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보험라이프] 생전 처음으로 직접 보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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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생전 처음으로 직접 보험에 들었다
  • 고라니 kgn@kongje.or.kr
  • 승인 2020.09.21 0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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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올 봄에 치아보험을 들었다. 이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결혼준비에 한창이던 때라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았다. 2년 전 치과에 갔을 때 크라운을 2개나 했던 악몽이 떠오르며 식은땀이 흘렀다. 당시 치료 과정도 고통스러웠지만 무시무시한 비용 때문에 노트북 사려고 모아둔 비상금을 깨야만 했다. 어떡하지 고민하던 차에 불현듯 떠오른 것이 치아보험이었다.

지금까지는 부모님께서 들어주시는 대로 따르기만 했지 직접 보험을 알아본 건 처음이었다. 부모님 지인 중에 보험업 종사자가 있었지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다. 내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걸 보장하는, 그러니까 더 비싼 상품을 권할 것이 뻔했다. 필요 없는 특약을 빼달라는 요구에 “당장은 필요 없어 보이지만 결국 남는 장사니까 그냥 넣으세요”라는 답이 돌아오는 기싸움이 예상됐다. 시간이 좀 들어도 직접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블라인드 앱을 통해 치아보험 후기를 검색해봤다. 의외로 비추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치과의사는 치아보험 들 돈으로 적금을 드는 게 낫다고 했다. 보험에 들기 전 이미 충치로 진단받은 치아는 보장을 못 받는다. 따라서 치아상태가 안 좋을 거라는 가능성에 투자했다가 손해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말에 괜한 짓을 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게 보험이라면 얼마나 불확실한지나 따져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치아 2개는 충치가 확실했다. 약간이나마 통증이 있었고, 검게 썩은 부위가 육안으로도 보였다. 과거 치과치료 전적을 곰곰이 돌아보니 2년마다 크라운 한두 개에 레진 서너 개씩은 했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식후 30분 안에 꼭 양치를 하는데다 아침저녁으로 치실까지 하는데도 이렇게 썩는다면 예방 차원에서는 더 할 게 없어 보였다. 남들보다 이가 잘 썩고, 치과에 간 지 2년이 넘은 내 상황에서는 치아보험에 드는 게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다.

치아보험은 보통 가입 후 3개월부터 보장되는데 1년까지는 50%, 1년 뒤부터 100%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통증이 한 번 있었으니 1년을 방치하는 건 미련한 짓 같았다. 또한 생각보다 치아상태가 좋아서 치료비보다 이미 지불한 보험료가 더 많이 나오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결혼식 3개월 전에 치아보험을 들고 식을 치르자마자 바로 치과에 달려가기로 했다.

어떤 식으로 견적을 받을지 고민하던 차에 뽐뿌 보험상담실을 알게 됐다. 유용한 정보글이 많고 여러 명의 설계사한테 견적도 받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보험금을 지급받고 바로 해약할 생각이었기에 임플란트처럼 당장 필요 없는 특약은 뺐다. 그리고 크라운이나 레진 같은 보존치료 보장금액이 가장 큰 녀석으로 골랐다. 카드결제가 안 되는 보험사도 많다는데 이곳은 가능했다. 신용카드 사용실적을 채우며 보장이 개시되기만 기다리면 됐다.

아직 치과에 가지 못해서 과연 보험금을 얼마나 뽕 뽑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하며 전전긍긍하지 않게 된 건 꽤나 큰 소득이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막대한 돈까지 든다는 생각에 치과치료를 미룬 적이 많았다. 그러다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더 키운 적도 있을 거다. “이 썩는 게 체질이니 어쩔 수 없어”라며 손 놓고 있지 않고 나름의 대비책을 세워두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돈 걱정할 시간을 아껴 보다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호갱 신세가 될 걱정이 안 드는 이유는 내 상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처음으로 직접 보험에 들어보니 보험상품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보험사가 보험을 설계할 때 참고하는 수치는 아마도 대한민국 평균 충치발병률일텐데, 내가 그보다 높은 확률을 가졌는지를 판단하는 건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인 의사도 보험사도 내 몸에 나만큼 관심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부디 충분히 뽕을 뽑아서 아내랑 소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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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 2020-09-25 11:36:28
도움되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