 금융시스템의 붕괴였다면, 글로벌 금웅위기에서는 공포가 대침체의 심각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3단계에 대한 대응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포함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고, 이는 은행이 신용중개기관으로 적절히 기능하는 동안 손해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은행시스템이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대로 개혁되었는가에 대하여 의문이 든 것은 근래의 펀드판매사건을 통해서이다. 저금리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은행의 라임펀드 판매방식은 위험관리, 내부통제, 컴프라이언스, 기업지배구조 등에서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을 위한 엔진으로서 국민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은행시스템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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