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노후보장,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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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노후보장,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20.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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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경희 교수] 인류 최초의 연금(annuities) 지급에 대한 기록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틴어  안누아(annua)는 연차 지급을 의미했고, 로마 황제는 군인들에게 군 복무에 대한 감사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후 중세시대를 거쳐 1720년 미국 장로회목사협회(The Presbyterian Ministers Association)에서 목사와 그 가족의 은퇴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종신연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니 성직자는 연금제도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성직자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직자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 현상을 비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9」에 의하면, 65세 이상 신부 비율이 14.0%로 나타나 성직자의 고령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종교의 성직자 고령화 수준은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노후보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종교의 특성에 따라 소속 성직자의 노후준비 방식도 차이가 난다. 천주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성직자 노후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사제공제회를 통해 각 사제가 공제회비를 납입하고, 여기에 각 교구가 매칭부담금을 납부하여 재원을 마련한다. 또한, 공적연금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교구가 하나의 사업장 형태로 국민연금에 가입한다. 해당 교구는 사업주가 되고, 소속 신부는 사업장 가입자가 되어 일반 직장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9%의 연금보험료를 각각 4.5%씩 분담하는 방식이다. 

개신교 목회자는 교단별로 대응하고 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의 경우 1989년 재단법인으로‘예장통합 연금재단’을 설립하였으며, 2019년말 기준 가입자 1만6000여명, 자산규모 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자산규모가 커짐에 따라 체계적이고 투명한 운용을 위해 외부 전문자산운용사를 활용하고 있다. 대한성결교회 역시 일찍이‘교역자공제회’설립하고, 소속 교역자를 의무 가입시키고 있다. 가입자는 해당 호봉 금액을 매월 불입하고, 교회도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20년 이상 가입 후 70세에 달하면 종신연금을 지급하는데, 2019년 말 기준 공제회 자산규모는 590억원, 연금수급자는 813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청빈과 무소유를 중시하는 스님의 노후보장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작되었다. 2011년 조계종에서 「승려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자체적인 노후복지체계를 갖추려고 시도가 있었다. 이 법에‘수행연금’조항을 명시하고, 2014년 4월부터 65살 이상 승려에게 월 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재정적 어려움과 기초연금 도입을 이유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이후 2017년부터 스님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2019년 기준 월 3만6000원)를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재원은 종단과 각 교구본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승려복지회 통계에 따르면, 종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보험료 지원 신청자 비율은 16.6%(55세 미만: 32.1%)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천주교와 달리 지역가입자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납부예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직자는 신자의 고충을 들어 주고 안식을 주는 상담자로서 건강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 정작 이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 노후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성직자 개인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지만, 교단이나 종단 차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이다.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이 재원을 분담하여 정기적으로 납부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독립 조직(공제회)을 출범시키거나,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신규 성직자 감소 및 중장년 성직자 기대여명 증대로 성직자의 고령화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주목하여 성직자의 노후복지 틀도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연계한 다층 시스템에 기반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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