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각지대’, 전동킥보드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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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각지대’, 전동킥보드를 어쩌나…
  • 김장호 기자 kimjangho@kongje.or.kr
  • 승인 2020.07.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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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도로 통행 허용…책임보험은 없어
공제·보험 상품의 적극적인 개발 필요
스타트업 활성화 vs 시민 안전…“정책당국 관심 필요”

#지난 6월 서울 남부지방법원 형사1단독 박원규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음주 후 전동킥보드를 운전해 보행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40대 A씨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전동킥보드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되고 리튬-이온전지 모터에 의해 구동돼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 미약과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상품이 없다는 이유로 A씨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8조 의무보험 가입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고, A씨의 무면허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결했다.

[한국공제신문=김장호 기자] 공유경제가 활성화되고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체 교통수단으로 전동킥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7조의2(개인형 이동장치 통행제한구간의 지정)를 신설하여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전용도로 이용을 허용했다. 스타트업 활성화와 인도를 이용하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10일부로 본격 시행된다.

◇중학생도 운전, 보험상품 없어 사고 무방비

스타트업 활성화와 보행자 보호차원에서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됐지만 사고 발생시 피해자를 보호할 보험상품의 제공은 여전히 미흡하다.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A사와 B사가 각각 D손해보험사와 K손해보험사를 제휴업체로 이용자들에게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기기 결함’이 원인이 된 사고에 한해 보상이 된다. 운전자 본인 과실(운행미숙 등)이나 기기결함이 아닌 뜻밖의 사고로 인한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 보험적용이 안되니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고충이 크다.

그동안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16세 이상)취득, 차도 통행, 이륜자동차용 안전모 착용 등의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이 동시에 개정되면서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운전면허가 없어도 운전할 수 있고, 운전 연령 또한 만16세 이상에서 만13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중학생 정도면 전동킥보드를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다. 면허조건이 삭제되어 도로교통 및 운전에 대한 기본상식이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안에 대해 말들이 많은 이유다.

◇전동킥보드 정체성 모호…『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아니다?

이처럼 전동킥보드의 이용 활성화 조치들이 단행된 반면,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의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서울남부지법의 판결처럼 전동킥보드를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생활용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책임보험의 대상여부가 결정된다. 생활용품으로 규정되면 자동차가 아니므로 책임보험이 필요 없게 된다.

『자동차관리법』 제3조와 동법 제70조는 ‘전동킥보드를 자동차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조항이다.

먼저 『자동차관리법』 제3조 ①항 제5호는 ‘이륜자동차’를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라 규정했다. 이는 전동킥보드를 자동차로 봐야 한다는 근거로 활용된다.

반면 동법 제70조(자동차관리의 특례)는 “자동차에 대한 등록(이륜자동차의 경우에는 사용신고를 말함)·자동차자기인증·부품자기인증·점검·정비·검사·폐차·등록번호판(이륜자동차의 경우 이륜자동차번호판을 말함) 및 봉인에 관하여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하여 ‘사용신고를 필하고 자동차번호판이 부착’돼 있어야 자동차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전동킥보드를 자동차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 남부지법의 판결이 있기 전에도 전동킥보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나뉘었다. 

◇보험연구원, 안전기준 및 보험은 자동차와 동일 적용해야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로 자동차의 일종이나, 사용신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안전기준은 적용되지 않는 대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안전기준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 연구위원은 “그렇지만 전동킥보드 운행에 대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현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운행이 이뤄지고 상태”라며 “전동킥보드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제98조의7(사용신고 대상 이륜자동차)에서 제외된다하여 이를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가 아니라고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사용신고 대상에 포함하여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나 전기자전거에 비해 자동차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독일의 사례를 들어, “전동킥보드의 운행방법을 자전거와 유사하게 적용하되 안전기준 및 보험 등은 자동차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의 시장규모는 2022년 최대 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가면 적정한 공제상품이나 책임보험상품이 없는 상태로 소비자 불안과 관련 산업이 함께하는 성장하는 기형적인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문위원은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소비자 안전과 제도의 괴리는 계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등을 이용하면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한 산업적, 공간적 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시스템의 보다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관련 제도가 하루빨리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비자 안전과 신기술 성장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의 보다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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