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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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지나가고
  •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보험교육연구원 대표) kgn@kongje.or.kr
  • 승인 2020.08.2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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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남상욱] 54일간 비가 내렸다. 참 끈덕지게 많이도 왔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에다 집중 호우로 곳곳에 수해까지 났으니, 올 장마는 정말 징그러웠다.

그리고 곧 이은 폭염. 낮 기온이 35도를 들락거리고 밤 역시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참 얄궂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긴 장마와 게릴라성 폭우 그리고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불볕더위까지 여러 이유가 곁들여져 일어난 것이겠지만, 모두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이다.

오존층 균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조절 장치 파괴 등으로 우리 지구는 계속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홍천에서 관측된 지구 온도가 무려 41도였다. 우리 관측 사상 최고치였다.

문제는 이 현상이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구 체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나타날 각종 재앙이 두렵다. 이미 급작스러운 혹한, 대규모 홍수 사태와 가뭄 등 각종 이상(異常)재해가 각지에서 빈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해는 우리에게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힌 지 오래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재해로 60만명 이상이 숨졌고, 40만명 이상이 다쳤다. 인적 피해만 이 정도다. 또 지구 기온이 임계점에 달하면 그때부터는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사망자가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기후변화로 영양실조, 말라리아, 설사, 고열로 연간 25만명이 사망할 것이며, 이에 따른 건강 관련 비용지출액이 적어도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빨라질수록 이상 기후는 더 심각해질 것이고, 기후변화 리스크는 또한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우리 삶에 어떤 형태건 치명상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지금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은 코로나 19 역시 기후 변화가 작동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세계 기후 위기 학자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리스크 중 최악의 리스크는 무지의 리스크(risk of ignorance)다. 기후 위기에 대한 무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한 무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악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기후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마냥 흘려보내면 이내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공제업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기후 위기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예상 가능한 잠재 리스크가 무엇이며, 또 앞으로 기후 위기를 어떻게 맞이하고 적응할 것인지를 챙겨봐야 한다.

특히, 기상 이변으로 재해가 급증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인적 피해액이 계속 늘어나면 관련 공제 급부액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장차 기후 위기가 공제업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미리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뚜렷한 4계절의 기후를 가졌었다. 그러나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벌써 봄, 가을이 없어지고 있지 않은가. 금세 더워졌다 또 금세 추워지는 불명확한 2계절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잘 읽고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기후 위기가 공제업에 가할 위협이 무엇인지에 짚어 봐야 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면밀히 계획하고 준비하면 위기의 늪을 피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이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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