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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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관리의 방향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20.08.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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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에서 나아가 선제적 위험관리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경제개발계획 추진과 더불어 산업화 과정에서 승승장구하던 우리 경제가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위기를 맞은 것은 외환위기 사태에서 촉발됐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경제적 어려움은 고통으로 얼룩졌고 산업 전반에 걸친 시행착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했다. 이후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용어가 생겨났고 성장일변도에서 한걸음 벗어나 내실을 다지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위험인식 및 위험관리는 전통적인 성장우선주의에 묻혀 임시방편적으로 접근해도 무방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었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은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측된 미래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원자재의 수급안정을 위한 선물옵션 거래, 금융거래 및 투자에 있어서의 옵션거래와 다변화전략은 모두 미래상황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예측에 기한 안정화 욕구의 일환이다. 일부 지역을 운행하는 저비용항공사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사는 항공유 선물거래를 통해 원가절감은 물론 확보된 예측가능성을 기반으로 경영에 임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이 처한 생태계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급변하고 있다. 경쟁의 패러다임이 기본부터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의 위험관리 역시 변화하고 있다. 미래 위험요인들을 분석하고 예측하여 개별 위험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기존 방식의 위험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제적 위험관리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을 모색하는 것이다.

위험관리가 수익의 증대로 이어진 예로는 세금 절감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발생주의 회계방식을 채택하고, 누진세율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매년 계산되는 수익의 평활화(平滑化, smoothing)를 통해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을 피하여 세금절감을 도모하거나, 위험관리를 철저히 할 경우 신용평가 등급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고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즉, 위험관리의 목표는 ‘위험요인 분석을 통한 대처방안 마련’에 그치지 않고, 위험요인 분석을 통해 얻어진 예측력을 바탕으로 유연한 경영과 경쟁력 향상, 나아가 수익증대까지 이어지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다.

상품의 경쟁력은 원가경쟁력, 기술경쟁력, 서비스 및 A/S 경쟁력, 디자인경쟁력, 브랜드가치 등에 기인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인적자원, 기술력, 자본력, 전통, 경영자의 역량 등 다양한 부분에서 유래하지만 공통적인 경쟁력의 기저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은 풍부한 자금력이다. 위험관리는 비단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 뿐 아니라 경쟁력제고의 한 축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그 목표가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들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사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과 규모로 산업 구석구석을 옥죄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위험관리 체제를 갖춘 기업이나 경제주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 것이다. 지속가능이 아니고 생존 자체를 목표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위험관리 기법으로 제시되는 위험의 회피, 보유, 전가, 통제만으로는 관리가 어렵게 되고 있다. 생존이 어렵다면 동면이라도 해서 가능하고 필요한 계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한자로 위기(危機)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를 합친 말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제주체에게 심각한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코로나 위기를 견디어 낸다면 훨씬 큰 기회가 올 것임을 기대할 수 있다.

17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발생한 대화재는 당시 영업을 하던 대부분의 화재보험사들이 파산하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화재 손실의 위험성을 목도한 경제주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화재보험의 외연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비춰 코로나사태 이후 산업전반의 위험관리 수요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기업 등 경제주체의 경쟁력은 인적자원, 기술력, 자본력, 전통, 경영자의 역량 뿐만아니라, 위험관리 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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