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위험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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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위험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0.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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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전통적으로 위험관리에 대한 접근방식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관료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때 위험은 과학지식 및 통계처리 방식을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겪는 위험들인 유전자변형식품, 광우병파동, 구제역과 조류독감, 후쿠시마원전사고, 코로나19 사태 등은 피해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범위 역시 매우 넓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이나 고급통계 지식을 동원해도 파악과 제거가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직접적인 1차 피해는 물론 경제활동 위축에 의한 2차 피해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직접 피해는 감염자 치료는 물론 전염병 예방 노력에 따른 비용과 노력이다. 2차 피해는 전염예방 조치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과 경제활동 제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다. 이러한 파생적 피해는 규모와 파장을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크고 심각한 것이 문제다.

특히 2차 피해는 항공, 관광, 호텔 등 서비스업은 물론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수의 저비용항공사들의 시장진입 등으로 한껏 몸집을 부풀리던 항공업계,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하던 관광업계, 관광진흥과 여가문화 증진을 바탕으로 중국 등 해외 관광객 증가에 대한 기대로 많은 투자가 이어졌던 호텔업계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은 빈사상태에 처해 있다.

위험관리를 계층적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개인이나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가 위험에 대한 보유, 통제, 전가, 회피방법 등을 통해 대처하는 방식이 있다. 또한, 전문기업(보험사 및 공제) 및 재보험사 등이 다른 경제주체의 위험을 전가받아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 있다. 이밖에 위험에 따른 손실 규모가 크고 보험료가 고액이지만, 위험관리가 필요할 때에는 정부 지원에 의한 대처를 하게 된다. 예컨대 풍수해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나 방사능 등 원자력 관련 산업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손해는 정부주도에 의한 피해보상이 강구되도록 하고 있다.

서비스업계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경우 영업손실보상과 관련하여 손해보상을 받기 위한 위험의 조건은 보험매커니즘을 원용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객관적 위험, 순수위험 및 특수위험이어야 하고, 우연발생적 손해(fortuitous loss), 측정가능한 손해, 인지된 위험(perceived risk), 확률·통계로 측정가능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다.

이러한 조건 중 개별 자영업자의 경우 객관적 위험, 순수 및 특수위험이며 우연발생적 위험에 속한다. 손해측정이 가능하지만 인지된 위험이 아니고 확률통계로 발생가능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갖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보험매커니즘으로 담보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물론 보험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손해규모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 같은 새로운 유형의 위험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역량을 훨씬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염병 확산방지 및 감염자 치료를 위한 노력은 물론 경제대공황시절의 뉴딜 정책과 같은 경제처방이 병행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머지않아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되고 정상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교훈 삼아야할 것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인체 관련 호흡기 전염병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 등을 겪었고, 가축질병으로 조류독감 구제역, 광우병 파동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러한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손실 보상 및 원상복구를 위한 방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업종별, 지역별 공제의 치밀한 조성, 보험사에 의한 영업손실보상보험 활성화, 국가보상체계의 근거에 코로나19와 같은 급성전염병 사태 등으로 인한 피해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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