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이사장 낙하산'이 반복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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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 '이사장 낙하산'이 반복되는 이유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0.07.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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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없거나 주무부처 관피아가 대다수
현행법상 청와대 비서실장, 공제회 주무부처가 인사권 행사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공제기관 이사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업무 전문성이 아예 없거나 공제기관을 감독하는 주무부처 출신이 이사장으로 내정되며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제기관을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마저 ‘제 식구 감싸기’에 본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건설공제조합은 2018년 10월 최영묵 GS건설 홍보위원을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최 이사장은 1960년 충남 보령 출신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하며 사회부장, 편집국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그 후 2013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4년간 상근 홍보위원을 맡았다.

최 이사장의 경력 대부분은 언론인이 차지한다. 4년여간 GS건설 홍보위원을 맡은 것이 유일한 건설업계 경험이다. 이사장 취임 당시 건설공제조합 노동조합은 "건설보증 관련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가 이사장이 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내정 철회를 적극 주장했다.

자산규모 35조원에 달하는 한국교직원공제회도 이사장 문제로 논란이 많았다. 지난 4월 총선 에 출마하기 위해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사퇴한 차성수 전 이사장이 대표 사례다.

차 전 이사장은 1957년생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를 거쳐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관, 시민사회 수석을 지냈다. 이후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천구청장을 역임했다.

경력만 보면 교직원들과 아무 접점이 없으나 2018년 21대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낙하산 논란을 불렀다. 2015년부터 노무현재단 이사로 활동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뒷말이 나왔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도 2017년까지 이사장의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공제회 이사장 자리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출신들로 채워져 왔다. 행정공제회는 지난 11대 유상수 전 이사장을 비롯해 10대, 9대 모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이다. 또한 행정공제회가 설립된 이래 행안부 요직을 거친 이들이 모두 이사장 자리를 맡아왔다.

이 같은 인사논란은 현행법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공기관 임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과 함께 공제회 이사장 인사권이 관할 주무부처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 억대 연봉을 받는 임원진들이 낙하산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은 매번 나오고 있으며, 전문성 없는 임원진들은 각종 비리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제, 보증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제기관의 경우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임명될 경우 최소한 자산운용 등의 기능이라도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내부 조직을 잘 모르고 전문성이 없을 경우 조합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을 끊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단시간 안에 정식 공모절차 없이 이사장 인사가 이뤄졌던 그간의 관행이 당연시되고 있어, 이를 없애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제회 이사장의 전문성 논란은 공제회를 향한 금융당국의 감시를 강화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공제단체 재무건전성을 직접 검사하는 방안을 추진한데 이어 지난 3일 지방재정공제회와 행정공제회에 대한 검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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